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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집단최면 속에 치러졌던 미국 대선

채병건 워싱턴 특파원

채병건
워싱턴 특파원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24일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할 가능성은 0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단언했다. 뉴욕타임스는 대선 전날에도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 가능성을 84%로 예측했다. 거의 모든 미국 주요 언론이 클린턴의 승리를 전망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게 아니었다.

부끄럽지만 이제 와 돌이켜 보면 트럼프 대 클린턴의 이번 대선은 결코 쉽게 단언할 수 있는 선거가 아니었다. 미국 정치사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4선에 이어 해리 트루먼으로 넘어간 후 한 정당의 집권은 최대 8년이라는 8년 주기설이 공식이다. 정상적 대선을 거쳐 집권한 경우로 보면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이 8년 연임한 뒤 같은 당의 조지 H W 부시 대통령에게 넘겨준 정도가 예외다. 8년 주기설은 정권 피로감 때문이다. 아무리 잘해도 8년 전, 4년 전 지지자들의 열정은 이미 식었고 대신 반대파의 불만은 누적된다. 이 공식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8년의 다음은 공화당이었다.

백인 비율이 줄고는 있지만 미국의 주류는 여전히 백인이다. 대선을 앞두고 퓨리서치센터가 추정했던 인종별 유권자 비율은 백인 69%, 흑인 12%, 히스패닉 12%, 아시안 4%였다. WP·ABC뉴스가 지난달 15일 발표했던 공동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은 트럼프를 4%포인트 앞섰다. 하지만 클린턴 우세의 이면에는 불안한 현실이 숨어 있었다. 백인 응답자들은 클린턴 38% 대 트럼프 52%로 트럼프의 표밭이었다. 트럼프는 클린턴과의 맞대결에서 백인 유권자 그룹에선 시작부터 끝까지 항상 앞섰다.

무엇보다 클린턴은 트럼프와 새로움의 대결에서 불안했다. WP에 따르면 1972년 이후 민주당이 낸 대선후보는 모두 ‘새 얼굴’이었다. 과거에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한 경험이 없었던 ‘새 카드’를 냈다는 의미다. 유일한 예외가 88년 민주당 경선에 뛰어들었다가 중도 포기한 뒤 2000년 대선후보로 지명된 앨 고어 부통령이었다. 70년대 이후 민주당 출신으로 당선됐던 이는 지미 카터(80년), 빌 클린턴(96년), 버락 오바마(2008년) 3명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극단적 새 카드라는 데 있다. 땅콩 농장을 꾸렸던 촌부 출신으로 경선 전까지만 해도 전국적 인지도가 전무했던 카터, 미국의 시골 중 시골인 아칸소주의 주지사 경력이 전부였지만 어쨌든 당시 최연소 주지사 기록(32세 당선)을 만들었던 남편 클린턴, 미국 역사에서 흑인 대통령 시대를 연 오바마. 정치 경력은 일천했지만 새로움을 전면에 내건 후보들이었다. 반면 클린턴은 퍼스트레이디, 국무장관, 상원의원을 거쳐 화려했지만 누구나 다 아는 후보였다. 오히려 정치 경력이 전무한 ‘아웃사이더’ 트럼프가 극단적 새 카드였다.

결과적으로 이번 대선은 미국 주류 언론의 집단최면 속에 치러졌다. “누가 돼야 한다”는 주관적 당위가 ‘누가 될 것 같다’는 객관적 전망을 흐리게 한 게 됐다. 당위와 현실을 헛갈리면 오판한다는 게 11월 8일 미국 대선의 교훈이다.

채 병 건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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