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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서방파 대원 “형사님, 배곯는 조폭생활 손 씻을래요”

“형사님, 배곯았던 조직폭력배 생활 이제 정말 그만하렵니다.”

“전재용 20억 갈취 때 일당 20만원
식당 주방, 가구 배달 등으로 생계”
폭력배 24% 월수입 100만~300만원

지난 8월 경기북부경찰청 광역수사대 조사실. 국내 최대 조직 통합 범서방파 행동대원 A씨(38·구속)는 조사를 받던 중에 담당 형사 앞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참회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키 1m78㎝, 체중 90㎏의 건장한 체격에 화려한 문신을 한 A씨를 포함해 통합 범서방파가 최근 소탕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통합 범서방파 결성(2008년) 전부터 서울 강서지역 조직폭력배로 활동해 왔다. 검은색 정장을 차려입은 채 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니는 동네 선배들을 동경하다 폭력 조직에 발을 들였다. 다른 조직원들과 이권이 개입된 곳을 찾아가 위력을 과시하며 돈을 받았지만 정기적인 수입이 없다 보니 생활고가 찾아왔다. 결혼하고 2명의 아이도 생기면서 생활은 더 궁핍해졌다.

A씨가 몸담은 통합 범서방파는 2012년 1월 용인 물류부지 공매를 방해하며 이 땅의 채권자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인 전재용(52)씨에게서 철수 조건으로 20억원을 뜯어냈다. 당시 A씨도 조직원 등 40여 명과 전씨 부지 공매를 방해하기 위해 물류부지에 컨테이너 등을 설치하고 20여 일간 머물렀다. 당시 일당으로 20만원씩을 받았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뜯어낸 20억원 중에서 A씨에게는 몫이 돌아오지 않았다. 두 아이가 성장할수록 생활이 더 어려워지자 A씨는 2~3년 전부터 수도권의 음식점 주방에서 막일까지 해야 했다. 아내도 식당 종업원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해 왔다고 한다. 20대 초반에 그렸던 화려한 조폭 생활은 영화나 드라마 속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또 다른 통합 범서방파 조직원 B씨(35·불구속)도 사정이 비슷했다. B씨도 생활고에 시달리자 2년 전쯤부터 가구점 배달 일을 하거나 가정집 창틀을 교체해 주는 일도 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이제 손을 씻겠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권에 개입해 큰돈을 뜯어내도 상하관계가 철저한 조직문화 때문에 범죄수익금 대부분은 조직 윗선이 나눠 가지다 보니 말단 행동대원에게는 별로 돌아가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조직폭력배 소득원’ 연구보고서(2007년)를 보면 국내 폭력조직원들의 월평균 수입은 100만~300만원이 23.9%로 가장 많았다.

경찰 관계자는 “다수의 영화에서 조폭 세계를 풍족하고 화려한 것처럼 묘사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조폭이 사회에 기생하는 데는 조폭 세계를 미화하는 대중문화의 책임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의정부=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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