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매거진M] 뮤지컬 '인터뷰', 프로듀서는 누구? ‘김수로프로젝트’ 프로듀서 김수로

김수로(46)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 것만 같다. 영화와 TV 드라마는 물론이고, 타고난 끼로 TV 예능 프로그램까지 오가며 쉼 없이 활동해 온 배우라서다. 그러나 정작 본업인 연기자로서는 TV 드라마 ‘신사의 품격’(2012, SBS) 이후 출연이 뜸했다. 그 사이 김수로는 공연계에서 부지런히 터를 닦고 있었다. 돌연 무대로 돌아가, ‘온 국민이 공연을 보는 날까지!’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김수로프로젝트’를 시작한 때가 2011년. 공연 기획자이자 프로듀서로서 수많은 작품을 무대에 올린 지 벌써 5년째다. 80석 규모의 소극장에서 출발해 이제는 1000석 규모의 대극장에서 공연할 만큼 성장했다.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세간의 의심은 믿음으로 바뀌었다. 어느덧 ‘김수로프로젝트’는 스무 번째 작품을 준비 중이다. 그는 얼마 전 공연기획사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이하 더블케이)도 설립했다. 내로라하는 배우에서 공연 프로듀서로 단단히 자리매김 중인 김수로를 만났다.

‘김수로프로젝트’ 프로듀서 김수로

지난 10월 2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자리한 광림아트센터. 스태프들은 객석을 정리하느라 분주하고, 무대 위에서는 뮤지컬 ‘곤 투모로우’(9월 13일~11월 6일)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안무를 반복하는 배우들 사이로 분장을 마친 김수로가 휘적휘적 걸어 나왔다. 일본 무사 복장으로 허리에 장도(長刀)까지 두른 차림이었다. 구한말 갑신정변을 일으킨 김옥균의 삶을 다룬 이 뮤지컬에서 “끝까지 김옥균을 지키는 일본 무사 와다 역을 맡아 이렇게 입었다”며, 그는 사진 촬영 내내 호방하게 웃었다. ‘곤 투모로우’는 김수로가 프로듀서이자 배우로 나선 ‘김수로프로젝트’의 열아홉 번째 작품이다.

-공연 직후라 기진맥진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생기가 넘친다. “그런 말을 많이 듣는다. 아무리 피곤해도 무대에 서면 힘이 차오른다.”

-‘곤 투모로우’는 오태석의 연극 ‘도라지’를 각색한 창작 뮤지컬이다. 원작의 어떤 점에 반해 택했나. “안중근 의사를 다룬 창작 뮤지컬 ‘영웅’을 워낙 감명 깊게 보았다. 감동 코드가 비슷한 이야기를 찾고 있었는데, 마땅한 작품이 없더라. 고민이 많던 차에 이지나 연출가에게서 ‘도라지’ 이야기를 들었다. 혼돈의 시대에 나라를 구하려 애쓴 혁명가 김옥균과 그를 암살하려는 조선 최초 프랑스 유학생 홍종우의 드라마였다. 듣는 순간 ‘이거다!’ 싶었다. 관객 반응도 좋은 편이다. 원래 극 중 내 역할이 컸는데, 각본 수정을 거듭하며 작아졌다(웃음).”

-‘김수로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자. 여기저기서 러브콜을 받는 입장 아닌가. 그런 상황에서 하나의 프로젝트를 5년 동안 지속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연극과(서울예술대학교)를 나온 내게 무대는 고향 같은 곳이다. 영화배우를 꿈꿨지만, 연극 무대가 없었다면 그 꿈은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그동안 영화를 40편 넘게 찍었다. 그런데 권태기 때문이었을까…, 별로 행복하지 않았다. 물론 ‘영화배우’라는 한 우물만 팔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배우로 활동하며 내가 그런 종류의 사람이 아님을 깨달았다. 운동으로 예를 들면 이해하기 쉽다. 다른 친구들이 꾸준히 한 종목을 파고들 때, 나는 유단자가 되고 나면 다른 종목으로 옮기는 식이랄까. 장혁은 계속하던데…(웃음).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것보다 많은 것을 경험하는 편이 내게 잘 맞았다. 언제든 돌아가고 싶던 무대로 돌아와 연극을 한두 편 만들어 보니 행복했다. 그래서 ‘5년쯤 공연 쪽에 올인하겠다’는 생각으로 팔을 걷어붙인 것이 ‘김수로프로젝트’다.”

