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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미국] 트럼프 ‘오바마 정부 흔적’ 지우기…파리기후변화협정도 폐기 가능성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펜실베이니아주 게티스버그 유세에서 ‘취임 100일 구상’을 밝혔다. 그중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 ▶기후변화 대응 위한 미국 출연금 취소 ▶미등록 이민자 200만 명 추방 등이 포함됐다. 실제 그가 승리하면서 이 같은 내용이 얼마나 현실화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의 말대로 이민개혁 행정명령은 당장 폐기가 확실시된다. 이민개혁 행정명령은 30세 이하의 불법 이민자들의 추방을 유예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적극 추진했지만 대법원이 지난 6월 시행에 제동을 건 데 이어 10월 재심도 거부하면서 대선 결과에 운명이 달려 있다. “무절제한 이민이 일자리를 빼앗고 임금을 깎는다”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쌓겠다”고 공언한 트럼프의 당선으로 이민개혁은 완전히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중국의 미 제조업 견제 음모” 주장
4대4 균형 대법원도 보수로 기울 듯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도 폐기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재앙’ ‘완전한 사기’라는 표현을 써가며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번 선거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 역시 오바마케어에 비판적이라 트럼프의 뜻대로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국제사회와 맺은 약속들도 파기될 수 있다. 파리기후변화협정이 그중 하나다. 지난 4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175개국이 서명한 기후협정은 지난 4일 미국에서 발효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래 세대를 위해 지구를 보호하는 싸움에 있어서 역사적인 날”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온난화는 중국이 미국 제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려고 만든 거짓말”이라고 주장하며 여러 차례 폐기를 거론했다.

무역과 외교에서도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표심을 잡기 위해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만큼 자유무역협정(FTA)은 재검토되고, 추진 중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북한과의 핵 협상, 주한미군 주둔 등 한국과 관련된 안보 정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선거 기간 내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호감을 주고받은 만큼 미국의 외교지도 자체가 바뀔 수도 있다.

미국 사회의 가치에도 대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그 중심엔 동성혼 합헌 결정을 내리는 등 진보적 흐름을 주도해 온 대법원이 있다. 보수 성향의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이 지난 2월 사망해 현재 대법관 자리 1개는 공석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후임을 임명했지만 공화당은 차기 대통령이 임명해야 한다며 인준을 거부해 왔다.

트럼프가 임명권을 갖게 된 이상 진보·보수 4명씩 균형을 이루고 있는 현 체제는 기울어질 전망이다. 진보 성향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83), 스티븐 브라이어(78) 대법관과 보수 성향이지만 동성혼에 찬성했던 앤서니 케네디(80) 대법관도 고령이라 트럼프는 임기 내 더 많은 대법관을 임명할 수도 있다. 트럼프는 총기 권리를 규정한 수정헌법 2조 보호를 주장하고, 공중화장실 이용 때 출생증명서의 성별에 따르라는 내용이 담긴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화장실법’을 지지하는 등 보수적 입장을 고수해 왔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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