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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예·꽃장식·도예…예술 향 흐르는 연희동

| 서울의 새 문화 체험공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은 ‘홍대’ ‘신촌’ 등 거대 상권과 경계를 댄 동네다. 북적북적하고 화려한 이웃 동네와 달리, 작은 단독 주택이 모여 있어 호젓하게 동네 산책을 즐기려는 이들이 주로 찾는다. 특히 요즘은 거리 곳곳에 들어앉은 공방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연희동 분위기에 반한 공예가들은 주택 사이사이에 둥지를 틀고 지역 주민, 동네를 찾은 손님과 교류하기 위해 문을 적극 개방하고 있다. 작가의 비밀스러운 작업실을 엿보고, 공예 체험을 하는 ‘공방 순례’가 연희동을 즐기는 새로운 놀이법으로 떠올랐다.
 
단독주택이 밀집한 서울 연희동 골목이 공방 거리로 변모했다. 공방에 들러 예술가의 작업실을 구경하고 일일 체험 강좌도 들을 수 있다.

단독주택이 밀집한 서울 연희동 골목이 공방 거리로 변모했다. 공방에 들러 예술가의 작업실을 구경하고 일일 체험 강좌도 들을 수 있다.


연희 공방 거리 연희로11길
① ‘주얼리스튜디오’의 은세공 목걸이. ② 떡·제철음식 쿠킹 클래스를 진행하는 ‘게으른 부엌’. ③ 도자기 공방 ‘도작공’에서 제작한 술잔 세트.

① ‘주얼리스튜디오’의 은세공 목걸이. ② 떡·제철음식 쿠킹 클래스를 진행하는 ‘게으른 부엌’. ③ 도자기 공방 ‘도작공’에서 제작한 술잔 세트.

직장인 서영희(40)씨는 지난 6월부터 퇴근 후 연희동 목공방에 들르는 재미에 푹 빠졌다.

“연희동은 ‘전직 대통령(전두환·노태우)이 사는 부촌’ 이미지가 강했어요. 쉽게 드나들 수 있는 동네라고 생각하지 않았죠. 그런데 우연히 연희동을 걷다가 목공방을 발견한 후 동네에 대한 느낌이 확 달라졌어요. 목공예를 배우면서 제 손으로 뭔가를 만들어낸다는 기쁨이 쏠쏠하거든요.”

최근 연희동에는 자신만의 물건을 만들어보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다양한 분야의 공예가들이 연희동 곳곳에 개성 있는 작업실을 만들면서 프로 작가와 아마추어 예술가가 함께 창작열을 피우고 있다.

금속공예가 김송(33)씨는 지난 2009년 일찌감치 연희동에 공방을 연 거리의 터줏대감이다. 최근 2~3년 사이 홍대 앞 일대가 레스토랑·카페·옷가게 등 상가 밀집지역으로 바뀌면서 공예작가들이 연희동으로 몰려든 배경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연희동은 편의점이 망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한적한 동네에요. 유흥주점·노래방도 찾기 힘들고요. 홍대 앞 상권과 가까우면서도 공간 임대료는 저렴하죠. 북적북적한 홍대 앞보다 조용한 작업 환경을 꾸밀 수 있다는 게 장점이죠. 현재 이곳에 공방을 꾸린 작가만 60여 명이 넘어요.”
 
동네 곳곳에 작가들의 공간이 늘어나면서 ‘연희동 공방 거리’로 불리는 길도 생겼다. 작가들의 작업실이 밀집한 ‘연희로11길’이다. 이 동네의 랜드마크인 ‘사러가마트’부터 주민들 사이에서 개나리언덕으로 통하는 ‘궁둥산공원’까지 약 1㎞정도 이어진다. 길을 따라 마당 있는 2층 단독 주택이 밀집해 있는데 2003년 서울시가 이 주변을 ‘1종 주거전용지구’로 지정했다. 건물 층수를 2층(8m) 이상 올릴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어, 일대는 나직한 집이 어깨를 잇대고 있는 예스러운 풍경이 유지된다.

이들 단독 주택은 한갓진 운치를 조성할뿐더러 공예 작가의 입주 공간으로도 요긴하다. 연희동에 들어선 공방들은 대부분 이들 단독 주택에 딸린 반 지하 공간 또는 차고 등을 개조한 것이다. 예술가의 작업 공간이지만 고립된 느낌 없이, 동네 주민과 연희동을 산책하는 사람들이 부담 없이 드나들 법한 분위기다.

