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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처럼 굴리니 올 수익 16% 바구니엔 IT·헬스케어株 한가득

“앞으로 미국과 해외 금융시장에선 혼란스럽고 두려운 경제지표가 쏟아질 것이다. 그래서 난 미국 주식을 사고 있다. 다른 투자자들이 탐욕을 낼 때는 두려워하고, 그 투자자들이 두려워할 때는 탐욕을 가져야 한다. 나쁜 소식은 투자자의 가장 좋은 친구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 금융시장이 휘청였던 2008년 10월 17일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뉴욕타임스에 쓴 기고문 일부다. 버핏은 2008년부터 그 여파가 지속된 2011년까지 골드먼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6개 기업에 252억 달러(약 29조원)를 투자했다. 이후 5년간 배당금과 매각 차익으로 벌어들인 금액은 투자금의 절반 가량인 100억 달러다. 헤지펀드계 대부인 조지 소로스도 게임의 판(위기)이 바뀔 때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1992년 유럽에서 통화전쟁이 일어났을 때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한다는 쪽에 투자해 10일 만에 10억 달러 차익을 챙겼다. 이로 인해 소로스는 ‘영란은행(영국 중앙은행)을 파산시킨 남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투자 구루 따라하는 상장지수펀드 분석해보니

[“나쁜 소식은 투자자의 좋은 친구”]



최근 최순실 게이트, 미국 대선, 유가 하락 등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 구루들의 ‘베팅’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일반 투자자가 버핏처럼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우선 버핏이 산 종목을 따라서 매입하면 된다. 미국에선 1억 달러(약 1143억원)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투자가는 분기가 끝난 뒤 45일 안에 보유주식을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일반 투자자가 일일이 보유지분 공시를 확인하거나 종목을 사고파는 ‘타이밍(적기·適期)’을 잡기는 쉽지 않다. 투자가가 운영하는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문제는 세계적인 헤지펀드 운영사의 상당수가 비상장기업이라는 점이다. 그나마 버핏의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가 상장사다. 미국 증시에서 거래되는 주식(A주) 가운데 가장 비싼 게 흠이다. 이달 2일 종가기준 21만4900달러(약 2억4552만원)에 이른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일반 투자자들이 쉽게 살 수 있도록 1996년부터 ‘B주’를 발행하고 있다. 143달러에 거래되지만 주당 의결권이 A주의 0.001%에 불과하다.



이보다 더 손쉽고 저렴하게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투자 구루의 포트폴리오나 투자 기법을 따라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는 것이다. 현재 미국 증시에 4개가 상장돼 있다. ETF는 특정 벤치마크 지수와 동일한 종목으로 펀드를 구성한 뒤 지수 수익률을 추종하도록 운용하는 펀드다. 주식처럼 거래가 가능하고 운용 수수료가 0.7% 안팎으로 낮다는 게 장점이다. 예를 들어 ETF 전문 운용사인 미국 디렉시온이 2014년 8월에 내놓은 iBillionaire(나는 억만장자) ETF는 억만장자 지수를 따른다. 이 지수는 자산이 최소 1조원 이상인 10명의 헤지펀드 매니저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해 그들이 가장 많이 투자한 30개 종목을 담았다. 4개 ETF 가운데 운용 규모가 가장 큰 것은 2012년 4월 반에크 운용사가 선보인 모닝스타 와이드 모트(Morningstar Wide Moat·이하 해자) ETF다. 지난달 말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해자 ETF 운용규모는 7억3883만 달러(8441억원)로 나머지 ETF 3개를 합한 금액보다 많다. 해자(모트)는 과거 성을 보호하기 위해 성곽을 따라 파놓은 연못을 의미한다. 버핏이 선호하는 전략이 해자 투자법이다. 펀드평가사 모닝스타도 버핏처럼 높은 진입장벽과 독점적 지위를 가진 기업을 분기마다 20개씩 선정해 운용한다. 해자 ETF 뒤를 이어 대형 헤지펀드의 보유지분 공시를 이용해 회전율이 낮은 종목에 투자하는 글로벌 엑스 구루(Global X Guru·이하 구루) ETF가 2012년 6월에 상장됐다. 벤저민 그레이엄 등 전설적인 투자가의 운용 철학과 기법을 모델화시킨 발리디어 마켓 전설(Validea Market Legends·이하 전설 ) ETF는 2014년 말에 나왔다.



