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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모두 트럼프 승리에 반성문부터 써야

전수진 정치부 기자

전수진
정치부 기자

미국 대선 결과가 확정된 지난 9일 오후, 기자는 마감시간을 넘겨서야 기사를 송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기사였다. 사실 이날 기사 마감은 촉박하지 않을 거라고 자신했다. 적어도 오전 11시쯤까진 그랬다. 접전 끝에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백악관에 입성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까지 클린턴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대해 외교안보 당국자와 학자들에게 취재를 마쳐 놓은 상황이었다. 트럼프의 정책도 물어는 보았지만 전문가들도, 기자도 “설마 그리 되겠나”라는 가정 아래 묻고 답했다. 완벽한 오판이었다.

오후 1시45분, 트럼프가 확보한 선거인단 수가 244명으로 클린턴의 209명을 넘어섰다. 클린턴의 당선 가능성을 84%로 점쳤던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을 94%라고 전했다. 전화기를 다시 들었다. 학자들도, 당국자들도 당황한 기색이었다. 오전 통화에서 “외교안보만큼은 클린턴 행정부와 찰떡 호흡일 것”이라 자신했던 한 당국자는 “큰일났다”고 한숨을 쉬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찌감치 클린턴 지지를 공표했던 NYT도, 워싱턴포스트(WP)도 당황했다. NYT는 10일자 온라인판에 독자들에게서 빗발친 항의 내용을 실었다. “NYT 기자들은 스스로의 편협함에 갇혀 눈이 멀었고 결과적으로 독자들을 오도했다”는 게 골자다. 딘 배켓 NYT 편집국장이 “이제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거리로 나아가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말했다는 내용도 소개했다. 밑바닥 민심에 소홀했다는 반성문이다.

반성문을 써야 하는 게 비단 언론뿐일까. 트럼프 시대를 내다보고 충분히 대처하지 못한 외교안보 당국도 비판에서 자유롭진 못하다. 외교부 관계자는 지난 6일 비공개 브리핑에서 “트럼프 및 공화당 인사들을 106회 접촉했다”고 말했다. 나름 노력은 한 모양이다. 그러나 정작 트럼프 측의 핵심은 파고들지 못했다는 게 외교 당국 내부의 평가다. 9일 늦게까지 트럼프 당선인과 박근혜 대통령의 통화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우려한 것도 그 때문이다. 다행히 10일 오전 청와대가 박 대통령과 10분간 통화했다고 발표했지만 일본은 이미 트럼프 당선인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회담 스케줄까지 잡은 뒤였다.

일본 역시 클린턴의 당선 가능성을 90% 이상으로 결론 내렸지만 동시에 트럼프의 외교안보 분야 실력자인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DNI) 국장 등 핵심 요인들을 조용하되 집요하게 접촉했다. 국정 공백기라고는 하지만 그런 때일수록 외교안보 당국은 더 기민하게 움직여야 했다. 트럼프가 연 새판에 잘 대처하려면 기자도, 언론도, 당국도 반성문부터 써야 할 듯싶다.

전수진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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