연희동 도자기 공예 공방 ‘도작공’의 박정근(46) 대표는 “공예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실생활에 쓰임이 있는 물건으로 예술과 일상에 한발씩 걸치고 있다”면서 “사람 사는 동네 한가운데서 작업할 수 있다는 점이 연희동으로 공예가들이 모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연희동에서 노는 법, 공방 체험

연희동 L153갤러리.


주택 사이사이에 공방이 늘어나면서 연희동을 여행하는 새로운 재미도 생겼다. 공방을 돌아다니며 작가의 작업실과 전시 작품을 구경하는 이른바 ‘공방 순례’다. 공방에 찾아오는 손님이 늘자, 지난 6월 연희동 작가 10명이 의기투합해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공방에서 ‘맛보기’ 강습을 들을 수 있는 ‘연희탐구생활’ 프로그램이다. 연희동 L153갤러리 이상정(53) 대표가 기획의 주축이 됐다.

“처음엔 체험 프로그램은 물론 문하생을 두지 않는 공방이 많았어요. 강좌를 운영해도 단기 수강생은 받지 않았죠. 일반인들은 공방 문턱이 참 높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연희탐구생활은 이 선입견을 바꿔보자고 시작했어요. 작가의 작업실에서 일일 체험 강좌를 들으면서 예술과 친숙해지고, 자신의 흥미 분야를 찾을 수 있죠.”
 
암실에서 흑백 필름 현상과 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연희동 사진관’.

암실에서 흑백 필름 현상과 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연희동 사진관’.


연희탐구생활에는 공예가들 외에 연희동에 사는 다양한 문화예술가도 동참한다. ‘연희동 사진관’을 운영하는 김규현(30)씨도 그중 하나다. 지난해 개업한 연희동 사진관은 흑백 필름 사진만 촬영하고, 사진 강좌도 들을 수 있는 동네 사진관이다.

김씨는 “필름 현상부터 인화까지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하는데 어떤 필름을 쓰는지, 어떤 카메라를 사용하는지 궁금해 하는 손님이 많아서 프로그램 참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연희동 사진관 일일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필름 카메라 촬영, 암실 사진 인화 작업을 체험할 수 있다. 카메라·필름·약품 등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준비물은 따로 필요 없다.
 
꽃집 ‘블레싱 플라워’는 꽃 장식 만들기 일일 강좌를 진행한다.

꽃집 ‘블레싱 플라워’는 꽃 장식 만들기 일일 강좌를 진행한다.


연희동 동네 꽃집 ‘블레싱 플라워’를 이끄는 플로리스트 유석진(37)씨도 연희탐구생활 프로그램으로 만날 수 있는 작가다. 네덜란드 플로리스트 최고 등급인 마이스터 자격증을 딴 유씨는 네덜란드 국립극장 무대장식을 책임졌다. 전문 플로리스트를 상대로 강의하다 올해 연희동에 작은 꽃집을 차리면서 일반인을 상대로 일일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

유씨는 “친구 결혼식에 쓸 부케, 가족 모임 때 식탁에 올릴 꽃 장식 등을 만들죠. 12월에는 크리스마스 꽃 장식을 제작할 계획”이라며 “연희동이 꽃과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동네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섬유공예가인 ‘플라뇌르’ 정순주 대표가 가죽 파우치 만들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섬유공예가인 ‘플라뇌르’ 정순주 대표가 가죽 파우치 만들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제철 요리를 배우는 쿠킹 클래스(게으른 부엌), 홀치기 염색으로 나만의 스카프 만들기(플라뇌르),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에코백 만들기(ACK스튜디오), 향초·방향제 만들기(레브윅) 등 다양한 체험 거리가 연희동 공방 곳곳에 숨어있다.
 

향초·방향제 만들기 ‘레브윅’


연희탐구생활은 학원처럼 수강 시간표가 따로 있지 않다. 일일 체험을 원하는 이들의 문의가 들어오면, 신청자의 흥미에 맞춰 작가를 연결해준다. 수업시간도 신청자와 작가가 조율하면 된다. 단, 일대일 강좌는 받지 않는다. 최소 2~6명이 함께 팀을 꾸려 신청해야 한다. 1회 체험비는 1인 3~8만원 수준이다. 문의 070-7593-5254. goo.gl/gkLqD5


글=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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