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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기업 혁신의 현장] 헤어드라이어 소음 난제, 소리 더 키워 푼 다이슨

다이슨의 창업주 제임스 다이슨(오른쪽) 회장이 다이슨 이사회 의장인 장남 제이크 다이슨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영국 맘스베리 다이슨 본사의 ‘반으로 자른 1961년형 미니 자동차’ 안에 앉아서다. 이 차는 제임스 다이슨의 환갑 때 직원들이 돈을 모아 선물한 것이다. 차체는 작지만 4명이 앉을 수 있는 디자인과 기술의 결정체로, 외부보다 내부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로 차를 반으로 잘랐다. [사진 로라 패낵, 카메라 프레스 런던]

다이슨의 창업주 제임스 다이슨(오른쪽) 회장이 다이슨 이사회 의장인 장남 제이크 다이슨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영국 맘스베리 다이슨 본사의 ‘반으로 자른 1961년형 미니 자동차’ 안에 앉아서다. 이 차는 제임스 다이슨의 환갑 때 직원들이 돈을 모아 선물한 것이다. 차체는 작지만 4명이 앉을 수 있는 디자인과 기술의 결정체로, 외부보다 내부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로 차를 반으로 잘랐다. [사진 로라 패낵, 카메라 프레스 런던]

저성장이 새 표준이 된 ‘뉴 노멀’의 시대에도 글로벌 시장에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성장의 돌파구를 찾는 기업들이 있다. 연구소·공장 등 이들이 혁신하는 해외 현장을 직접 가봤다. 편집자 주
다이슨은 젊은 과학자?엔지니어들로 가득한 본사를 ‘맘스베리 캠퍼스’라고 부른다. [사진 다이슨]

다이슨은 젊은 과학자?엔지니어들로 가득한 본사를 ‘맘스베리 캠퍼스’라고 부른다. [사진 다이슨]

영국 런던에서 차로 두 시간여 걸리는 남부 윌트셔의 시골 마을 맘스베리. 무릎 높이 정도의 낮은 대문마저 집집마다 활짝 열어놓고 지내고, 선술집 다락방이 마을 대표 여관일만큼 호젓한 이곳에 첨단 가전제품 업체인 ‘다이슨’이 있다. 1993년 ‘먼지 봉투 없는 청소기’를 내놓으며 유명해진 이 기업은 한국에선 ‘날개 없는 선풍기’로 잘 알려져 있다.
전투기를 천장에 달아 놓은 구내식당. [사진 다이슨]

전투기를 천장에 달아 놓은 구내식당. [사진 다이슨]

지난 9월 6일(현지 시간) 찾은 다이슨 본사는, 독특한 형태의 청소기들이 번쩍이며 입구부터 전시돼 있지 않았다면 항공 관련 회사로 착각할 법한 외관이었다. 정문 앞 정원에는 1950년대 해리어 점프 전투기며 40년대 활약하던 1인용 투명 헬리콥터(벨47) 등이 전시돼있다. 탁 트인 새 구내 식당의 천장에는 6.5t이나 되는 잉글리시 일렉트릭사의 라이트닝 전투기가 냉전 시대 때 활약했던 모습 그대로 매달려 있다.
다이슨 본사에서 만난 모터·동력시스템 개발 최고 책임자 매트 차일드는 “나도 항공기 엔진을 만들던 공학자 출신”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회사엔 F1 경주용 자동차를 만들던 이를 비롯해 미생물학이나 음향 공학 전공자까지 있다”고 전했다. 전 직원의 3분의 1인 2000여명이 엔지니어·과학자라는 것이다. “항공기를 개발하다가 왜 청소기나 선풍기 같은 소형 가전을 만드는 회사로 옮겼느냐”고 묻자 “여기선 뭐든 ‘다르게’ 만든다. 내가 만드는 건 가전이 아니라 최첨단 디지털 초소형 모터다. 다이슨에서 일하고부터 20년간 한번도 그냥 출퇴근을 한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항상 변하고 있어서 가슴이 뛴다”고 답했다.
창업주인 제임스 다이슨(69) 회장은 중앙일보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남들이 그냥 지나쳐 버리는(ignore) 문제를 푼다”고 강조했다. 왜 청소기나 선풍기는 100년이 지나도 똑같은 형태일까. 당연시하던 것에 의문을 던지고 더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붓는다는 설명이다.
다이슨이 지난 4월 내놓은 헤어 드라이어는 이런 다이슨식 문제 해결 방식의 전형을 보여준다. 5일 기자와 직접 만난 막스 콘체(47) 다이슨 최고경영자(CEO)는 “4년 동안 600개의 시험 모델을 거쳐 나온 제품”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헤어 드라이어는 모터가 윗부분에 달려 있다. 때문에 사용할 때 무겁고, 귀에서 가까워 소음이 더 심하게 느껴진다. 손잡이 쪽으로 모터를 달기 위해 다이슨은 주먹만한 모터를 동전 크기로 줄인 초소형 모터 개발에 들어갔다. 인종·연령·성별에 따라 다른 모발 상태를 반영하기 위해 5000만 파운드(약 900억원)를 들여 모발 과학 연구소를 세웠다. 머리 말리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풍량 등을 시험하는 기계도 만들었다. 강한 모터를 만들었더니 소음이 너무 심했다. 그러자 아예 임펠라(톱니바퀴처럼 생긴 모터 부품)의 날을 11개에서 13개로 늘려서 인간이 들을 수 있는 범위를 넘는 소리가 나도록 했다. 새 헤어 드라이기의 이름이 ‘수퍼소닉’, 영어로 초음속인 이유다.

