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외국인 며느리 연기만 하는 배우? 편견 깰래요

5개 국어를 구사하는 윤안나씨는 한국어를 아주 매력적인 언어라고 극찬했다. 그는 “한국의 정(情)은 어떤 외국어로도 표현 안 된다”며 “특유의 따뜻한 정서까지 전달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사진 최정동 기자]

5개 국어를 구사하는 윤안나씨는 한국어를 아주 매력적인 언어라고 극찬했다. 그는 “한국의 정(情)은 어떤 외국어로도 표현 안 된다”며 “특유의 따뜻한 정서까지 전달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사진 최정동 기자]

“안 죽고 살았소? 다행이네. 이불 가져왔으니까 덮고 주무셔.” 1920년 조선 빈민가. 마르고 키가 큰 외국인 여성은 구수한 사투리를 내뱉으며 노인에게 이불을 덮어줬다.

한예종 석사과정 독일인 윤안나씨
7년 전 김기덕 영화에 빠져 한국행
쌍문동 정착 후 한국 이름도 지어
단편 ‘서서평’서 첫 주연 맡아 열연

‘독일에서 온 빈민의 어머니’. 한국 최초 여성 신학교 이일학교(현 한일장신대) 설립자이자, 1923년 조선간호부회(현 대한간호협회)를 창설한 독일계 미국인 서서평(본명 Elisabeth J. Shepping, 1880~1934) 선교사의 삶을 그린 단편 영화 ‘서서평’(가제)이 12월 개봉한다. 간호사로 조선 땅을 밟아 14명의 고아들을 입양하고 빈민가에서 평생을 바친 그의 삶을 기리기 위해 온누리선교재단(CGNTV)에서 제작했다.

서서평 역을 맡은 연극배우 윤안나(25·본명 Anna Rihlmann)씨도 서 선교사처럼 독일에서 태어나 한국을 주무대로 정한 외국인이다. 푸른 눈동자, 커다란 입, 174㎝의 큰 키가 역할에 꼭 맞아 캐스팅됐다. 최근 서울역 인근에서 만난 윤씨는 “외모도 그렇지만, 서 선교사의 한국에 대한 애정이 정말 나와 많이 닮은 것 같다”고 했다.

3년 전 한국에 정착한 윤안나씨는 요즘 주목받는 신예다. 지난해 외국인으로서는 처음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연기과 전문사(석사) 과정에 입학했고, 지난 8월 연극 데뷔작 ‘국가없는 나라 : 사라진 기억들’에선 공동창작과 주연을 맡았다. 한국과의 첫 만남은 2009년 김기덕 감독의 영화 ‘빈집’을 접하면서다. “대사가 거의 없는 데도 여운이 대단했다”는 그는 그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수차례 한국을 오가던 중 우연한 기회에 극단 ‘드림플레이’에 입단하면서 정착을 결심하게 됐다. 서울 쌍문동에 살면서 주인 가족의 성을 따 윤안나라는 예명도 지었다. 한국 연기자들과 동일한 출발을 하겠다는 의지로 한예종 입시에 도전했다. 그는 “시험 때 ‘안네의 일기’ 원문을 한국어로 직접 번역해 연기했다”며 “다른 지원자들은 극적인 대사를 외치며 오열하는데 나만 덤덤한 독백 신이라 떨어질까봐 걱정했다”며 웃었다.

하지만 편견의 벽은 높았다. "외국인 배우는 단역, 잘 돼도 외국인 며느리 배역 정도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윤씨는 연습에 매달렸다. “ 자연스러운 한국말로 감정이 전달될 때까지 수백 번 대사를 반복했다”고 했다.

독일 튀빙겐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윤씨는 졸업논문으로 일제강점기 창씨개명의 아픔을 다룬 임권택 감독의 영화 ‘족보’(1979)에 대해 썼다. 한국에서 배우이자 연출가로 성장하고 싶다는 그는 최근 한국어로 시나리오도 쓰기 시작했다. “제가 선택한 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언젠가 모 한국 여배우가 맡으려던 역할을 제가 꿰차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까지요.”

글=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