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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겐조 ‘콜라보’ 셔츠가 5만원?…밤새 줄서서 기다려도 좋아

‘H&M×겐조’ 컬래버레이션 의류를 사기 위해 서울 명동 H&M 매장 앞에 줄 선 고객들.

‘H&M×겐조’ 컬래버레이션 의류를 사기 위해 서울 명동 H&M 매장 앞에 줄 선 고객들.

지난 3일 오전 서울 명동에 있는 패스트패션(SPA) 브랜드 H&M 플래그십 매장. 포근하던 날씨가 갑자기 3도까지 뚝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100여 명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이날부터 판매하는 럭셔리 브랜드 겐조와의 컬래버레이션 컬렉션을 구입하기 위한 행렬이었다. 드디어 오전 8시 매장 문이 열렸다. 대부분 20~30대로 보이는 쇼핑객들은 매장을 둘러본 뒤 ‘H&MX겐조’ 옷이 든 쇼핑백을 양손에 들고 매장을 나섰다. 패딩과 모자를 산 전재희(28)씨는 “독특한 색감의 명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 일찍부터 나왔다”며 “H&M이든 유니클로든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한 제품이라면 반드시 구입한다”고 말했다.

협업 패션에 열광하는 2030
명품 디자인에 한정판 매력까지
H&Mx겐조, 판매 이틀 전부터 줄 서
영국·싱가포르선 홈페이지 다운
유니클로·아디다스·나이키
샤넬·루이비통 디자이너 등과 협업
빈약한 퀄리티, 웃돈 거래 부작용도

1인당 구매 개수를 7점으로 제한했지만 이날 오후에 진열대가 텅텅 비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밤샘 줄서기 현상도 있었다. 판매 이틀 전인 1일 오후 6시쯤부터 대기 줄이 만들어졌다. H&M 관계자는 “지난해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발망과의 컬래버레이션 컬렉션 발매 당시엔 엿새 전부터 노숙이 시작됐는데, 올해는 온라인에서도 동시에 판매해서인지 대기 인원이 줄었다”고 말했다. 영국·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에서는 접속량을 감당하지 못해 홈페이지가 다운되기도 했다.
<b>H&M×겐조</b>  H&M이 명품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 컬렉션을 선보인 지 올해로 14년째다. 올해의 파트너는 겐조. 겐조 특유의 대담한 컬러와 강렬한 프린트를 H&M으로 옮겨왔다.

H&M×겐조
H&M이 명품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 컬렉션을 선보인 지 올해로 14년째다. 올해의 파트너는 겐조. 겐조 특유의 대담한 컬러와 강렬한 프린트를 H&M으로 옮겨왔다.

젊은 소비자들이 저가 브랜드가 내놓는 럭셔리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에 열광하고 있다. 세계 최정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옷과 신발 등을 한정판으로 싼 가격에 선보이는 컬래버레이션 트렌드가 점점 확산하는 이유다. H&M·유니클로 같은 패스트패션 브랜드, 아디다스·나이키 등 스포츠 브랜드가 적극적이다. 지금까지 샤넬·에르메스·디올·루이비통 등 세계 톱 브랜드 출신 디자이너들이 대열에 참여했다. 미국 대형마트 타깃도 정기적으로 럭셔리 디자이너와 협업해 의류와 인테리어 소품 등을 내놓는다.

싼 가격의 대명사인 패스트 패션과 비싼 가격의 대명사인 럭셔리 브랜드가 손잡은 시초는 2004년 ‘H&MX칼 라거펠트’ 컬렉션이다.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라거펠트가 샤넬의 상징과도 같은 리틀 블랙 드레스 등을 H&M과 협업해 싼 가격에 내놓자 불과 몇 분 만에 매진됐다. 이후 스텔라 매카트니, 꼼데가르송, 베르사체 등 하이패션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이 이어졌다.
<b>유니클로×카린 로이펠트(보그 파리 전 편집장)</b>  프랑스 패션 아이콘 로이펠트는 여성미를 강조한다.

유니클로×카린 로이펠트(보그 파리 전 편집장)
프랑스 패션 아이콘 로이펠트는 여성미를 강조한다.

유니클로는 2009년 질 샌더와 협업한 ‘플러스 제이(+J)’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에르메스 수석 디자이너를 지낸 크리스토퍼 르메르가 이끄는 르메르와는 2015년 봄·여름(SS)부터 세 시즌에 걸쳐 컬렉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보그 파리 편집장 출신인 카린 로이펠트와는 이번 가을 세 번째 컬렉션을 만들어 11일 출시한다.