-왜 5년인가.
“공연계에서 자리 잡는 것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 힘들다. 그만큼 열악하다. 엄청난 홍보비를 쏟아부어야 ‘이런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는 사실을 전국에 겨우 알릴 수 있다. 최소 5년은 계속해야 좋은 작품을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예상보다 빨리 자리를 잡았다. 현재 ‘김수로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내걸고, 공연기획사 아시아브릿지컨텐츠와 프로듀서로 계약해 일하고 있다.”
1 뮤지컬 ‘곤 투모로우’ 구한말 일어난 갑신정변은 결국 실패로 끝난다. 이를 주도한 김옥균이 일본으로 도피하자, 고종은 ‘조선 최초의 프랑스 유학생’ 홍종우에게 은밀히 암살을 지시한다. 그러나 김옥균의 인품에 감화 된 홍종우는 마음이 흔들린다.

1 뮤지컬 ‘곤 투모로우’
구한말 일어난 갑신정변은 결국 실패로 끝난다. 이를 주도한 김옥균이 일본으로 도피하자, 고종은 ‘조선 최초의 프랑스 유학생’ 홍종우에게 은밀히 암살을 지시한다. 그러나 김옥균의 인품에 감화된 홍종우는 마음이 흔들린다.

2 뮤지컬 ‘인터뷰’ 베스트셀러 추리소설 작가 유진의 사무실에 작가 지망생 싱클레어가 찾아온다. 유진은 전날 밤 자살을 기도한 연쇄 살인범의 유서를 내밀며 싱클레어에게 글로 쓸 것을 권한다. ‘다중 인격’을 소재로 다룬 뮤지컬.

2 뮤지컬 ‘인터뷰’
베스트셀러 추리소설 작가 유진의 사무실에 작가 지망생 싱클레어가 찾아온다. 유진은 전날 밤 자살을 기도한 연쇄 살인범의 유서를 내밀며 싱클레어에게 글로 쓸 것을 권한다. ‘다중 인격’을 소재로 다룬 뮤지컬.

-연극 무대로 돌아오고 싶었다면, 배우로서 연기만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아무래도 배우로 참여하면 내가 맡은 캐릭터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다. 나는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었다. 새로운 공연을 기획하기 위해 영국 에든버러,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등 여러 나라를 열심히 돌아다녔다. 그때마다 정말 설레더라. 좋은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것, 공연 문화를 바꿔 나가는 것, 사람들에게 도움될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욕심이 점점 커졌다. 10년 후에는 1년에 한 작품 정도만 배우로 출연하고, 프로듀서로 더욱 왕성하게 활동할지도 모르겠다.”

-‘김수로프로젝트’에는 ‘곤 투모로우’처럼 프로듀서와 배우로 동시에 이름을 올린 작품도 적지 않다.
“공연 준비하느라 영화나 TV에 출연할 시간이 부족하다. 그런 점이 힘들지만, 즐겁고 행복하다. 지금은 공연계에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고 싶다. 내년에는 다시 영화·TV 드라마 일도 해야지. 얼마 전 ‘신과 함께’(2017년 개봉 예정, 김용화 감독)에 ‘우정 출연’하러 갔는데, 모처럼 영화 촬영 현장에 가니 정말 좋더라.”