직원 3분의 1 엔지니어·과학자 
첨단 모터부터 로봇·AI까지 연구
매주 74억원 연구개발에 투자
개발 단계부터 엔지니어들 논의

다이슨은 청소기·선풍기 등을 만들지만 이런 식으로 모터부터 무선청소기의 충전용 배터리까지 모두 자체 개발한다. 가전 제조사라기 보다는 첨단 모터와 배터리 회사인 셈이다. 다이슨 회장은 “1999년부터 모터를 자체 개발했다. 영국 시골의 작은 회사가 하기엔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10년 동안 3억 파운드(약 5400억원)를 쏟아 부었다. 정교하고 강력한 모터가 있기 때문에 다양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고 했다.

그 중심에는 ‘기술 우선주의’가 있다. 다이슨 회장도 발명가이자 현역 엔지니어다. 매주 500만 파운드(약 74억원)를 연구 개발에 투자한다. 지난 9월 2억5000만 파운드(약 3724억원)를 들여 새로운 RDD(연구·디자인·개발) 캠퍼스 D9를 열었다. 이곳에서는 미래 먹거리인 로봇과 에너지 저장장치, 인공지능 등 최첨단 프로젝트를 연구한다.

다이슨은 첨단 디자인으로 유명하지만 디자인 연구실이 별도로 없다. 콘체 CEO는 “디자인 따로, 기능 따로는 다이슨 방식이 아니다. 모든 디자인은 그 기능을 구현하는데 가장 적합한 형태다”라고 잘라 말했다. 날개 없는 선풍기의 가운데가 뻥 뚫린 것도 공기의 흐름을 고려해서지, 디자인만 생각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회사 곳곳에 항공기며 헬기를 둔 것은 기능과 디자인이 하나로 결합한 ‘디자인 아이콘’을 수시로 접하는 자체가 디자인 공부라는 철학에서다.
언제라도 실험을 할 수 있는 음향테스트실. [사진 다이슨]

언제라도 실험을 할 수 있는 음향테스트실. [사진 다이슨]

다이슨은 또한 제품 개발에 필요한 모든 설비를 내부에 갖추고 있다. 전 개발 과정을 엔지니어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면서 진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음향실에서 시제품을 테스트하던 엔지니어인 앙트완 마스는 “도요타나 탈레스 같은 대기업에서 일할 땐 시키는 일만 했다. 그런데 다이슨에선 헤어 드라이어 개발 단계에서부터 소음 문제를 함께 의논했다”고 말했다.

다이슨은 3D프린터가 일반적이지 않았던 96년부터 3D 프린터를 도입해 엔지니어가 언제든 시제품을 만들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3D 프린터 책임자인 팀 뉴턴은 “다이슨은 영국에서 3D 프린터용 나일론 파우더를 가장 많이 쓰는 기업”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만들어보고, 어서 실패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다이슨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맘스베리(영국)=구희령 기자 hea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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