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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의 에코 사이언스] 식물에 대한 성차별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요즘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가로수에서 떨어진 열매가 행인의 발에 밟혀 부서진 자국이 자주 눈에 띈다. 은행알 냄새가 구두에 묻어 따라오기도 한다. 서울의 가로수 중 37%가 은행나무이다 보니 냄새로 인한 민원도 적지 않다고 한다. 서울시는 한 그루에 200만원씩 들여 암컷 은행나무 일부를 옮겨 심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유전자(DNA)를 분석해 열매가 맺기 전인 어린 나무 때 암컷을 구별하는 방법도 개발했다.

암컷 나무, 즉 암그루에만 열매나 씨앗이 달리는 암수딴그루 식물은 은행나무 말고도 많다. 대표적인 게 개나리다. 개나리는 암그루의 암꽃보다 수그루의 수꽃이 훨씬 화려하다. 정원이나 거리에서 볼 수 있는 개나리는 대부분 수그루다. 개나리 열매를 볼 수 없는 이유다. 사람들은 씨앗 대신 꺾꽂이로 수그루만 번식시키고 있다.

비자나무 역시 암수딴그루다. 비자나무의 경우 수십㎞ 떨어진 곳에 홀로 서 있는 암그루도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봄에 꽃이 피고 꽃가루받이를 한 뒤 비자나무 암그루에 작은 열매가 맺히는데, 이 상태로 겨울을 난 다음 이듬해 봄에 다시 열매가 본격적으로 자란다. 2년에 한 번씩 열매가 맺히는 것이다. 약재로 쓰이는 초록색 비자나무 열매도 당연히 암그루에만 열리고 바둑판도 암그루 목재로 만든 게 더 낫다고 하니 자연히 암그루를 선호하게 된다.
초봄에 제일 먼저 노란 꽃을 피우는 생강나무도 암수딴그루다. 수그루 꽃은 암술이, 암그루 꽃은 수술이 퇴화됐다. 나무 중에선 주목·뽕나무·버드나무·포플러·플라타너스·가죽나무·옻나무·향나무·황벽나무·월계수 등이 암수딴그루다.

초본 중에서 우리가 즐겨 먹는 시금치도 암수 구별이 있다. 수그루의 수꽃은 위로 솟은 꽃대에 달려 있고, 꽃가루를 낸다. 암그루의 암꽃은 잎겨드랑이에 붙어 있다. 우리가 시금치를 먹을 때 암그루와 수그루를 가리지 않지만, 번식시킬 때는 암그루에 달린 종자를 사용한다. 삼과(科)에 속하는 식물로서 들판을 뒤덮는 외래 식물인 환삼덩굴이나 마약으로 알려진 대마도 암수딴그루이긴 마찬가지다.

식물이 번식의 어려움을 무릅쓰고 암수딴그루로 진화한 것은 다양한 유전자를 얻어 질병이나 기상재해로부터 살아남을 확률을 높이기 위함이다. 또 은행알이 냄새를 피우는 것도 이를 먹이로 삼는 동물을 유인해 먼 곳까지 씨앗을 퍼뜨리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식물의 노력을 무시하고 때로는 ‘성(性)차별’까지 감행하고 있는 셈이다.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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