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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대의 지성과 산책-남형두 연세대 교수 인터뷰] 천경자·이우환·조영남 사건… '문화예술의 사법화'

천경자 사건, 이우환 사건, 조영남 사건…. 최근 우리 미술계에서 벌어진 위작, 대작 논란이다.

위작, 대작, 표절 밝혀내기 위해 논쟁하는 과정 자체가 예술
전문성 존중되는 분야...작품 내용 논란임에도 사법부에 의존해서야
표절 검색 소프트웨어에 걸렸다고 바로 표절 단정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

미술 작품을 둘러싼 진위 논란이 검찰 조사까지 받는 현상을 어떻게 봐야할까. 문학계에서 벌어진 신경숙 표절 의혹 논란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학계에서는 이덕일 명예훼손 논란, 박유하 명예훼손 논란을 꼽을 수 있다. 각기 장르가 다르지만 문화예술과 학문 영역에 대한 사법의 적극적 개입이란 점에서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90년대 마광수 소설에 대해 사법부가 음란성이 인정된다며 유죄 판결을 내린 경우도 함께 생각해볼 수 있겠다. 문화예술 작품이나 학술 저서에 법이 관여하는 현실을 법치주의(rule of law)의 실현으로 높게 평가할 수 있을까.
 
저작권법 전문가 남형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그의 연구실에는 디즈니 캐릭터들이 쌓여 있다. 저작권 분쟁 관련 강의 보조자료로 활용된다. 신인섭 기자

저작권법 전문가 남형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그의 연구실에는 디즈니 캐릭터들이 쌓여 있다. 저작권 분쟁 관련 강의 보조자료로 활용된다. 신인섭 기자

미술·문학·학술은 모두 고유의 전문성이 존중되는 분야다. 그런데 작품 내용에 관한 논란이 일어나는데도 전문가들의 신뢰할만한 판단은 잘 보이지 않는다. 발언을 하면 편가르기로 폄하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모두 숨 죽인 채 사법 판단만 기다리고 있는 듯한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볼 것인가. 정치권에서도 골치 아픈 문제는 모두 사법부로 가져가는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한데, 문화계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문화예술의 사법화’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작권법 전문가 남형두(52)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86년 사법시험 합격 후 16년간 변호사로도 활동했고, 『표절론』(현암사ㆍ2015)을 펴냈다. 최근 신경숙 표절 논란에 대한 문학평론인 ‘망월(忘月)-배심원단을 위한 표절 재판 보고서’(『쓺』, 문학실험실, 2016년 9월)와 조영남 사건에 대한 논문인 ‘법과 예술-조영남 사건으로 본 주리스토크라시(Juristocracy)‘(『정보법학』, 2016년 8월)를 발표한 바 있다. “자치(自治)를 잃은 곳에는 법치(法治)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면서 문화예술계가 법치에 기대기보다는 자치 능력을 좀 더 키워줄 것을 요청했다.

조영남

이미 사법절차에 들어가 있는 조영남 사건부터 살펴보자.
“검찰이 공소를 취하하지 않는 한 법원은 유죄나 무죄를 내려할 상황이다. 유죄와 무죄에 대해선 이 자리에서 이야기할 수 없다. 재판에 영향을 주는 것은 옳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미술계에서 좀 더 논의를 치열하게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미술계에서 논의가 잘 안 되니까 사법부로 간 것 아닌가.
“그래서 안타깝게 느껴진다. 이 사건에는 저작권법 위반과 사기죄 문제가 있는데 검찰은 사기죄로만 기소했다. 저작권법 위반은 작가와 대작가의 관계가 문제로 되는데, 사기죄이므로 작가와 구매자 간의 문제만 따지게 된다. 조영남은 자신의 기존 화투작품을 꼴라주(붙이는 것) 방식에서 회화로 바꾸는 작업을 대작가에게 시켰는데, 그 사실을 구매자에게 알리지 않아 이에 속은 구매자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 사기죄의 요지다.”
사법부로 오기 전에 미술계에서 어떤 점을 논의했어야한다고 보나.
“현대미술 관점에서 조영남이라는 작가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의 논쟁으로 들어가야했다고 본다. 현대미술가 뒤샹은 “나는 작품에 관심없고 작가에 관심있다”고까지 말했다. 누가 했냐가 중요하지 작품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는 미술과 미학의 본질에 관련된 문제로서 화단에서 미술가와 미학자들이 깊이 논의하고 판단해야 하는데 그 과정을 생략하고 법원으로 가져왔다. 그러니 법원의 유무죄 판정 이후에도 대작 허용 범위 문제는 여전히 남게 될 것이다.”
국내 11개 미술단체가 조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는데.
“조영남이 예술을 위해 기꺼이 감옥에 가도 좋다는 자세를 취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현대미술과 예술가를 주제로 좋은 논쟁을 벌이며 우리 문화계를 업그레이드 시킬 수도 있었을 것이다. 때로 예술가는 시대와 불화했다.”

