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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추억 제주를 예술섬으로, 문화전사 뭉쳤다

제주 출신 작가 좌혜선·부지현·이다슬씨(왼쪽부터). ‘제주는 정글’이라는 주제로 총 3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이날 촬영에 참여하지 못한 이소정씨의 작품 ‘통역가와 함께 춤을’ 앞에 섰다. [사진 아라리오뮤지엄]

제주 출신 작가 좌혜선·부지현·이다슬씨(왼쪽부터). ‘제주는 정글’이라는 주제로 총 3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이날 촬영에 참여하지 못한 이소정씨의 작품 ‘통역가와 함께 춤을’ 앞에 섰다. [사진 아라리오뮤지엄]

1990년대 초반 제주시 애월읍의 한 호텔. 완공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부도로 공사가 중단됐다. 호텔은 방치됐고 담쟁이덩굴이 이곳을 뒤덮기 시작했다. 한적한 섬에 자본이 유입되면서 호텔과 편의시설 등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일부는 이처럼 폐허로 남았다.

좌혜선·부지현·이다슬·소정씨
제주 출신 작가 4인 ‘제주 정글’전
“사라진 풍경, 예술로 소생시킬 것”

“어린 시절 추억의 장소들이 대부분 변해버렸어요. 그런 곳을 일일이 찾아 다니며 사진으로 기록했죠.” 제주 출신 작가 이다슬(36)씨의 말이다. 제주의 변천사를 조명하기 위해 아티스트 4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씨와 좌혜선(32)씨, 이소정(37)씨, 부지현(37)씨는 제주 아라리오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제주 정글’ 전(展)에서 총 3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제주하면 자연을 떠올리지만 최근 급격한 개발로 삶의 격전지가 됐다”며 “이런 이중성을 ‘정글’이라는 주제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들은 모두 제주 출신이다. 대학 졸업 후 주로 해외에서 활동하다 몇 해 전 귀향(歸鄕)했다. 그러나 오랜만에 찾은 고향은 익숙한 곳보다는 낯선 곳이 더 많았다. 고등학교 때 같은 동네 미술학원을 다녔다는 이들은 “평온했던 동네가 15년 만에 이방인으로 복작거리는 관광지로 변질됐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녹색과 붉은 색에 대한 눈의 민감도가 낮은 적록색약을 앓고 있는 이다슬씨는 아쉬움이 더 컸다. “남들처럼 본래의 색으로 볼 수 있는 자연이 사실상 바다밖에 없어요. 그런데 제주의 바다 풍경이 너무 많이 달라져 안타깝습니다. 중국자본 유입 등으로 카페·호텔 등이 난립하면서 제주 바다 특유의 멋이 사라졌지요.”
이다슬씨의 작품 ‘호오이 프로젝트’.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는 제주의 이중성을 표현했다.

이다슬씨의 작품 ‘호오이 프로젝트’.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는 제주의 이중성을 표현했다.

이방인에게는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지만 정작 토착민에게는 낯설어진 제주. “변해버린 고향의 실상을 소개하고 싶었다”는 이씨는 잦은 개발로 황폐화된 대지에 풀, 나무 등이 다시 자라 만들어진 이질적인 풍경을 사진작품 ‘호오이’에 담았다. ‘호오이’는 제주 해녀가 바다에서 나오면서 참았던 한숨을 내뱉는 소리를 표현하는 의성어다.

부씨는 어선에서 사용하는 등불인 ‘집어등’과 낡은 스피커로 ‘균형과 불균형’이라는 설치작품을 만들었다. 스피커의 파동에 흔들리는 집어등은 이방인의 유입으로 불안정해진 제주의 현재를 표현한다. 좌씨는 짙은 색채의 물감으로 무분별한 개발에 지친 토착민의 내적 체념을 그려냈다.

공교롭게도 전시가 열리는 아라리오뮤지엄이 있는 탑동은 원래 ‘몽돌’이라는 이름의 해변이었다. 1980년대 중반 이 해변은 콘크리트로 매립돼 광장이 됐다. 곧이어 극장, 모텔 등이 들어섰지만 얼마 안 가 대부분 문을 닫아야 했다. 한동안 폐건물로 남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던 공간에 얼마 전 미술관이 들어섰다. 좌씨는 “소멸됐던 제주의 과거를 예술로 소생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4월 30일까지.

김포그니 기자 pogn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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