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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조선 뼈 깎는 구조조정, 선택과 집중으로 실적 호전

지난달 소니가 일본 도쿄에서 출시한 플레이스테이션 가상현실(VR) 헤드셋. 수익성이 악화된 분야 대신 차세대 먹거리 위주로 사업 구조를 재편했다. [블룸버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완전한 몰락’을 선고받은 듯했던 일본 제조업이 부활할 수 있을까. 최근 주요 기업의 실적이 잇따라 개선돼 관심을 끈다. 혹독한 구조조정이 원동력이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과거 글로벌 시장을 석권했다가 쇠락했던 전자와 조선 업종의 변신이 눈에 띈다. 전자업종에선 소니가 지난해 2942억 엔으로 전년보다 329.2% 증가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07년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순이익도 1478억 엔으로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히라이 가즈오 소니 최고경영자(CEO)는 “아픔을 동반한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회사가 변했다”고 자평했다.



부활 노리는 일본 제조업이 주는 교훈

실적 개선 비결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고강도로 구현한 데 있었다. 2008년 이후 매년 적자 상태였던 소니는 2012년 히라이 CEO가 취임하면서 수년간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나섰다. CEO부터 스스로 임금을 삭감했다. 이어 부동산 같은 자산을 팔고 공장들은 통폐합했다. 직원 수도 줄여나갔다. 2014년엔 10년간 8000억 엔가량의 누적 적자를 기록하던 PC사업부를 매각하고 TV사업부는 분사했다.



소니는 스마트폰 ‘엑스페리아’ 등으로 야심 차게 진행하던 모바일 사업 규모도 지난해 축소했다. 애플과 삼성전자뿐 아니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치고 올라오는 중국의 스마트폰 업체들을 상대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그 결과 2014년 2176억 엔이었던 모바일 사업부 손실이 지난해 614억 엔으로 줄었다. 내년 봄까진 배터리 사업부도 매각할 예정이다. 대신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바로 게임이다. 소니는 콘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을 만드는 쪽에 투자를 늘려 이 부문에서만 지난해 887억 엔(전년 대비 84% 증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달 가상현실(VR) 기술을 접목한 ‘플레이스테이션 VR’을 출시하는 등 기존 강점과 차세대 먹거리 분야를 접목하는 데 나서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춘 사업 다각화로 구조조정의 방점을 찍는다는 계획이다. VR 외에도 올 4월 로봇 사업화 전담 조직을 신설했고, 5월엔 미국의 인공지능(AI) 전문 스타트업 코지타이의 지분 20%를 인수했다. 소니는 1999년 강아지 모양의 가정용 로봇 ‘아이보’를 만들어 주목받았을 만큼 해당 분야에서 기술력을 갖고 있다.



샤프와 도시바도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2일자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샤프는 올해 영업이익이 257억 엔으로 3년 만에 흑자 전환할 전망이다. 지난해는 영업손실만 1619억 엔에 달했다. KOTRA 관계자는 “샤프는 소니처럼 TV사업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 지난해 북미에서 TV사업 철수라는 강수를 뒀다”며 “전 직원의 10%가 넘는 3500명을 줄이는 등 구조조정에도 힘썼다”고 전했다. 대만 훙하이의 투자 제안을 수용하면서 92년 만에 오사카에 있는 본사 건물을 팔기도 했다. 샤프는 스마트폰용 액정 패널 등에 새로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부정회계 여파로 7087억 엔의 적자가 났던 도시바 또한 올해 약 1200억 엔의 영업이익으로 흑자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1년간 혹독한 구조조정, 그리고 선택과 집중을 거쳤다. 직원 1만4400명을 줄이면서 반도체와 원자력, 승강기 등의 부문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했다. 그사이 D램을 제외한 이미지 센서는 소니에, 의료기기는 캐논에, 백색 가전은 중국 기업에 각각 매각했다. 증강현실(AR) 기술을 접목한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로 부활 신호탄을 쏘아 올린 닌텐도도 빼놓을 수 없다. 이전까지 닌텐도는 콘솔 게임에만 집중하던 회사였지만 판매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일본은 조선업에서도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면서 경쟁력 회복에 나서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수익성이 악화됐던 객선(크루즈)의 수주를 동결하는 대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의 설계·개발 중심 체제로 사업 구조를 재편했다. 대신 일본 내 선박 건조량 1위 업체인 이마바리조선 등과 제휴해 공동으로 수주하고 부품을 조달함으로써 효율성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쓰비시는 기술력을, 이마바리 등은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며 “제휴를 통해 각각의 강점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일본의 세계 선박 수주 점유율은 2010년 14%에서 지난해 29%로 껑충 뛰었다. 일본 조선 업체들은 부가가치가 낮은 벌크선 위주의 건조 전략에서도 탈피, 최근엔 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에 힘쓰고 있다.



물론 침체된 일본 제조업이 이 같은 구조조정으로 부활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최선의 길이라는 보장은 없다. 예컨대 일본 조선업은 1970~80년대 고강도 구조조정 때 핵심 설계 인력이 한국으로 빠져나가는 등의 역효과로 무너진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세계 경기침체 직격탄을 맞은 한국 제조업계가 일본의 구조조정 사례를 참고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한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 제조업은 위기라면서도 구성원들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엔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며 “일본 기업들의 상황이 나아지고 있는 건 직원들이 애사심 속에 (구조조정에) 적극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천성현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기업 구조조정에선 사업상 목적이 뚜렷해야 한다”며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분명한 비전으로 구성원의 공감대 형성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위기의 원인을 파악한 뒤엔 공통의 의제 설정으로 전 직원이 구조조정에 빠르게 동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조직문화와 가치관을 개혁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정부보다 시장 주도의 구조조정이 효과적”이라며 “노사 간 합의 문제만 해결된다면 위기 때 선제 대응이 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은 단순 규모 축소보다 효율성 강화에 초점을 두면서 목적에 맞게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제조업체들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여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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