패스트 패션에 앞서 스포츠 브랜드는 일찍이 컬래버레이션을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삼아왔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과거에는 스포츠 스타나 힙합 뮤지션 등 10대 취향의 셀레브리티와 협업한 반면 최근엔 고급 패션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디다스는 요지 야마모토, 스텔라 매카트니 , 알렉산더 왕, 라프 시몬스 전 디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등과 협업한 의류·운동화를 내놓았다. 나이키는 ‘나이키랩’ 브랜드를 통해 킴 존스 루이비통 남성복 디자이너, 올리비에 루스텡 발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리카르도 티시 지방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협업했다.
<b>나이키랩×킴 존스(루이비통 남성복 디자이너)</b> 존스의 미래지향적인 컬러 배합과 나이키의 가볍고 구김이 덜 가는 소재 기술력이 만난 협업 컬렉션.

나이키랩×킴 존스(루이비통 남성복 디자이너)
존스의 미래지향적인 컬러 배합과 나이키의 가볍고 구김이 덜 가는 소재 기술력이 만난 협업 컬렉션.

컬래버레이션의 시작은 꽤 오래됐는데 최근 들어 폭발력을 갖는 건 왜일까. 답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있다. 이장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셜미디어가 텍스트 위주에서 사진·동영상 등으로 진화하며 다양한 정보를 빠르게 확산시켜 준다”며 “해시태그 등을 통해 공통 관심사를 가진 소비자들이 쉽게 모이고 공유할 수 있게 돼 디자이너와 셀레브리티에 대한 팬덤이 더 폭발력을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사회생활을 시작한 2030세대가 앞선 세대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못하다는 점도 컬래버레이션 흥행의 주요 요소다. 홍성태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스마트폰을 통해 보여지는 삶이 중요해지면서 ‘니즈(needs·필요한 것)’보다 ‘원츠(wants·원하는 것)’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며 “주머니가 얇아 너무 비싼 건 살 수 없으니 보기에 번듯한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좇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소비자들이 짝퉁이 아닌, 합법적으로 겐조 스타일 옷을 입어 볼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H&MX겐조’ 티셔츠는 4만9000원, 스웨터는 11만9000원에 책정됐다. 겐조 가격의 5~10분의 1 수준이다.

저가와 고가의 파트너십은 파는 양 진영, 그리고 소비자도 각기 다른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패스트 패션 브랜드는 매출액과 럭셔리한 이미지를 챙긴다. 럭셔리 브랜드 협업 상품은 일반 상품보다 가격이 비싼데도 팔기만 하면 매장 유입 인구가 는다. 지속적으로 신선한 제품을 공급하기에 기존 고객 이탈을 막는 효과도 있다. 소비자로서는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명품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킨다. ‘H&MX겐조’ 맨투맨 티셔츠와 재킷을 구입한 김형민(33)씨는 “티셔츠 한 가운데에 겐조라고 써 있는데 컬래버레이션 제품인지 아닌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싼값에 명품을 샀다는 만족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2006년 H&M과 협업한 빅터 앤 롤프는 “패션의 민주화”라고 표현했다.

고애란 연세대 의류환경학과 교수는 “좋아하지만 평소 경제 수준에서는 입을 수 없는 디자이너의 옷을 구입함으로써 욕구가 충족되기에 밤샘 기다림은 힘든 일이 아니라 그 자체가 놀이가 된다”고 말했다.

젊은 소비자를 만나기 어려운 럭셔리 브랜드 입장에서는 미래의 고객과 소통하는 경험을 얻는다. 특히 규모가 크지 않은 럭셔리 브랜드는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는 수단이 된다. 꼼데가르송의 레이 가와쿠보는 2008년 협업하면서 “우리 옷을 아직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작업이라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럭셔리 브랜드의 위력을 과시하는 효과도 있다. 에마뉘엘 디에모즈 발망 최고경영자는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발망은 ‘모두가 원하지만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브랜드라는 사실을 똑똑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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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적인 브랜드와 럭셔리 디자인의 결합은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이지만 일각에선 부작용도 우려한다. 진정한 럭셔리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퀄리티·장인정신·헤리티지·내구성을 구비해야 하는데, 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달성하기 어려운 요건들이다. 한정판으로 소량 공급하는 데 따른 부작용도 있다. 2004년 칼 라거펠트는 컬렉션이 출시된 지 몇 시간 만에 매진되자 “극히 적은 수량을 공급해 사람들을 실망시킨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샤넬을 살 수 없는 수많은 사람을 위해 옷을 만든 내 의도가 묵살당했다”고 실망감을 표시했다. 컬래버레이션 상품이 온라인에서 정상 가격의 2~10배에 거래되는 등 리셀러의 손에 놀아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399달러에 팔린 ‘H&MX발망’ 가죽 재킷은 e베이에서 2150달러에 거래됐다. 정상 가격의 5배가 넘고, 진짜 발망 제품에 육박하는 가격이었다.

박현영·김민관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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