-‘김수로프로젝트’는 작품의 스타일이 참 다양하더라. 2012년 영국에서 초연돼 화제를 일으킨 연극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을 들여오기도 했다. 작품을 선정하는 기준은. “기준은 단 하나다. ‘좋은 작품’일 것. 그동안 스릴러·휴먼 드라마·코미디 등 온갖 장르의 작품을 다뤘다. 창작극만 고집하지도 않는다.”

-‘좋은 작품’이란.

“장르를 불문하고 울림이 있어야 한다. 관객이 자지러지게 웃어도 좋고, 폭풍 눈물을 흘려도 좋다. 물론 가슴 먹먹한 감동을 느껴도 좋고. 관객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싶다. 앙코르를 포함해 1년에 9~10편쯤 공연했는데, 작품마다 규모도 달랐다. 연극이나 뮤지컬뿐 아니라 무용 공연과 그림 전시(헤세와 그림들展:나에게로 떠나는 여행)도 했다. 전시 기획은 내 길이 아닌 듯해 그만뒀지만(웃음). 지금은 아동극 관련 논의도 진행 중이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그저 시대 흐름에 발맞춰 지금 가장 좋은 것들을 내놓고 싶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엇인가.
“굳이 하나를 꼽자면, 연극 ‘유럽블로그’. 이 공연을 위해 배우들이 직접 열흘 동안 유럽에 다녀왔다. 여행 도중 겪은 에피소드와 현지에서 촬영한 영상을 극에 녹인 작품이다. 지난 10월 세 번째 시즌을 마친 ‘김수로프로젝트’의 얼굴마담과도 같은 대표작이다.”

최근 김수로는 절친한 배우 김민종과 함께 더블케이를 설립했다. 오랜 지인 추정화 작가와의 약속이 발단이었다. 추 작가는 ‘김수로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그래서 김수로는 그에게 약속했다. “추 작가가 작품을 쓰면 무조건 무대에 올리겠다”고. 하지만 추 작가의 각본이 완성됐을 때, ‘김수로프로젝트’는 이미 다른 공연으로 일정이 꽉 찬 상태였다. 이리저리 알아보던 김수로는 “이제 때가 됐다”는 마음으로 아예 회사를 만들어 공연 제작에 돌입했다. 그 작품이 창작 뮤지컬 ‘인터뷰’(9월 24일~11월 27일)다. ‘올해 한국 공연계 최고의 수확’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일본과 미국에 진출한 바로 그 뮤지컬이다(‘중앙일보’ 10월 27일자 보도).

-‘인터뷰’가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있다.
“현재 좋은 좌석은 표를 구하기 힘들 만큼 인기다. 표류할 뻔한 작품이 이토록 빛을 보게 되니 기쁘다. 내년 2월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며, 런던 웨스트엔드와도 협의 중이다.”

-‘김수로프로젝트’와 더블케이 업무를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아시아브릿지컨텐츠에 최진 대표께 감사드릴 부분이 많다. 프로듀서로, 예술 감독으로서 더욱 최선을 다하고 싶다. 그동안 엄청난 양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이제는 속도를 조금 늦추고, 양보다 질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 내 삶의 모토가 ‘정면 돌파’다. 공연은 얼굴마담 노릇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말 열심히 했다. 시쳇말로 ‘잔머리’ 굴리지 않았다. 그 시간을 통해 수십억 원 주고도 사지 못할 노하우를 쌓았다. 더블케이는 나와 김민종이 함께 책임져야 할 회사다. 앞으로는 영화 콘텐트로도 발을 넓힐 생각이다. 공연 콘텐트의 영화화에도 관심 있다. 내게 ‘으쌰으쌰’ 흥을 불어넣는 지원군이 필요했는데, 그런 점에서 김민종 만한 사람이 없다. 든든하다.”