마광수

소설로 유죄 판결을 받은 마광수의 경우는 어떤가.
“마찬가지다. 문학 속으로 법이 들어온 것이다. 문학적으로 좀 더 걸러질 필요가 있는 것을 과도하게 사법이 개입했다. 마광수는 시인 윤동주 전문가였다. 재판을 받고 수감되는 아픔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과연 그를 단죄한 결과 법원과 검찰이 원한대로 우리 사회에서 음란물이 없어졌는가. 온 국민을 초등학생 취급하지 말라는 얘기다. 필요한 경우 연령제한을 하면 된다. 어떤 표현이 들어가야 나의 문학이 된다고 한다면 그걸 뺄 경우 이미 예술가가 아니다.”

천경자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진위 공방을 판단하기 위해 프랑스 전문가들까지 방한해 조사함으로써 국제적인 문제가 됐다.
“천경자 사건은 화가는 자기 작품이 아니라고 했는데 주변에서 당신 작품이 맞다고 한 경우다. 감정인도 그랬고 수사기관까지. 작가편을 드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천 화백은 자기 말을 들어주지 않는 사회와 화단에 대해 “작품은 자기 새끼 같은 것이다. 자기 새끼를 못 알아보는 애미가 있느냐”며 격정을 토한 후 붓을 꺾고 미국 가서 칩거하다 타계했다.”
천경자 사건은 미술계 전문가들이 너무 깊이 개입해 문제가 된 것인가.
“‘작품은 자기 새끼다’는 말은 독일 철학자 헤겔의 『법철학』에서 유래한다. “작품은 영혼의 연장선이고 정신의 소산이다”고 했다. 이것이 독일 저작권법의 근간이 된다. 작품은 작가의 영혼과 정신에 맞닿아있다고 보는 것이다. 천경자씨가 헤겔의 이론을 알고 말했는지는 모르지만 정수를 언급한 것이다. 예술작품은 작가 인격의 일부라는 것. 우리 사회가 작가를 그런 상황까지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

이우환

이우환 화백의 그림도 위작 논란에 휩싸였는데.
“천경자와 정반대다. 천경자는 자기 것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고, 이우환은 그 반대다. ‘예술의 사법화’ 문제가 심각하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한국의 세계적인 작가인데, 절정기의 예술가가 더 많은 좋은 작품을 남겨야 할 때 법정에 가야하는 상황이다.”
미술 작품이 일반인이 상상하기도 어려운 고가에 거래되면서 생긴 문제들 아닌가.
“우리나라에서 미술시장은 블랙마켓이다. 탈법 상속과 뇌물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박수근이나 이중섭 작품들이 어디에 있는지 조사해보라. 작품은 잘 전시되어 사람들과 호흡해야 하는데 수장고에 있거나 잘못 보관되면 썩어버린다. 작품의 가치가 시장에서 형성되기보다 탈법 상속과 뇌물로 잘못 형성된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신경숙

