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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 프로세스' 주인공, "북한 핵무기 보유는 이제 팩트"

[사진 박상문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사진 박상문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것은 이제 팩트다. 국제사회가 인정을 하든 안 하든 그렇다.”

북핵 폐기 포용정책 '페리 프로세스'의 주인공, "북한 핵보유는 이제 팩트"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 "북한은 이제 언제든 핵무기 사용 가능하다"
"경제 희생하며 핵개발한 북한에게 경제제재만 한 국제사회, 실패할 운명"
"트럼프에게도 북한 선제타격은 실행가능한 옵션 아냐···한미동맹도 굳건할 것"

윌리엄 페리(89) 전 미국 국방장관은 14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다름 아닌 페리 전 장관이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했다는 것엔 무게감이 실린다. 페리 전 장관은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국제사회가 북한의 체제를 보장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한다는, 이른바 ‘페리 프로세스’를 만든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페리 전 장관은 인터뷰에서 “북한은 이제 원한다면 핵무기를 비행기에 실어 공중에서 투하하든, (한국과 일본 등 중거리 미사일 사정권인 국가에 대해서는) 미사일에 실어서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상태다”라고도 말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1994~97년 국방장관을 역임한 페리는 98년 대북정책 조정관으로 내각에 돌아왔다. 같은 해 북한이 미국 본토를 목표 사정권으로 하는 대륙간 장거리 탄도미사일(ICBM)인 대포동 1호 발사를 감행하면서다.

북ㆍ미간 갈등이 고조되자 클린턴 정부가 그를 대북정책 조정관으로 불러들인 것이다. 페리는 99년 5월 평양을 전격 방문, 조명록(1928~2010) 당시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과 만나 현안을 논의한 뒤 이듬해 페리 프로세스를 내놓았다.

그러나 14일 서울 남산 힐튼호텔에서 중앙일보ㆍ코리아중앙데일리와 마주앉은 페리 전 장관은 미국의 대북 정책의 실패로 북한은 이미 핵무기 보유에 성공했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새로운 의미의 ‘제2의 페리 프로세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스탠포드대 명예교수인 페리 전 장관은 이날 연세대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동아시아의 미래’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고 통일부가 14~15일 주최하는 한반도국제포럼에도 참석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북한의 핵개발을 막기 위한 노력은 실패했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지난 15년여간, 6자회담이라는 것을 진행했으나 그 사이 달라진 건 북한이 핵무기 보유 수가 0에서 10으로 늘어났다는 것뿐이다. 이 결과를 놓고 볼 때 6자회담이 성공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왜 실패했는가. 북한을 있는 그대로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17년 전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나는 북한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대하려고 노력했다. 북한의 목표는 무엇이고, 북한이 성취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직시하고자 했다는 뜻이다. 외교관의 가장 큰 자산은 입이 아니라 귀다. 상대방이 원하는 바를 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나는 많은 시간을 그들이 하는 말을 듣는데 할애했다.”

-그 결과로 이해한 ‘있는 그대로의’ 북한의 목표는 무엇인가.
“세 가지다. 첫 번째, 그리고 가장 중요한 목표는 김씨 왕조을 지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국제사회의 존중과 인정을 받는 것이고 세 번째는 경제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그간 세 번째 목표는 앞의 두 가지를 위해서는 희생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 점을 우리는 숙지해야 한다. 지난 몇 년간 우리가 대북 경제제재 정책을 펴왔지만 경제를 희생할 각오가 돼있는 북한에겐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지금까지의 정책은 북한이 가장 중시하는 첫 번째와 두 번째는 다루지 않고 북한이 가장 경시하는 세번째에만 집중했다. 17년 전, 나는 협상장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도 위의 세 가지 목표를 모두 이룰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고, 북한도 그 제안을 수용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이 모든 협상 결과를 무시했고, 6자회담이 시작됐다. 그러나 지금 결과는 어떤가? 북한은 핵무기를 갖게 됐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졌다는 것은 팩트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첫 번째와 두 번째 목표를 달성했다고 느낀다. 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참혹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렇지만 북한은 경제를 포기하면서까지 핵 개발을 했다. 그런 북한에게 핵을 포기해야 협상으로 갈 수 있다고 말한다는 건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건 천재가 아니더라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핵보유국인 북한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북한과 협상을 재개한다면 조건을 내걸지 말아야 한다. 의제를 정하지 말고 열어두어야 한다. 지금은 99년과 상황이 다르다. 99년엔 북한의 핵 개발을 실제로 멈출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가 됐다. 이제 다시 그 상황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협상마저 포기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북한의 핵무기는 한국과 일본은 물론 결국 미국과 북한 정권 스스로에게도 실존하는 위협이라고 본다.

