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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oo으로 배웠네-시즌2] 세상이 무너져도, 연애는 계속 되어야한다. 쭈욱

“이게 나라냐”는 비탄의 목소리가 안팎으로 울려퍼지는 요즘. 한가로이 연애 이야기를 쓰려니 도통 진도가 나가지 않습니다. 앉으나 서나 나라 걱정에 내가 이러려고 한국인으로 태어났나 자괴감이 들어 밤잠을 이루기가 힘듭니다. 이 시국에 연애라니! 연애에 관한 글을 써야 한다니! 그저 삶이 계속되고 마감은 돌아온다는 게 야속할 뿐입니다.

지금 세계는 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돈의 소용돌이 속에 사람들은 불안과 증오를 쏟아냅니다. 특히나 한국은 비선실세 게이트로 ‘집단 멘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시국에 제가 유일하게 보는 미드가 있습니다. 2010년에 시작해 현재 일곱번째 시즌을 방영 중인 좀비 드라마 ‘워킹데드’(AMC, 한국에선 FOX 채널)입니다.
좀비로 뒤덮인 세상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치열한 사투를 보고 있노라면, 아, 이 세상과 저 세상이 별로 다를 바 없구나 싶습니다. 침을 질질 흘리며 달려드는 좀비들이 시시각각 내 살과 피를 노리고, 남아있는 인간들은 서로 돕기는 커녕 부족한 자원을 놓고 아귀다툼을 벌입니다. 세상은 완전한 무정부 상태의 정글이 되었고, 법과 도덕은 옛말이 되었습니다. 나의 생존과 안락을 위해서라면 타인을 짓밟는 것이 이 세계의 룰입니다. 그러니 선한 자는 이미 죽었고, 악한 자와 더 악한 자만이 살아 남았습니다. 게다가 세상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를 보게 되는 2016년 한국사회와 이 드라마가 닮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실제로 ‘워킹데드’는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실업자가 쏟아지고 가계가 붕괴되면서 ‘워킹데드’야 말로 현실의 가장 적절한 은유라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3주 전에 방송됐던 7시즌 1화는 작정하고 시청자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습니다. ‘워킹데드’에서 죽음이란 예삿 일이지만, 불사조 같았던 두 주인공이 비참하게 죽고 말았으니까요. 특히 두 사람은 참혹한 세상에서도 사랑을 믿었던 인물이었습니다. 한 사람은 이제 막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던 차였고, 또 다른 사람은 사랑하는 아내가 아이를 가진 상태였습니다. 척박한 땅에도 꽃은 핀다고, 이들은 언제 죽을지 모를 디스토피아에서 사랑을 선택한 용자들이었습니다. 도대체 왜, 왜 때문에(!!) 제작진은 잔인하게도 이 사랑꾼들을 죽여버린 것일까요. 내 한 몸 간수하기도 버거워 연애, 결혼, 출산과 벽을 쌓는 요즘 청년들에게 “어서와. 이런 지옥은 처음이지. 사랑 따위는 개나 줘버려” 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게 끝이 아니야. 거기가 바닥이라고 생각할 때, 세상은 더 한 지옥을 보여주지”라고요.

충격과 공포 속에서 며칠을 보냈습니다. 이런 흉흉한 세상에 사랑은 사치일까요. 그런데 계속해서 제 머릿 속을 떠나지 않는 대사가 있었습니다. 죽어가던 주인공이 자신의 연인에게 했던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I'll find you."

아니 왜 그는 “사랑해!”도 아니고 “건강해!”도 아니고 “너를 찾겠다”는 말을 남겼을까요. 저는 며칠을 이 문장과 씨름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이 커플은 시즌 2에 처음 만났고, 이내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러니까 지난 여섯 시즌 동안 수많은 난관을 겪었던 것이지요. 좀비로부터 도망을 치다가 서로를 잃어버리기도 했고, 죽을 고비도 수차례 넘겼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매번 극적으로 상봉했고, 서로를 놓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I'll find you.”란 대사는 너를 다시 잃어버린다 해도, 나는 끝까지 너를 찾겠다는뜻이었습니다. 저 한 문장 속에 “걱정마. 우리는 언제나 함께 할거야. 그러니까 살아남아야 해”라는 뜻이 숨어있던 것이지요. 죽어가는 중에도 미래를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이 슬프도록 아름답다고 생각했습니다. 남아있는 사람이 계속해서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면 바로 저 한마디 때문이겠구나. 오직 사랑만이 미래를 꿈꾸게 할 수 있구나.

최근에 읽은 『숨결이 바람될 때』(흐름출판)라는 책이 떠오릅니다. 불치병에 걸린 서른 여섯의 젊은 의사 폴 칼리니티가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기록한 것인데, 그는 자신이 얼마나 살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아내와 아이를 갖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적었습니다. “우리는 아이를 갖기로 한 결정을 양가에 알리고, 가족의 축복을 받았다. 우리는 죽어가는 대신 계속 살아가기로 다짐했다.”

증오가 사랑을 질투하고, 절망이 희망을 덮으려해도 사랑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죽어가는 대신 계속 살아가려면 말입니다. 시국이 흉흉할수록 사랑에 매진해보렵니다. 그래야 바닥을 딛고 올라갈 수 있을 테니까요.

사랑꾼 기자 crazyinlove@joongang.co.k*r

 
'연애를 OO으로 배웠네' 는?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들이 다양한 문화콘텐트에 연애 경험담을 엮어 연재하는 잡글입니다. 잡글이라 함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기자 이름과 e메일 주소는 글 내용에 맞춰 허구로 만든 것이며 익명으로 연재합니다. 연애 좀비가 사랑꾼이 되는 그날까지 매주 금요일 업데이트합니다. 많은 의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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