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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 통해 본 삶·죽음, 생명력

윤진영(47)씨는 ‘곰팡이 작가’라 불린다. 곰팡이를 직접 배양해 사진을 찍는다. 그가 물감처럼 구사하는 곰팡이는 부패와 발효로 생태계 안에서 분해자의 구실을 한다. 대부분 사람에게 곰팡이는 두렵고 혐오스런 대상이다. 윤 작가는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부패와 같은 부정적 현상으로 인해 곰팡이의 본질적 가치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 점에 매혹되었다. 강한 생명력과 인간이 느끼는 불편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그로테스크하지만, 그 양면성의 경계 지점에서 작가는 곰팡이의 아름답고 긍정적인 측면을 바라보고자 했다. 그것이 곧 삶과 죽음의 경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곰팡이처럼 인간이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는 것은 위협적이고, 그래서 죽음을 상기시킨다.
동물 에 배양한 곰팡이 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탐색하는 윤진영 작가의 ‘침입종’. [사진 일우재단]

동물 에 배양한 곰팡이 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탐색하는 윤진영 작가의 ‘침입종’. [사진 일우재단]

3일 서울 서소문로 일우 스페이스에서 개막한 ‘윤진영: 분해자’는 “곰팡이를 통해 나만의 죽음을 표현하고 일종의 ‘죽음의 기념비’를 제작한다고 생각하면서 작업하고 있다”는 그의 근작전이다. 제7회 일우사진상을 수상한 윤 작가의 기념전으로 사진과 영상 등 ‘분해자’ 연작 20여 점을 선보였다. 지난해 중앙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으며 ‘잠재력이 탄탄한 대형작가의 탄생’이란 평을 들었던 작가다.

윤진영 일우사진상 수상 기념전
작년엔 중앙미술대전 대상 받아
“눈에 보이는 것 재현은 매력없어
보지 못했던 것들 찍는 게 중요”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윤 작가는 완벽한 통제가 불가능한 곰팡이 배양의 순환체계에서 나름의 통찰을 얻었다. 곰팡이의 과학적, 예술적 조절을 지향하지만 자연의 우연성을 피할 수는 없어 작품으로 완성되는 건 20%가 채 되지 않는다. 동물 조각 위에 입힌 배지(곰팡이 밥)에서 예측할 수 없는 색과 형태가 피어나는 것을 살피며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우연에 의존하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순응과 저항을 반복해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 전체가 그에겐 섭리를 찾아가는 길이다.

“내가 집중하는 부분은 우연이다. 우연은 죽음처럼 불안한 것이고 인간의 인식 영역 밖에 있어서 신비롭다. 인간이 죽음의 본질을 안다면 죽음은 더 이상 두려운 영역이 아닐 것이다. 죽음과 고통 앞에서의 생명력이 더 강하고 아름답게 인식된다”고 그는 말했다.

윤 작가는 “눈에 보이는 것을 사실적으로,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재현하는 것은 매력 없다”고 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 혹은 이전에 눈으로 보지 못했던 것들을 찍는 게 중요하다.‘침입종’ ‘곰팡이 동물계’ ‘곰팡이 아포토시스(예정세포사)’ ‘경계’ 등 네 부류로 나뉜 나눈 출품작은 자연을 통제하면서 역으로 지배당하는 인간과 자연(미생물)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전시를 둘러본 이상엽 작가는 “스트레이트 사진에 자기 얘기를 담으며 자연과학자의 태도를 견지한 창의적 배합이 신선하다”고 했다. 신수진 일우재단 예술감독은 “시간, 우연, 탄생과 죽음 등 물리학에서 철학에 걸친 생각을 비장미 서린 한 화면에 밀도 있게 압축한 솜씨가 인상 깊다”고 했다. 전시는 12월 21일까지. 02-753-6502.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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