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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생 ‘교복 부대’ 등장 … “국민 배신감 안다면 하야해야”

5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 2차 국민행동 및 촛불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중·고등학생들이 박 대통령 하야와 교육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5일 오후 6시, ‘최순실 게이트 책임자 처벌과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제2차 범국민대회’에 참가한 시민 20만여 명(집회 주최 측 추산)이 거리 행진을 시작했다.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치는 행렬을 길가에서 바라보던 노인들이 박수를 치며 “잘하고 있어” “대한민국 애국자들이네”라며 호응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심야까지 이어진 촛불 시위

집회 행렬에 박수를 보내던 박모(64)씨는 씁쓸한 표정으로 “난 박 대통령을 지지했는데 지금은 시위대를 응원하는 마음이 든다. 우리는 뒤에서 그렇게 해먹는다는 걸 모르지 않았나”고 말했다. 이모(70)씨도 “나도 박 대통령을 뽑았는데 지금은 시위대를 지지한다. 잘못한 건 잘못한 거다. 두 여자(박 대통령·최순실)가 나라를 말아먹었다”고 혀를 찼다.



[거리 행진에 시민 응원 쏟아져]



이번 집회는 규모도 컸지만 집회에 직접 참가하지 않은 시민들에게도 지지를 받았다. 집회를 시작한 오후 4시만 해도 참가 인원은 주최 측 추산 6만 명이었지만 행진을 시작하면서 대열에 합류하는 시민들이 급격히 늘어났다. 경찰이 집회 규모를 추산하지 못할 정도였다. 행진 때문에 차로가 막혀 우회하는 차량들도 2002년 월드컵 때처럼 리듬에 맞춰 경적을 울리며 응원을 보냈다.



보통 대규모 집회가 벌어지면 인근 상인들은 매출에 타격을 입어 시위에 부정적이다. 하지만 이번 집회 때는 달랐다. 남대문시장 앞을 행진하는 참가자들을 향해 시장 상인들이 손을 흔들고 박수를 쳤다. 행진 대열에서는 커다란 환호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시장에서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남진창(58)씨는 “먹고사는 일에 치여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게 부끄럽다”며 “참다 참다 울분이 터진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건 그만큼 심각한 상황이란 의미”라고 말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고교생은 물론 중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도심 대규모 집회에 수백 명 이상의 ‘교복 부대’가 등장한 것은 최근엔 드문 일이었다. 이날 오후 2시에는 ‘중고생연대’ 등 학생 단체들을 중심으로 중·고교생 1000여 명이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중고생연대와 같은 단체 소속이 아니라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소식을 접하고 집회에 나섰다. 특히 학생들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이화여대에 부정 입학했다는 의혹에 대해 분노를 터뜨렸다. 집회 발언자로 나선 박기쁨(17)군은 “새벽까지 학원에 잡혀 1점이라도 올리려 안간힘을 쓸 때 누군가는 돈과 권력으로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일류 대학에 들어갔다. 박 대통령은 국민의 배신감을 안다면 이른 시일 안에 하야하라”고 말했다. 광화문 KT 본사 앞에 모인 청소년 단체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 회원들은 “현재까지 896명의 청소년이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이달 12일 민중총궐기 때는 민주주의를 살리려는 청소년이 모인 ‘청소년 시국대회’를 개최하겠다”고 했다. 학생들의 집회 참여가 점차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도올 김용옥 “우리는 혁명을 해야 한다”]



행진을 마친 뒤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무대에서는 시민과 각계 인사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마이크를 잡은 도올 김용옥 한신대 석좌교수는 “단군 이래 어떤 집회와도 다르다. 우리는 혁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집회에서 시민들이 대통령 퇴진만큼이나 많이 외친 구호 중 하나는 “못살겠다 갈아보자”였다. 1952년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 땅에 떨어졌을 때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구호다. 시민들의 분노가 당시와 비슷하다는 방증이다. 실제 집회 현장을 찾은 시민들은 정권에 대한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대학생 김지은(24)씨는 “시민으로서 분노를 표출할 창구가 없어서 집회에 나왔다. 대통령이 사과를 했지만 지도자라면 자기의 개인적 슬픔이나 연민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 메시지와 향후 대책이 있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 살 아들과 함께 나온 조연정(45)씨도 “너무 화가 나서 가만히 있다가는 우울증에 걸릴 것만 같았다. 대통령이 내세운 ‘신뢰’와 ‘원칙’은 완전히 무너졌다”고 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쳇말로 ‘멘붕’ 상태인 일반 시민들의 불만과 분노를 표출하는 장으로서 집회가 기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집회 규모가 커진다는 것은 정부와 정치권의 대응이 분노를 해소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집회에 앞서 오후 2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고(故) 백남기씨의 영결식도 집회의 기폭제가 됐다. 백씨는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뒤 317일간 사경을 헤매다 지난 9월 25일 서울대병원에서 숨졌다. 이날 영결식에는 야권 주요 정치인과 시민단체 관계자, 일반 시민 등 1만여 명이 참석했다. 영결식에 참석한 시민들은 이후 집회에 합류했다. 김용수(48)씨는 “예전 민주화 항쟁 때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백남기 농민 사건이 비슷하다고 생각해 분노했다. 처음으로 집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경찰은 1만7600명의 대규모 병력을 동원했지만 참가자들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경찰은 차로를 점거한 거리 행진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었지만 청와대 방면을 제외한 종로·서울시청 방향의 행진은 허용했다. 행진하는 집회 참가자들을 차량으로 쫓아가며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질서를 지켜주시기 바랍니다”고 방송하는 것이 전부였다.



[전국 각지에서 ‘대통령 퇴진’]



이날 서울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가 이어졌다. 부산역 광장에서는 3000여 명이 참가해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을 지고 당장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부산역 광장에서 서면까지 거리 행진을 벌이며 구호를 외쳤다. 부산대와 부산교대 등 부산 지역 5개 대학 총학생회도 오후 5시 서면에서 대학생 시국대회를 열고 거리 행진에 합류했다.



광주 금남로에서도 오후 6시부터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광주 시국촛불대회가 열렸다. 경찰 추산 1500여 명이 대통령 하야를 촉구했다. 대전·충청권의 KAIST와 충남대·공주교대 학생들도 민주수호대전운동본부와 함께 대전 둔산동 갤러리아타임월드 앞에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일부 지역 시민단체들은 12일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가할 계획이다. 다음주 촛불시위 규모는 훨씬 커질 전망이다.



 



 



남윤서·정진우·김나한 기자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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