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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이 해먹은 수법 참 원시적, 특검 말고 뾰족한 방법 없어”

김상선 기자



심재륜(72·사진) 전 대검 중앙수사부장. 검찰 역사상 ‘살아 있는 권력’에 칼을 들이댄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1997년 5월 17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가 구속됐다. 김씨는 아무 공식 직함도 없었지만 ‘소통령’이라 불렸던 당시 권력의 막후 실세였다. 한보그룹 비리사건 때 이름이 등장했지만 1차 수사 때는 김씨의 비리를 밝혀내지 못했다. ‘몸통을 겨냥하지 못하고 깃털만 건드렸다’는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결국 검찰은 심재륜 당시 인천지검장을 중수부장으로 임명해 김현철씨를 다시 수사했다. 권력의 외압에다 증거 확보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심 중수부장은 ‘묘수’를 발휘했다. 김씨가 기업인들로부터 돈을 받은 것에 대해 최초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최순실 국정 농단] YS차남 김현철 수사 심재륜 전 중수부장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수사를 받겠다고 나섰다. 현 상황은 당시와 유사하게 흘러가고 있다. 지난 3일 심재륜 변호사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때보다 많이 연로해 보였지만 ‘강골 검사’의 기백은 여전했다.



-97년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를 수사할 때와 현 상황이 비슷하다.“지금 스토리가 거의 비슷하게 흘러간다. 당시 노동법 날치기 사건과 한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1월에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 나는 인천지검장으로 갔다. 원래 인천지검장은 옷을 벗는 자리였다. 그런데 1차 수사에서 김현철씨를 단순 참고인으로 조사했다. 국민들의 저항이 심했다. 일부 시민이 검찰청에 와서 데모를 하고 달걀을 던졌다. 국면 전환을 하기 위해 최병국 중수부장을 경질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YS 정부가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 첫째는 ‘김현철을 아무리 까도 못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둘째는 이미 조치(증거인멸)를 다 해서 (신임 중수부장이) 아무리 신출귀몰한 재주를 가져도 못할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다. 셋째는 검찰이 알아서 길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 국민들의 저항이 거셌던 것도 비슷하고. 지금도 자꾸 국면 전환을 그럴듯하게 하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진짜 처방약이 없다. 범죄는 용서받을 수 있는 잘못이 아니다. 그때 각계 인사들이 시국선언을 하니까 YS 정부도 그때부터 김현철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 대신 ‘신속하게 조그맣게 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나는 시간을 질질 끌었다. 처음에는 단돈 1000만원이 나오기도 힘들었다. 결국 60억원 넘는 돈을 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지금도 권력이 ‘신속하게 조그맣게’를 시도하는 형국이다. 그런데 이제 그것도 무너질 것이다.”



-경제가 걱정이다. 당시 김현철 수사가 5월에 벌어졌는데 연말에 외환위기가 터졌다.“나는 수사를 더하고 싶었는데 대구고검장으로 ‘좌천성 영전’을 했다. 그때 내가 수사를 더 했으면 검찰 때문에 나라 경제가 망했다는 소리를 들을 뻔했다. 지금도 같은 내우외환 형국이다. 한국의 모든 경제지표가 하락세인데 거기다 북한 위협까지 있다.”



-헌법에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곤 소추를 못하게 돼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4일 대통령이 수사를 받겠다고 나서기 전 인터뷰였다. 심 변호사는 이때 ‘대통령이 스스로 수사를 받겠다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검찰은 원칙적으로 기소를 전제로 수사를 한다. 하지만 기소가 되는 것과 될 수 없는 것의 한계를 구분 짓는 일도 검찰의 임무다. 그리고 검찰이 이제까지 진상 규명도 많이 했다. 이번 사건 같은 경우는 후일의 역사 기록을 위해서도 대통령 조사가 필요하다. 국가의 중요한 사안인 경우 대통령이 자진해서 수사를 받아야 한다. 국민들은 알 권리가 있으니 대통령이 ‘국민들이 믿을 수 없다면 조사해 달라’고 해야 한다.”