이제 우리는 현실적 목표를 추구해야 하고, 그것은 북한 핵무력을 검증가능한 방법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북한에 어느 정도의 경제적 이득을 제공해야 거래가 성립할 것이다. 우리가 북한에 일정 수주의 경제적 양보를 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 미국의 새 정부나 한국의 현 정부가 이런 방식을 취할까? 솔직히 그렇게 보긴 어렵다. 하지만 합리적 협상을 하고자 하는 희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렇게 가야 한다.”

-북한의 핵무기 위협 수준은 어느 정도로 평가하나.
“북한이 한국이나 일본, 혹은 장거리 미사일을 보유할 경우 미국을 향해 핵무기를 쏠 것으로 판단하진 않는다. 북한의 목표는 자멸이 아니다. 북한의 목표는 김씨 왕조를 보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위험은 존재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믿고 다른 방식의 도발을 감행해 그 결과로 한ㆍ미가 군사적 응징을 하도록 자극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군사적 갈등은 점점 고조되고 결국 핵무기를 사용하는 단계가 될지도 모른다. 핵무기 사용을 처음부터 계획하지는 않더라도, 군사적 갈등이 고조되는 결과 핵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이 ‘제2의 페리 프로세스’가 필요한 때 아닌가.
“‘페리 프로세스’라는 것이 북한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다루고, 북한의 목표를 이해하는 것을 포함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답은 ‘예스’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한반도 정책에도 격랑이 예상된다. 트럼프의 당선이 북한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보는지.
“그렇지 않다고 본다. 모든 미국 대통령에게 있어서 북한의 비핵화는 중대한 문제였고, 트럼프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펼칠지 예상하긴 이르지만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정책은 트럼프 정부의 정책 어젠다에 우선순위를 차지할 것이라 자신한다.”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을 전후해 북한이 6차 핵실험 등 도발을 감행할까.
“만약 핵실험을 한다면 트럼프 행정부의 주목은 분명히 끌 것이다. 그러나 그게 좋은 전략일지 나쁜 전략일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과 직접 대화할 가능성부터 북한이 도발을 계속할 경우 선제타격을 할 가능성까지 거론되는데.
“개인적으로 미국이 북한에 군사 공격을 하는 것은 실행가능한(viable) 선택지가 아니라고 본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려면 한국 정부와 사전 협의를 하는 것이 당연한데, 어느 한국 대통령이 그런 옵션을 환영하겠는가. 북한을 다루는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북한이 먼저 도발을 하지 않았는데 선제타격을 하는 것은 해당이 안 된다.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에 대한 지식에 기반해서 하는 말은 아니지만 논리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한국 정부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은 선제 공격은 고려 자체도 해서는 안 된다.”

-트럼프 이전과 이후의 국제사회는 어떻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는지.
“후보로서의 트럼프의 발언을 주의깊게 들었지만 어떤 정책을 도출할지는 자신을 갖고 말할 수 없다. 일례로 한ㆍ일의 핵무장을 용인하는 듯한 언급은 정책적 발언이라거나 신중하게 생각하고 한 발언이 아니다. 즉석에서 튀어나온(off hand) 발언이다. 앞으로 트럼프 당선인이 누구를 참모로 임명하는지, 그리고 그 참모들의 조언을 그가 받아들일지를 봐야 그의 정책 방향성을 정확히 알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한미동맹에도 기업가적인 면모를 보이며 한국에게 방위비를 더 부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주한미군 감축 등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데.
“트럼프 정부에서도 한미동맹은 굳건할 것이다. 한미동맹으로 양국이 얻는 혜택이 너무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게도 이익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물론 방위비 분담금을 미국에 더 유리하게 협상을 하려 할 것이다. 나도 국방장관 시절 방위금 분담 협상에 나선 적이 있는데, 한미간 협상은 합리적이며 호혜적인 조건으로 이뤄졌다.”

-최근 한국에서 자체 핵무장 또는 미국 전술핵 재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의 핵무장은 한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안정을 해치는 큰 실수(great error)가 될 것이다. 체스게임을 할 때, 내가 둔 수에 상대방도 응수를 할 거라는 점을 자주 잊게 된다. 한국이 핵무장이라는 수를 두면 중국도 일본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결국 한국의 핵무장은 아시아 핵무장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전세계적으로 심각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대해선 이렇게 답하고 싶다.

이미 주한미군이 3만명 이상 한국에 주둔해 있다. 우리가 유사시 이들을 그냥 내버려둘 것 같은가. 주한미군 주둔만으로도 한국은 미국의 강력한 핵 억제력을 보장받고 있다.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하지 않기를 바란다. 유리한 점보다 불리한 점이 더 많다.”

만난사람=배명복 논설위원ㆍ순회특파원
정리=전수진 기자, 김사라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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