-프로듀서로서 가장 힘든 시기는 언제였나.
“지금이다. ‘김수로’라는 이름을 내건 작품이 늘어나면서 책임과 부담도 커졌다. 더블케이는 기초 공사를 잘해야 하기에 요즘이 가장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공연 제작비는 늘 빠듯하다. 그래서 고민이 많다. 영화계로는 돈이 몰려도, 공연계로는 좀처럼 돈이 넘어오지 않으니까. 뮤지컬의 본고장 웨스트엔드를 보면 얼마나 부러운지.”
-후배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내 머리로는 한계가 있으니, 후배들 생각을 듣고 싶어서(웃음). 문화 창작·기획자를 양성하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창의인재동반사업’ 멘토로 활동 중이다. 얼마 전에도 추 작가와 함께 오픈 특강에 참여했다. ‘세계 시장을 향한 K-컨텐츠:창작 뮤지컬의 가능성을 보다’라는 주제였다. 젊은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공격적인 20대로 살라’고 말한다.”

-공격적인 20대?

“20대에는 소처럼 공부하고 일해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 그 경험을 30대에 조금 더 발전시키고, 40대에 꽃피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50~60대에도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편하게만 살려고 하지 말라’는 것을 강조한다. 귀찮고 힘든 일을 나서서 하면, 그 모든 것이 습관이 되고 인품이 되어 앞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내가 만든 연극과 뮤지컬이 세계 무대에서도 사랑받는 것. 다양한 인종의 관객이 기립 박수 치는 풍경을 상상하곤 한다. 그러려면 한국에서 먼저 인정받아야 한다.”

-대체 그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 건가.
“유전자(웃음)? (박)중훈 형이 만날 그런다. ‘너 아픈 것 좀 보고 싶다. (너무 에너지가 넘쳐서) 얄미워 죽겠다!’고.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전, 20대의 김수로는 정말 힘들었다. 고생을 사서 했지. 끝까지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그 누구에게도 힘 빠진 모습은 보이지 않으려 했는데, 그게 습관이 됐다. 그런데 요즘은 체력이 좀 달린다. 하루 4~5시간씩 운동했는데, 지금은 도통 시간을 낼 수가 없다(웃음).”

 
김수로가 강력 추천하는 ‘인생템’
연극│재일 동포의 삶을 다룬 ‘야끼니꾸 드래곤’과 자폐 소년의 성장담을 그린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이하 ‘한밤중’).
“내 인생의 연극 공동 1위다. ‘야끼니꾸 드래곤’은 ‘민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아주 울림 있는 작품이다. ‘한밤중’은 감동적인 성장담이고. 전자는 아날로그의 힘을, 후자는 디지털의 힘을 보여 준다. 두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영감을 얻는다.”

뮤지컬│아버지를 잃은 어린 사자 심바의 성장기 ‘라이온 킹’과 김수로가 기획한 창작 뮤지컬 ‘인터뷰’.
“‘라이온 킹’은 1999년 영국 런던 초연 당시에 봤다. 내게 ‘무대를 이렇게 활용할 수도 있구나’ 하는 충격을 준 최고의 뮤지컬이다. ‘인터뷰’는 이 세상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다.”


 
영화│탄광촌에서 발레리노의 꿈을 키우는 소년의 이야기 ‘빌리 엘리어트’(2000, 스티븐 달드리 감독).
“스무 번도 넘게 봤다. 여전히 꿈을 꾸고 있기에, 꿈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사실 나를 키운 것은, 성룡(成?·청룽)과 이소룡(李小龍·리샤오룽)의 영화들이다. 어느 한 작품을 꼬집어 말하기 어려울 만큼, 내게 ‘배우’의 꿈을 심어 주었다.”

여행지│자타 공인 ‘여행광’ 김수로가 적극 추천하는 곳은, 바로 영국 런던.
“딱 1시간만 돌아다녀도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만나게 된다. 이 도시엔 진심으로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수많은 공연뿐 아니라 축구 경기도 볼 수 있지(웃음).”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사진=라희찬(STUDIO 706)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