신경숙

신경숙 표절 문제는 어떻게 보나.
“저작권 침해와 표절은 상당 부분 같지만 다른 부분도 있다. 이를 전문가들도 구분하지 않고 혼용하여 이상한 현상이 생기고 있다.”
어떤 이상한 현상인가.
“예를 들어, 저작권은 표현을 보호 대상으로 한다. 그래서 표현만 바꾸면 아이디어가 같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오해다. 아이디어도 독창적인 것은 표절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신경숙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독창성 부분이다. 미시마 유키오 소설과 일부 비슷한 표현이 나오는데, 사람들은 얼마나 비슷한가 같은가에만 집중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미시마 유키오의 표현이 얼마나 독창적인가에 있다.”
신경숙의 작품이 아니라 미시마 유끼오의 독창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인가.
“그다지 독창성이 없다고 하면 신경숙이 가져다 썼다고 해서 표절로 그다지 크게 비난받을 것은 없다.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에서는 황군에 반대하는 쿠데타 세력과 싸우러 가기 전날 밤 부인과의 격렬한 정사 장면이 나온다. 신경숙의 『전설』은 남편이 한국전쟁에 나가기 전날 밤의 격렬한 정사 장면이 나온다. 전쟁, 장교, 죽음을 배경으로 한 신혼부부의 정사를 다룬 소설이 한두 개가 아닐 텐데 그 중에서도 미시마 유키오의 표현이 독창적이라고 본다면 신경숙은 표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장면에서 통속적 표현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신경숙의 혐의는 옅어진다. 결국 신경숙이 얼마나 갖다 썼느냐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미시마 유키오의 표현이 얼마나 독창적인가에 모아져야 한다. 그런 판단을 비전문가인 검찰이나 법원이 정확히 할 수 있는가. 수많은 작품을 검증해야 하는데, 그 검증과정이 바로 문학 아닌가.”
표절이나 진위 문제의 검증 과정이 바로 예술이란 뜻인가.
“그 속에서 예술의 발전이 온다고 믿는다. 대표적인 예로 19세기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워즈워스·콜리지·바이런 등 세 명 다 당대의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윌리엄 워즈워스는 여동생 도로시 워즈워스의 시를 가져다 썼다. 당시 여자는 문집을 내기 힘든 상황이라 가져다 썼다고 하는 이도 있고, 어려서부터 같은 환경에서 살다 보니 같은 경험을 하여 비슷한 문장이 나온 것이라는 등등 여러 논거가 있다. 이런 논의 자체가 문학의 발전을 가져오고 문학의 일부가 된 것, 문학 내 논쟁을 통해 가려져야 할 문제라는 얘기다.”
위작이나 표절 시비가 늘어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개인에겐 불행이지만. 표절이나 위작 시비가 있다는 것은 선진 문화에 진입했다는 증거다. 베껴서라도 선진국을 좇아가야할 때는 표절이 문제가 안 되었다. 90년대 이후다. 미국의 조 바이든 부통령도 표절 시비에 휘말린 적이 있었고, 독일 메르켈 총리 내각 중 국방장관과 교육부장관은 표절로 사임했다. 표절과 위작 시비는 고도의 지식사회로 진입했다는 증거로 본다. 무조건 나쁘게 보지는 않는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표절이나 위작 논란은 대단히 퇴행적이다.”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

