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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통령제는 왜 거듭 실패하나

김 혁 서울시립대 교수·행정학

김 혁
서울시립대 교수·행정학

그저 참담하다는 말 이외에는 무엇이 가능할까? 침몰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정치와 민주주의를 바라보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좌절과 침통함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렇게 넋 놓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어 학자로서의 책임을 느끼며 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가를 되짚게 된다. 그리고 앞으로 어찌 하면 현실을 극복하고 희망의 정치를 다시 세우게 될 수 있을지 고민해 보고자 한다.

민주국가 중 대통령제는 20%뿐
그나마 미국이 유일한 성공 사례
강한 의회가 대통령 견제한 덕
감사원 국회 이관, 청문회 강화를


우리는 건국 이래 대통령제의 지속적인 실패를 맛보고 있다. 전직 대통령들의 권력욕에 의한 장기집권, 독재, 친인척 비리에 의한 국정 혼란 등에 시달려야 했으며 대통령들의 슬픈 결말을 목도해야 했다. 왜 우리의 대통령제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가?

일반의 상식과는 달리 대통령제 국가는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 중 5분의 1 수준을 넘지 않는다. 그중 성공 사례는 실제 제도 고안국인 미국이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대통령제의 출현은 미국의 건국과 함께 전혀 새로운 민주주의적 권력구조를 창안하면서 출발했다. 건국 당시 헌정 대표들의 목표는 독재 가능성은 전혀 없으면서 국가 지도력을 제공하는 행정수반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호하고 독재를 회피하고자 강한 의회와 약한 행정부를 구축하기 위해 대통령의 역할과 권한에 많은 제한을 두었다.

미 헌법을 살펴보면, 대통령은 국정 운영의 핵심이라기보다는 행정부의 총책임자로서 대표성을 배제한 행정가에 불과하다. 미 헌법은 의회에 대해서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음에 반해 국정 운영과 관련한 대통령의 권한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을 정도로 대통령의 위상이 제한적이다. 20세기 들어 현대적 대통령제가 확립되면서 대통령이 국정 운영의 핵심 주체가 되었지만, 미 대통령제에서는 의회의 확실한 견제와 함께 상호 동반자적 지위를 인정하며 지속적인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시기에 대통령제를 채택했으나 오랜 기간 동안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미명하에 의회가 유린되기 일쑤였으며, 권위주의적이며 제왕적인 대통령제가 구축돼 왔다. 국회가 대통령제에서 담당해야 할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대통령의 시녀 또는 들러리로 기능해 왔다고 비판당해 왔다.

대통령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 현대국가의 발전과 함께 대통령이 강력한 행정부의 중심으로 등장했지만 헌정적으로나, 이론적으로나 여전히 국가 운영의 중심에는 의회의 기능이 핵심적으로 존재한다. 성공적인 의회 없이는 성공적인 대통령제도 없다는 뜻이다.

그럼 의회의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해 어떠한 제도적 고려가 필요할 것인가? 국회는 실질적으로 청와대와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처럼 감사원의 기능을 국회 예하로 이관하고 청문회 제도도 활성화시켜 상시적으로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 강한 의회의 견제하에서 대통령은 비로소 독선과 독재의 욕구를 진정시키게 된다. 미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일과 중 하나는 여야를 막론한 의원들과 국정을 논의하고 설득하는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의회와 대통령 간 양방향의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이루는 것이 필수적이다. 정무수석을 중심으로 당·정·청 간 협의가 활성화돼야 한다. 청와대 비서실 내 정무수석실에서 대 국회 및 정당 관련의 보좌 기능을 담당하고 있으나, 조윤선 전 정무수석이 역할을 할 당시 대통령을 단 한 번도 독대하지 못했다는 답변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오늘날 절체절명의 위기적 상황하에서도 우리의 대통령은 국회와 소통을 거부하고 독주하고 있다. 청와대는 새누리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 간담회 도중에 신임 총리 및 부분 개각을 발표해 대책을 강구하던 중진 여당 의원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어떤 해결책을 내놓아도 대통령이 원치 않으면 백약이 무효인 게 현실이다.

대통령제는 확고한 의회 기능의 활성화를 전제할 때에만 가능해지는 권력분립의 제도다. 의회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으면 곧바로 독재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제도인 것이다. 현대판 제왕의 독선에 의한 통치 실패를 막으려면 의회의 역할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의회가 올바로 기능하는 대통령제를 도모하든가, 아니면 아예 권력구조의 변화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내각제 정권을 전복한 이후 등장한 대통령제 정권은 이후 안보의 미명하에 대통령제에 대한 잘못된 신앙을 심어 왔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 위에 서 있는 강한 의회의 나라에서만 대통령제는 성공할 수 있다. 우리의 여건하에서 과연 대통령제가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제는 우리의 권력구조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실패로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 전 분야는 당분간 후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좌절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용기를 내자. 결국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다. 우리 국민이 이겨내야 한다.

김혁 서울시립대 교수·행정학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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