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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금 개입 정도 따라 ‘피의자’ 될 수도 최 구속 만기 전후 직접 조사 가능성

박근혜 대통령이 4일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필요하면 특검 수사를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948년 헌법이 제정된 이래 현직 대통령이 처음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검찰과 특검 수사 수용’을 골자로 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다. 검찰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최순실(60·구속)씨가 3일 구속된 만큼 그가 재판에 넘겨지기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상 첫 현직 대통령 수사

2012년 11월 14일 ‘이명박 정부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사건’ 특별검사팀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공소권 없음’ 결론을 내놨다. 무혐의가 아닌 헌법 제84조의 불소추 특권에 따라 기소할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특검팀은 “청와대의 조사 거부 등으로 김인종 경호처장 등 3명을 특정경제범죄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기며 이를 지시한 것으로 고발된 이 대통령은 청와대의 협조 거부 등으로 조사가 안 돼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특검팀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법조인은 “결국 김윤옥 여사에 대한 진술서를 받고, 아들 이시형씨의 소환 조사로 수사를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퇴임한 뒤 검찰의 관련 조사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 특검의 공소권 없음을 면죄부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012년 기소된 김 전 처장 등 3명의 유죄가 2013년 대법원에서 확정되며 기록이 모두 검찰로 넘어갔지만 이후 어떤 결론이 났는지 기억하는 이는 없다. 당시 검찰 지휘부에 있던 한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 퇴임 후 다시 조사해 어떤 방식으로든 결론을 내렸어야 하지만 당시 수사를 재개했던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재직 중 처음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첫 사례다.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도 헌법 제84조(불소추 특권)를 들어 ‘대통령’이란 단어조차 금기시하던 태도를 바꿨다. 특수본 관계자는 “수사 상황에 따라 (조사 시기와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이 모든 사안의 정점에 있는 만큼 관련 조사가 충분히 이뤄진 뒤 마지막에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한 부장검사는 “현직 대통령인 만큼 단 한 차례 조사로 마무리할 것”이라며 “최순실씨 등 핵심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가 모두 마무리된 후 대통령 개입 여부를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선 최씨의 구속만기일(22일)을 전후해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검찰은 현직 대통령이란 점에서 조사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다. 일단 과거 고위층 조사 때 자주 이용되던 서면 조사는 배제한다는 것이 검찰 내부 분위기다.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이미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다”고 진술한 마당이다. 따라서 청와대 직접 방문 또는 검찰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 방문 조사가 유력해 보인다.



과거 이 전 대통령도 2008년 2월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 사건과 관련해 서울시내 한정식집에서 당선인 신분으로 3시간 동안 정호영 특별검사팀의 방문 조사를 받은 사례가 있다. 이 전 대통령은 피내사자 신분이었고 무혐의 결론을 받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상황은 다르다. 박 대통령이 직접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현재로선 신분을 피고발인이나 참고인 등으로 특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미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 과정에서 직권남용 혐의로 최씨와 안 전 수석은 공범이 됐다.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도 청와대 문건유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체포됐다.



검찰이 박 대통령에게 직접 조사할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①미르·K스포츠재단의 출연금 강제 모금을 안 전 수석 등에게 지시하거나 대기업에 직접 참여를 요구했는지 여부 ②대통령 연설문과 외교안보 문서 등 청와대 문건을 최씨에게 직접 또는 정 전 비서관 등 청와대 직원을 시켜 전달했는지 여부 ③차은택(47·CF 감독)씨가 정부의 문화성장 정책을 주도하며 이권을 챙길 수 있게 묵인했는지 여부다. 박 대통령은 의혹에 대한 개입 정도에 따라 ‘피의자’가 될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을 직접 만나 출연금에 대해 언급하는 등 직접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미르재단이 탄생하기 3개월 전인 지난해 7월 24일 삼성 등 대기업 총수 17명을 청와대로 불러 간담회를 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한류 확산을 위해 기업들이 도와야 한다”며 “재단 형태를 만들어 민관 합동으로 지원하면 좋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 뒤 박 대통령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7명의 대기업 총수를 개별 독대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내용을 지난달 29일 청와대 관계자 자택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관련 자료를 통해 확인했다. 박 대통령이 7월 24일 3명의 대기업 총수를 먼저 만나고, 다음 날인 25일 청와대 인근 안가(안전가옥)에서 4명의 총수를 만나 재단 설립에 도움을 줄 것을 말했다는 구체적인 정황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안 전 수석이 작성한 업무일지에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검찰 수사대로면 대기업 모금은 결국 대통령에게서 시작된 셈이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에게 직권남용과 강요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대통령 수사의 걸림돌은 많다. 내곡동 특검팀도 청와대의 수사 비협조, 거부 등으로 확보하지 못한 주요 자료가 많다는 점을 기록으로 남겼다. 자료 협조 등을 요구해도 청와대가 거부하거나 알맹이를 뺀 자료를 주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 이는 검찰이나 특검이나 마찬가지다.



검찰 수사에 이은 특검 수사는 시간의 싸움이다. 과거 특검은 기간 연장을 대통령에게 승인받아야 하는데 이를 거부하면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아도 특검의 문을 닫아야 했다. 내곡동 특검 역시 30일의 수사 기간이 종료되기 전 결정적 단서를 확보해 수사 기간 15일 연장을 이 전 대통령에게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검찰이 지난달 30일 7박스 분량의 청와대 자료를 확보했지만 청와대와 관련된 의혹을 입증할 자료가 담겨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현직 대통령을 여러 차례 조사할 수 없는 검찰 입장에선 시간과 물량에 쫓길 수밖에 없다. 한 현직 검사장은 “결국 대통령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협조할지가 이번 사건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이석·현일훈·서준석 기자oh.i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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