-지금 검찰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정권이 외압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보는데.“검찰이 외압 때문에 못했나. 반은 능력 때문에 못했다. 지금은 검찰 수사가 철저하게 될 수밖에 없다. 절대 검찰청장의 부당한 명이 있을 수 없다. 검사들이 안 들어먹는다. 검찰은 외압까지 당연히 예상하고 수사에 나서야 한다. 자리에 연연해선 안 된다. 김현철 수사 때 조사를 받던 은행장이 ‘위에서 찍어 누르는데 나 같은 파리 목숨이 뭐라고 대항을 합니까’라고 변명하더라. 그래서 ‘당신 그럼 은행장 그만둬야지’라고 했다.”



-지금은 벌써 증거인멸이 상당히 벌어진 상황 아닐까.“당연하다. 범죄자는 증거인멸을 최우선으로 하니까. 그런데 기업인들도 이제 얘기하기 시작했다. 거의 다 무너졌다. 김현철 수사 때도 한 기업에서 불더니 결국 다 나왔다. 김현철 동문(경복고) 기업인들이 1인당 2000만원씩, 2~3년 되니까 몇 십억이나 됐다.”



-중수부 폐지 후 검찰 수사 능력이 많이 떨어진다고 걱정하는 검찰 원로가 많다.“여야가 합의해 중수부를 폐지한 게 바로 그 목적 아닌가. 중수부의 순기능이 뭔가. 거악의 비리를 척결하는 게 아닌가. 거악 중에도 고위 관료·재벌·국회의원 이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중수부를 재벌이 원하나, 고위 공무원·정치인이 원하는가. 국가의 상비군을 없애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재벌그룹은 1만여 명이 뛰고 있는데 검사 한두 명이 어떻게 수사를 하나. 완전히 손발을 묶어놓고. 젊은 검사들이 의욕은 앞서지만 안 되는 것이다. 경륜이 있는 사람이 모여서 해야 한다. 그걸 효율적으로 하는 조직이 중수부다.”



-19년 전에도 외압이 많이 들어오지 않았나.“대통령 비서실장이 전화를 했다. ‘심 부장 그러면 안 돼. 미주알고주알 엉터리로 기자들에게 다 풀고’라고 하더라. 그래서 날짜랑 시간까지 적어놨다. 또 한번은 안기부 사람이 찾아오더니 수표 다발을 들이밀었다. 협박으로 안 되니까 회유책으로 나온 것이다. 발로 차고 싶었지만 ‘기관 대 기관으로 상대하는 것이니까 총장한테나 갖다 주쇼’라고 거절했다. 특수부 검사가 큰일을 하려면 절대 비리가 있으면 안 된다.”



-최재경 민정수석이 역할을 잘할 수 있겠는가.“아직도 박근혜 정부가 사태 파악을 못하고 있다. 검찰 컨트롤타워가 제일 필요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당분간 민정수석을 공백으로 하면 안 되나. 검찰 보고체계가 민정수석에게 하지 않도록 돼 있다. ‘누구누구를 소환·조사하겠습니다’ 이런 것을 민정수석에게 보고하지 않는다. 김현철 수사 때도 민정수석에게 전화 한 통 안 했다. 민정수석이 회유하려고 장관·총장 같이 리츠칼튼 호텔로 불렀을 때도 나는 안 나갔다.”



-특검이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다. 결국 특검으로 가야 하나.“특검 하기로 합의 봤잖은가. 특검 말고 뾰족한 수가 없다.”



-검찰에 있을 때 최태민 얘기를 들어봤나.“최태민을 검찰에서도 많이 조사했다. 누구누구가 조사했는지도 안다. 최태민이 박근혜 영애 시절부터 어마어마하게 많이 뽑아먹은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그 일가가 어떻게 그렇게 돈이 많겠는가. 그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겠나. 박 대통령의 위세를 빌린 거지. 이번에 최순실이 해먹은 수법도 참 원시적이다.”



 



 



정철근 플래닝에디터,이우연 인턴기자jcom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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