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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내가 이러려고 공부를 했나

최순실 사태로 대국민사과에 나선 대통령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실로 참담했다. 변명과 꼬리 자르기에 불과한 진정성 없는 사과였다.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자괴감이 들어”라는 신세 한탄 조의 발언에 분노한 국민은 패러디로 화답하며 허탈함을 달래고 있다.

이 패러디 열풍에 동참하려는 순간 “내가 이러려고 공부를 했나 자괴감이 든다”는 사람도 있다. 아무래도 ‘이럴려고’가 맞는 표현 같아서다. “단번에 바다를 만들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문장의 ‘만들려고’를 떠올려 보면 의심은 확신으로 변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있다. ‘만들려고’와 ‘이러려고’를 각각 사용해야 한다.

어떤 행동을 할 의도나 욕망을 가지고 있음을 나타나는 어미 ‘-려고’는 받침 없는 동사 어간과 ‘ㄹ’ 받침인 동사 어간 뒤에 쓰인다. ‘이러다’는 동사 ‘이리하다’의 준말이므로 어간 ‘이러-’에 어미 ‘-려고’가 결합하면 ‘이러려고’가 된다. ‘이럴려고’는 잘못된 표현이다. ‘그럴려고’ ‘저럴려고’도 마찬가지로 ‘그러려고’ ‘저러려고’로 표현하는 것이 바르다.

어미를 ‘-ㄹ려고’로 사용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만들려고’ 때문이다. ‘만들려고’는 ‘만들다’의 어간 ‘만들-’에 ‘-려고’가 붙은 형태다. 어간이 ‘ㄹ’ 받침으로 끝난 것이지 ‘-ㄹ려고’라는 어미가 붙은 게 아니다. ‘알려고’ ‘팔려고’ 등도 같은 예다. ‘-ㄹ려고’란 어미는 없다.

‘ㄹ’을 제외한 받침 있는 동사 어간 뒤에는 ‘-으려고’가 온다. 이 역시 ‘-을려고’로 쓰면 안 된다. “왜 엉뚱한 곳에서 정답을 찾을려고 하나”에서 ‘찾을려고’는 ‘찾으려고(찾-+-으려고)’로 고쳐야 한다.

이은희 기자 e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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