퇴행적이란.
“예컨대 문화예술 작품이 논란이 될 경우 그에 대해 언급하는 전문가가 있으면 그 사람이 어느 편인지를 본다. 진보 쪽인지 보수 쪽인지. 편을 가른다. 그런 편가르기에 연루되고 싶지 않은 이들은 아예 끼어들려고 하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살아있는 사건은 피하고 죽은 사건만 다루는 문화가 된다. 우리 사회 전반에 전문가들이 입을 닫는 분위기다 보니 사법부가 블랙홀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정치의 사법화와 비슷하다. 헌법재판소는 선출된 권력이 아닌데 나라의 중요한 결정을 다한다는 비판이 있다. 선출된 권력이 문제를 풀어가지 않으니까. 유신시대에는 사법소극주의가 문제였다. 통치행위라고 하면 사법부가 관여를 안 했다. 오늘날은 지나친 사법 적극주의가 문제다. 정치가 제 기능을 못하여 현안을 사법부로 퍼 넘겨 생긴 사법 적극주의다.”
문화예술의 사법화도 비슷한 문제일 수 있겠다.
“헌법에서 대학의 자치를 허용했는데 대학이 표절문제 처리하겠다고 하면 누가 믿어 주겠는가. 신뢰를 잃어버렸다. 자치가 건전하게 형성되어있어야 한다. 미술계, 문학계 모두 마찬가지다. 자치 영역을 모두 제하고 경찰 국가를 만들 것인가. 누가 먼저 잘못했는지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조영남·신경숙·천경자 모든 얘기를 종합하면 자치가 좀 더 인정되어야 하고 자치를 통해 그 분야가 발전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 문학과 예술계에 특권을 주자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제대로 하는지 지켜봐 주고, 그들은 또 밖에서 지켜보는 이들이 있음을 알고 자정력을 키워가고, 사법은 좀 기다려주고 하는 일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
저작권법 전문가 남형두 교수는  문화예술 분야의 자치가 좀 더 인정되어야 하고 자치를 통해 그 분야가 발전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 며  자치를 잃은 곳에는 법치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저작권법 전문가 남형두 교수는 "문화예술 분야의 자치가 좀 더 인정되어야 하고 자치를 통해 그 분야가 발전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며 "자치를 잃은 곳에는 법치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의 학위 논문 표절 문제가 종종 나오는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대부분 표절을 부인하고 시간끌기로 가는데, 검증이 쉽게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에서 표절과 관련하여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허태열 비서실장의 경우다. 허태열씨는 표절을 깨끗이 인정해버렸다. 학자로 살 사람이 아니라고 읍소했고, 공직수행에는 지장이 없으니 봐주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 사례는 그간 표절에 관한 한 어렵게 쌓아온 기둥을 무너뜨린 일이라고 본다. 표절은 인정하고 봐달라고 해서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공직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인 정직성을 검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표절이 발각되면 넙죽 절 하면서 열심히 하겠다고 넘어가자는 얘기가 반복될 수 있다. 그건 아니다.”
외국은 어떻게 하나.
“학문 선진국의 경우 제대로 검증하는데 1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인사청문회의 표절 검증에는 인사의 신속성과 표절 검증의 엄격성이라는 두 가지 가치가 충돌한다. 두 가치를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일단 장관으로 임명하되 검증을 계속하여 표절로 확인되면 장관직에서 사임하겠다는 약속을 하면 된다. 그리고 그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문대성 전 의원의 표절 사건의 경우 IOC가 보인 태도는 그 점에서 배울 점이 있다."
남형두 교수.  표절 검색 소프트웨어의 결과만을 가지고 바로 표절 여부를 판정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고 우려했다. 신인섭 기자

남형두 교수. "표절 검색 소프트웨어의 결과만을 가지고 바로 표절 여부를 판정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신인섭 기자

 
표절 문제는 논란이 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당사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주홍 글씨가 되기도 한다. 피해를 줄이는 방법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
“표절 시비가 걸리면 그 자체로 낙인이 된다. 표절 논의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학문선진국의 경우 표절 제보가 들어오면 소속기관은 비밀리에 철저히 검증한다. 표절로 확인되면 학계에서 완전히 퇴출시키는 관행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런데 그간 우리의 경우 표절 시비는 학문적 목적에서가 아니라 학문외적 목적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표절 의혹이 제기되면 바로 포털 등 뉴스에 뜨고 의혹 당사자가 어떤 자리에서 낙마하게 되면 더 이상 검증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과거 표절 시비에 휘말렸던 사람들이 여전히 활동하는 경우를 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그들 입장에서는 표절로 최종 판정된 바가 없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표절 검색 소프트웨어가 다 해주는데.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표절 검색 소프트웨어의 장점이 있기는 하다. 눈으로 일일이 확인해야 할 것을 소프트웨어가 순식간에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결과를 가지고 바로 표절 여부를 판정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일반지식의 경우 가져다 쓰면서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 해서 표절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가져다 쓴 부분이 일반지식인지 독창적 아이디어인지를 따져보는 것은, 그 자체로 학문의 과정이다. 그런데 표절 검색 프로그램은 어떤 것이 일반지식인지 독창적인 것인지를 구별하지 못한다. 그래서 학문선진국의 경우 표절 검증을 하는 위원회에는 그 분야 최고의 전문가가 관여한다. 미국의 프린스턴 대학 같은 곳에서는 이런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에도 최근 표절 검색 프로그램만을 가지고 비전문가들이 표절 검증을 하겠다고 나서는 경향이 있는데,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표절에 관한 이해 그 자체를 정확히 하는 전문가층이 얇다.”

배영대 문화선임기자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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