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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찜찜한 선택엔 대가가 따른다

김승현 EYE24 차장

김승현
EYE24 차장

“선택의 순간은 짧지만 그 여운은 깁니다.”

트럼프의 승리를 보면서 지난 4월 총선 때 JTBC 선거 방송의 프로모션 영상이 떠올랐다. 손석희 앵커의 내레이션은 이렇게 이어진다.
“남의 일처럼 잊혀졌다가 눈앞의 현실로 되돌아오기도 하지요.”

박근혜 대통령을 선택한 한국의 절반 가까운 유권자들은 지금 ‘되돌아온 현실’ 앞에 망연자실해 있다. 찜찜한 채 잊혀진 장면들이 암 덩어리가 되어 나타났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과 2012년 대선, 그 훨씬 전인 1980년대 육영재단 사건 때부터 등장했던 이름 최태민(1912~94).

상식의 눈으로 그의 정체가 이해되지 않았지만 일국의 대통령 후보의 눈썰미가 그 정도이겠느냐는 또 다른 상식 때문에 의심을 접고 말았던 인물이다. 그는 한국 사회를 작동불능에 빠트린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최순실(60·구속)의 아버지다.
박근혜 대통령의 긴 정치 여정에서 최태민에 대한 검증은 계속 있었다. 지금도 신문과 잡지, 인터넷에 기사로 남아 있다.

최근 중앙일보의 데이터저널리즘 기사 ‘30년간 14명에게 최태민 질문받은 박근혜, 답변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14회의 언론 인터뷰에서 최태민을 일관되게 변론했다. 핵심 내용은 이렇게 요약된다.

“사심 없는 사람인데, 나(박 대통령)로 인해 모함을 받았고, 항간의 의혹은 실체가 없으며, 결국 감옥에도 안 갔다”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허술하기 짝이 없는 논리 구조다. 주관적인(사심 없는) 자신만의 판단으로(모함), 구체적인 증거 없이(의혹), 본말전도 식으로(감옥에 가지 않음) 최태민에 대한 의혹을 덮어버렸다. 그 논리 안에는 영애의 힘을 이용해 재산을 축적하고, 영애의 뒤에 숨어서 처벌까지 피했을 것이라는 의심은 전혀 없다.

지금 이 순간 박 대통령은 최씨 일가의 수천억원대 재산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켜주었기 때문에 저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췄던 것이 사실’이라는 해명으로는 국민을 납득시키기 어렵다.

우리 사회 제반 시스템도 그런 허술하고 찜찜한 논리를 방치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새누리당, 친박, 야당, 언론 모두 지난 시간의 무책임과 무능력에 맥이 빠졌다.

그런 면에서 절반의 국민이 패닉 상태라는 미국 사회도 한국 대통령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 같다. 트럼프 당선인의 기행과 몰상식은-방치된 우리 대통령의 허점처럼- 승리의 함성 속에 묻어버리기엔 찜찜한 구석이 많기 때문이다. 13세 때 교사를 폭행한 손버릇이, 여성 비하와 음담패설을 일삼는 성품이 그를 지지한 누군가를 몸서리치게 할지도 모른다. 인종차별 발언을 일삼고, 재벌 2세이면서도 자수성가한듯 안하무인인 오만함이 국정 운영에서 재연될 수도 있다. 남의 집안 걱정할 형편은 아니지만 미국 사회의 이번 선택은 어떤 여운을, 얼마나 길게 남길까.

김승현 EYE24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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