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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의 시시각각] 박 대통령, 애국의 승부수 던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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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논설실장

대한민국이 박근혜 대통령을 버리는 분위기다. 지지율이 고작 5%다. 2차 사과의 ‘약자 코스프레’는 통하지 않았다. 대통령은 “사이비 종교에 빠진 게 결코 아니다”고 했지만 여전히 국민 눈에는 삿되고 요사스러운 기운이 주위를 감돈다. “이러려고 대통령 됐나…”는 자탄조차 조롱과 경멸의 대상이다. 박 대통령은 권력에 미련을 못 버린 듯하지만 이미 정부는 붕괴 위기다. 경찰마저 눈치를 보고 있다. 자칫 촛불집회를 진압하다 인명 피해라도 생기면 그야말로 끝장이다.

다 비우고 내려놓아야
모든 것을 잃지 않는다


국민은 모욕과 배신감에 박 대통령을 ‘비호감’으로 찍어 버린 지 오래다. 왜 최순실 주변에는 몰래 휴대전화를 녹취하고 폐쇄회로TV(CCTV)를 찍는 등 지저분한 사람들뿐인가. 우리 사회가 그런 수준 낮은 인물들에게 대리통치당했다는 수치심에 분노하고 있다. 국민은 청와대 문서 유출을 ‘국기 문란’이라 단죄하던 대통령이 왜 최순실에겐 거리낌 없이 비밀 문서를 넘겨줬느냐고 묻고 있다. ‘의리’를 내세우던 대통령이 국민의 믿음을 송두리째 배신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자력으로 통치기반을 복원하기는 불가능하다. ‘국민 행복, 희망의 새 시대’는커녕 ‘헬조선’과 ‘탄핵·하야’의 구호가 넘친다. 돌아보면 이 정부는 줄곧 북한의 헛발질에 의존해 왔다. 온갖 인사 참사도 장성택 처형과 지뢰 도발,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등에 파묻혔다. 2014년 4월의 세월호 침몰과 2015년 5월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는 정부의 무능을 드러낸 대형 악재였다. 하지만 대통령의 오만도 그런 엄청난 사건들에 파묻혀 넘어갔다. 박 대통령의 독선은 지난해 7월 유승민 원내대표 찍어내기에서 시작해 그해 9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때 본모습을 드러냈으며, 올해 4월 총선의 ‘진박 공천’으로 막장 드라마를 완성했다.

어쩌면 지금 박 대통령의 정치생명은 야당의 자비에 달려 있는지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에서 손 떼고 국회에 권력을 넘기라”고 요구한다. 그 대신 하야와 탄핵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차기 대선 여론조사 1위인 문재인 전 의원을 의식한 ‘부자 몸조심’이 깔려 있다. 이에 비해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은 ‘즉각 하야’를 주장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새누리당 주자들이 안착할 틈을 주지 않아야 중도층을 끌어안는 데 유리하다는 계산이 묻어난다. 야권의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등도 판을 흔드느라 선명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의 친박은 반기문 영입을 위해 난파선을 부여잡고 끝까지 발버둥치고 있다. 초라한 신세다.

이번 사태는 박 대통령의 시대착오적 가치관과 삶의 방식에서 비롯됐다. 헌법과 법률에 따른 내각·비서실 등을 제쳐 놓고 무속인 냄새가 펄펄 나는 최순실 등 사적 채널로 국정과 인사를 전횡하다 들킨 것이다. 아무리 “사이비 무당이 아니다”고 부인해도 소용없다. 정치판에선 팩트보다 이미지가 훨씬 중요한 법이다. 뒤늦게 내각·비서실을 활용하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다짐해도 먹혀들 단계가 아니다. “최순실이 구치소에서 텔레파시로 조종한다”는 음모론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박 대통령은 이제 헌정 중단의 비극을 막는 데 집중해도 벅찰 판이다. 선택의 시한은 12일 집회까지 닷새밖에 남지 않았다.

민주공화국에는 국민이 선출한 두 개의 권력이 있다. 하나는 대통령이고, 다른 하나는 의회다. 대통령의 권한 행사가 불가능할 때는 의회로 권력을 넘기는 게 맞다. 다행히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과거에 집권을 해 본 경험이 있다. “대통령이 (권력을) 내려놓고, 버리고 (살길을) 찾으면 국민도 호응할 것이다. 야당도 지나치면 역풍을 맞는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의 경고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애국은 박 대통령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제 국민과 의회를 믿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참고로, 인디언 부족은 달마다 이름이 달랐다. 모호크족은 11월을 ‘많이 가난해지는 달’이라 했고, 아라파호족은 “모두 다 사라지는 것은 아닌 달”이라 했다. 박 대통령의 11월도 더 많이 가난해져야 모든 걸 잃지 않을 듯싶다. 나라 사랑한다면 다 비우고 내려놓아야 할 때다.

이철호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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