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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자발적 집회, 조건없이 허용하는 게 민주국가”

청와대 인근 행진 허용 김정숙 판사

12일 서울 도심 집회 참가자들은 종로구 내자동 로터리까지 행진할 수 있었다. 청와대에서 900여m 떨어진 곳이었다. 이날 오전 서울행정법원이 “집회·행진을 금지한 경찰의 처분을 취소시켜 달라”며 민중총궐기투쟁본부가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규모 집회에서 경복궁 앞과 내자동 로터리까지의 행진이 허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퀴어축제 등 시위 금지 잇따라 각하
보수단체서 “사퇴하라” 공격받기도

재판을 맡은 행정6부 김정숙(49·사진) 부장판사는 “해당 집회·행진은 청소년·어른·노인을 불문하고 다수의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국민이 스스로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집회에 참여하는 이상 집회를 조건 없이 허용하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12월 5일에 열린 ‘2차 민중총궐기’ 집회도 김 부장판사의 결정에 의해 합법적으로 열릴 수 있었다. 김 부장판사는 당시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대위’가 “경찰의 집회 금지 처분을 정지해 달라”며 낸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 판결로 김 부장판사는 보수단체의 공격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고엽제 전우회 소속 등 60여 명은 “법원의 결정으로 공공의 이익이 훼손될 것”이라며 행정법원 앞에서 김 부장판사의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 6월에는 기독당 측이 서울광장에서 ‘퀴어(성소수자)문화축제’가 열리는 것을 반대하며 낸 가처분 신청을 각하했다. 그는 “집회가 특정인의 종교 신념에 반한다고 해서 종교의 자유가 침해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에 영훈국제중의 입시 비리를 폭로했다가 파면된 전 교감 정모씨에 대해 ‘보복성 징계’라며 파면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김 부장판사가 늘 집회·시위에 관대한 판결을 한 것은 아니다. 2010년 광주지법에 근무할 때 시국선언을 주도하고 불법집회를 연 혐의로 기소된 당시 윤영조 전교조 광주지부장에게 벌금 100만원형을 선고했다. 공무원 신분인 교원이 정치적 집회에 참여한 것은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김 부장판사와 함께 근무했던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한쪽에 치우치지 않기 위해 늘 균형과 형평을 고심하는 소신 있는 법관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난 김 부장판사는 광주경신여고와 고려대 법대(86학번)를 졸업했다. 사법연수원 24회 출신으로 1995년 서울지법 남부지원에 처음 부임했다.

김 부장판사는 전화통화에서 “어제 집회가 평화롭게 진행된 것은 국민이 민주시민으로서의 성숙한 의식을 제대로 보여준 결과다. 집행정지 결정에 대한 얘기는 더 이상 하지 않는 게 좋겠다”며 말을 아꼈다.

김선미·서준석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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