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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융복합 예술이 뒷돈 챙긴 창구였나” 들끓는 문화계

4일 광화문광장에서 ‘우리가 모두 블랙리스트 예술가다’ 회원들이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4일 광화문광장에서 ‘우리가 모두 블랙리스트 예술가다’ 회원들이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문화예술계의 저항이 거세다. 지난 3일 서울연극협회가 “문화융성위를 해체하라”고 포문을 연 이후 음악·무용·출판계 등의 시국 선언이 매일 이어지고 있다. 책임자 처벌, 박근혜 퇴진 등 발언 수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장르 불문이요 좌·우 이념마저 넘어서고 있다. 민감한 정치적 현안엔 다소 거리를 둔 채 예술 본연의 정체성을 유지하고자 했던 과거와 전혀 다른 모양새다.

순수창작지원 522억 → 274억 반토막
차은택 사업은 903억 2년새 8배로
4년내내 공연예술 검열 논란도 시끌

무엇이 개성 뚜렷한 예술가들을 하나로 뭉치게 만든 것일까. 송형종 서울연극협회장은 “제대로 뒷통수를 맞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들어 기초예술에 대한 지원이 확연히 줄어드는 대신 이름도 대기 어려운 엉뚱한 융·복합 예술이 전면에 등장했다. 그게 무슨 철학과 비전이 있어서 그런 줄 알았더니 비선실세 뒷돈 챙기는 수단으로 전락할 꼴 아닌가. 배신감에 몸이 떨린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따르면 2014년 522억원에 이르던 순수 창작지원 예산은 이듬해 317억원으로 줄더니 올해 274억원, 내년 245억원으로 3년 만에 반토막이 나고 말았다. 한때 5000억원에 이르던 문예진흥기금도 내년 고갈될 처지다.
반면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씨가 주도한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엔 지난해 119억원이 집행되더니 올해는 무려 903억원으로 8배 가량 늘어났고, 내년 예산 역시 당초 1278억원이 책정돼 있었다. “가난한 예술가의 푼 돈 빼내 최순실·차은택 먹여살렸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 4년간 박근혜 정부를 관통해 온 문화계 이슈는 ‘검열 논란’이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 9월 박정희·박근혜 대통령을 ‘조롱’하고, 노무현 대통령을 ‘미화’한 박근형 연출가의 연극 ‘개구리’가 출발점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이토록 정치적으로 편향된 연극이, 그것도 국립극단에서 버젓히 공연한다는 것에 청와대가 기겁을 했다”고 전했다. “유진룡 장관과 문체부가 그 시점부터 찍히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좌파 성향 예술가들에 대한 정부의 보복은 꽤 집요했다. 지원 대상에서 아예 탈락시키거나 심지어 심사 결과를 번복하기도 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으로 논란을 촉발시킨 부산국제영화제의 파행 사태도 진행과정은 엇비슷했다. 심지어 올 10월엔 무려 9000여명에 이르는 ‘문화계 블랙리스트’까지 폭로됐다.

정수연 한양대 겸임교수는 “특정 정파를 배제시키는 문제로만 인식돼 온 ‘검열’ 논란이 최순실 게이트를 거치며 정당성을 확보해 문화계 전체를 묶는 동력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쪽에서 검열의 칼날을 휘둘렀다면, 그 반대편에선 과도한 편파지원으로 문화계 전반을 수렁으로 내몬 측면도 있다. 이와 함께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 공공의 장(場)에서 검증이 안 된 인물이 문화계 수장으로 등장했을 때부터 문제제기를 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일부에선 조윤선 문체부 장관이 관여했다는 주장이 7일 제기됐다. 조 장관이 2014년 6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근무할 당시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했다는 주장이다. 문체부를 퇴직한 모 국장 역시 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2014년 하반기에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작성한 블랙리스트가 교육문화수석실을 통해 문체부로 내려왔다는 소문이 돌긴 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조 장관측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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