[자유소비재 편입 비중 크게 늘어]



이들 ETF의 자산 배분을 살펴보면 자동차·의류·미디어 등 자유소비재와 정보기술(IT), 헬스케어 업종 등을 주로 담고 있다. 두 달 전보다 자유소비재 비중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각각의 포트폴리오에서 자유소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는다. 이는 투자 구루들이 미국 경기가 회복하면서 자유소비재 업종이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달리 경기가 둔화될 때 인기를 끄는 필수소비재 비중은 6% 미만으로 낮은 편이다. 헬스케어와 IT 관련 업종도 꾸준히 편입하고 있다. 세계적인 헤지펀드 매니저의 관심 종목을 세밀하게 엿볼 수 있는 상품이 억만장자 ETF다. 펀드매니저들이 가장 많이 투자한 종목 중 시가총액 10억 달러 이상인 30개 종목을 동일한 지분율(3.3%)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억만장자 ETF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투자 대가들은 헬스케어 중에서도 건강보험사 휴매나, 대형병원인 HCA처럼 건강관리 서비스 업종을 선호한다. IT 업종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비중이 더 높다. 지분율이 가장 높은 10개 종목 중 페이팔·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알파벳 등 5개 소프트웨어 기업이 포함돼 있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 구루들의 투자 원칙을 살펴보면 경기 흐름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큰 기업보다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선호한다”면서 “ IT와 헬스케어는 내년까지 유망 업종으로 꼽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투자 대가를 따라한 성과는 어떨까. 이들의 투자 원칙을 벤치마킹한 방식에 따라 수익률 격차가 컸다. 올해 애플 주식 투자를 놓고 두 거물의 행보가 달랐다는 점을 보면 이해하기 쉽다. 2분기 동안 버핏은 애플 주식을 사들였고, 소로스 회장은 보유하던 3100만 주를 모두 팔았다. 김재은 연구원은 “소로스는 중국 시장에서 아이폰 판매가 부진하자 성장성이 둔화됐다고 봤지만 버핏은 주가가 하락하자 오히려 저평가 됐다고 분석했다”며 “이처럼 종목의 가치를 매기는 방식에 따라 보유 기간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2분기 이후 주가만 본다면 버핏의 예측이 맞았다. 10월 말 기준 애플 주가는 113.5달러로 4월 초에 비해 3.2% 올랐다.



같은 기간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연초 이후 투자 구루들의 ETF 수익률도 버핏식 투자법인 해자 ETF가 15.8%로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억만장자가 5.4%를 기록했고, 전설(3.7%), 구루(2.1%) ETF 순이었다. 해자 ETF 수익률이 좋은 데는 지분율 상위 종목(10월 말 기준)인 할리데이비슨·타임워너·아마존 등의 실적이 늘면서 연초 이후 주가 수익률이 25%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최대 미디어 기업인 타임워너는 통신사인 AT&T와의 합병 이슈로 같은 기간 37% 상승했다. 장기 성과도 뛰어나다. 2012년 설정 이후 수익률은 62.3%에 이른다. 같은 해에 상장한 구루 ETF도 52.4%로 높은 반면 2014년에 설정된 억만장자와 전설 ETF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구루 ETF가 단기보다 장기 수익률이 좋은 것은 종목 선정 방식 때문이다. 최소 500억 달러 이상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헤지펀드가 편입한 종목 중에서도 매매 회전율이 낮은 종목에 투자한다. 매매 회전율은 1년 동안 얼마나 주식을 살고 팔았는지 손바뀜을 보여주는 지표다. 회전율이 100%면 해당 기간에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모두 한 번씩 팔고 다른 주식으로 교체했다는 의미다. 구루 ETF는 회전율이 50% 이하인 종목에 투자한다. 유명 펀드매니저들이 안정적으로 장기간 굴리는 종목을 주로 들고 있는 셈이다. 구루 ETF는 인터넷 기반 TV 서비스 기업인 넷플릭스를 비롯해 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애플·아마존 등 IT업계 유망한 기업을 골고루 보유하고 있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분산 투자 관점에서 투자 대가를 추종하는 ETF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지현 하나은행 도곡PB센터장은 “세계적인 투자가들의 투자 기법이나 포트폴리오를 벤치마킹 했기 때문에 자산 배분 차원에서 유용하다”면서 “이 중에서도 실적을 검증받은 장기 수익률이 뛰어난 상품을 선택하라”고 말했다. 조재영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PB센터 부장은 “특히 해외에 상장된 ETF는 절세 혜택을 누릴 수 있어 자산가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덧붙였다. 그는 “해외 ETF는 매매차익 가운데 연간 250만원까지는 과세되지 않고 그 이상일 때 22%(주민세 포함)를 양도세로 낸다”면서 “이 세금은 분리과세 되기 때문에 금융소득이 연간 2000만원 이상인 자산가에겐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상장된 ETF에 투자하는 방법은 해외 주식과 동일하다.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영업점에 전화를 걸어 해외상장 ETF를 사고팔 수 있다. 매매 주문은 ETF가 상장돼 있는 해외 거래소의 거래시간에만 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 대부분 증권사에서 예약 주문을 받기 때문에 매매 부담은 크지 않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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