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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헌법 정신 세워야” “민심의 바다서 사실상 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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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는 5일 서울 반포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딸 결혼식에 모인 기자들에게 “그런 건(자진사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5일 자진사퇴 거부 의사를 밝히자 야권은 박근혜 대통령과 김 후보자에 대해 일제히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고(故) 백남기 농민 영결식이 열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지금 여당 내 상당수도 (김 후보자를) 부결시키겠다는 분위기인데 굳이 시간을 끌 필요가 있느냐”며 “총리는 다음 기회에 하시는 게 어떤가”라고 말했다. 김부겸 의원도 “(김 후보자와 한광옥 비서실장이) 아마 아직도 자신들의 과거 야권의 연고를 생각해 ‘내가 야당을 설득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같고 있는 듯하다”며 “그건 이 상황을 정확히 꿰뚫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순실 국정 농단] 김병준 자진사퇴 거부로 박 대통령에 집중 포화

야당은 이날 김 후보자가 강경 입장을 밝힌 것을 선전포고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2선 후퇴 거부로 보고 있는 야당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그동안 야권에선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잇따라 정권 퇴진을 요구했고 민주당에서도 30여 명의 의원이 공식 성명을 통해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다. 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별도 특검과 국정조사, 김 총리 내정 철회 및 대통령 2선 후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정권 퇴진 운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지금 박 대통령은 3당 대표와의 회담을 통한 합의로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며 “김 총리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고 새누리당을 탈당하라”고 요구했다.

[신중론 펴던 대선주자들도 강경으로]

민주당 차기 대선주자군 내에서 ‘신중론 vs 강경론’으로 나뉘던 정국 해법 방향도 주말을 지나며 강경론으로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신중론을 펴 온 안희정 충남지사는 이날 영결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은 국민 민심의 바다에서 사실상 탄핵된 상태다. 이대로는 국정 운영이 불가능하다”며 “즉각 2선 후퇴하고 의회 지도자와 당장 상의하지 않으면 박근혜 정부는 침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의회가 국정을 이끌기 위해 야당 지도자 중심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한 것보다 수위를 높였다. 거국내각을 강조하며 신중론을 펴 온 김부겸 의원도 “가능한 한 (발언을) 아끼고 아꼈는데 점점 더 충돌이 불가피한 쪽으로 가는 게 아닌가 한다. (민심의) 흐름에 야권이 어쩔 도리가 없다”며 “(정권 퇴진 투쟁까지) 해야 하는 흐름이 되면 모든 것을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내 국민에게 맞선다면 중대 결심을 하겠다(4일)”고 밝힌 문재인 전 대표만이 이날 언급을 자제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백남기 농민에 대해서만 “이 땅의 모든 농민들께 죄송스러운 심정”이라고만 말했다. 대통령 퇴진 운동이나 김병준 총리 후보자의 자진사퇴 거부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강경한 입장이었던 야당 대선주자들은 공세 수위를 더욱 높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백남기 농민 추도사에서 “이제 모두 함께 들고 일어나 대한민국의 역사를 다시 쓰겠다”며 “불의(不義)한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하야시키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지난 2일부터 “대통령 즉각 사퇴”를 요구하며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박 시장은 시민사회와 정치권이 함께 참여하는 ‘비상시국회의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박 시장 측 관계자는 “정치권만의 기득권 나누기로는 1987년 대선 패배가 반복될 뿐”이라며 “시민사회까지 참여한 새 틀을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지금 대한민국은 이미 대통령 궐위 상태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능력·도덕성·권위도 상실했다”며 “이제 하야의 단계를 넘어서 대통령 탄핵, 새누리당 해산뿐이다. 정치권은 즉시 대통령 탄핵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앗아갔다. 유가족이 바라는 것처럼 반드시 진상을 규명한 뒤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며 “무너진 헌법 정신과 정의를 새롭게 일으켜 세우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온몸을 던지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대선 주자인 남경필 경기지사는 “마지막 남은 시한이 다음 주말인 12일까지다. 이때까지 여야가 합의한 좋은 총리감을 추천한 뒤 대통령은 2선 후퇴하라는 게 새누리당 지지성향 시민들의 의견”이라며 “파국은 막아야지 이 상태로 가면 불행한 사태가 올까 걱정이다. 이정현 대표 체제도 (야당이) 인정 안 하니 빨리 물러나는 게 좋다”고 주장했다.

[정진석 “대통령 하야 요구 수용 어렵다”]

하지만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하야(下野)를 요구하는 것은 문재인·안철수 둘만 다음 대선 무대에 세우자는 얘기”라며 “이 같은 요구가 정치적으로 받아들여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김 후보자의 딸 결혼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밝혔다. 이어 “대통령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지긴 했지만 하야를 요구하는 민심이 압도적이라고 보진 않는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정 원내대표는 만약 박 대통령이 현직에서 물러나면 60일 이내에 후임자 선거를 치러야 하는 헌법 조항 때문에, 대선 90일 전에 사퇴해야 하는 시·도지사는 출마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박원순 시장, 안희정 지사 등 야당 대선주자들은 박 대통령의 하야를 원치 않을 거라는 게 정 원내대표의 계산이다. 정 원내대표는 또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고 밝혔는데, 조사 시작도 하기 전에 하야하는 것은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특검 신경전, 여 “중립 인사면 OK”, 야 “조건 달면 안 돼”=이른바 ‘최순실 특검’과 관련해 정 원내대표는 “야당이 요구해 온 별도 법안을 만들어 특검을 해도 좋고, 상설특검을 한다면 후보자 두 명을 야당이 모두 추천해도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인사가 특별검사를 맡는다면, 그 방식은 야당 마음대로 해도 좋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특검을 임명하는 내용의 상설특검법을 활용하자는 입장에서 한발 양보한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립적 인사’라는 조건에 비판적인 입장이다. 우 원내대표는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는 법”이라고 했고, 민주당 비선실세대책 특별위원장인 전해철 의원은 “과거 ‘내곡동 특검’ 때도 야당이 추천한 사람이 특검을 맡은 전례가 있는데도 새누리당은 계속 조건을 걸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야 3당은 다음주 특검 운영에 대한 원내수석부대표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최선욱·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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