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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과신 말아야

일러스트 강일구



얼마 전 이사를 하면서 냉장고를 정리할 기회가 있었다. 냉장실과 냉동실 한 구석에 유통기한이 훌쩍 지난 가공식품이나 오래 된 양념들이 숨어있었다. 냉동실엔 언제부터 있었는지도 알기 어려운 다양한 식품들이 들어있었다. 음식물 쓰레기 봉투 여러 장을 써서 버렸다. ‘우리 집 냉장고는 음식 보관소가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 보관소였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웰빙가에선

1980년대 이후 냉장고가 대중적으로 보급됐다. 이후 김치냉장고가 개발되면서 한 집에 보통 냉장고가 두세 개 있다. 냉장고 보급은 인간의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 실온에 두면 상하기 쉬운 채소나 생선, 육류 등을 신선한 상태로 섭취할 수 있으니 식중독 같은 문제들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냉장고에 넣으면 만사해결이란 생각은 냉장고를 세균의 온상으로 만들기 쉽다.



냉장고에 있던 식재료라 하더라도 음식을 조리하기 전에는 식품 상태를 미리 확인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식품이 변질되면 냄새나 색상의 변화가 생긴다. 하지만 속으로는 이미 변질됐는데도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경우도 흔하다. 간혹 냉장실에서 오래 묵혀 상태가 좋지 않은 음식을 냉동실로 옮겨 보관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냉동실로 옮길 게 아니라 버리는 것이 답이다. 오래 보관해야 할 식재료는 아예 처음부터 냉동보관을 하는 것이 더 낫다. 유통기한이 표기된 가공식품의 경우에는 그 일정에 맞게 보관하면 된다. 특별한 유통기한이 표기되지 않은 식재료는 용기 표면에 보관을 시작한 날짜를 표시해야 한다.



냉장고에 넣어 둔 음식은 얼마나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할까? 일부 육류는 냉동실에서 12개월까지도 가능하지만 대개는 4~6개월을 넘지 않아야 한다. 양념이 돼있거나 가공된 것들은 보관기간이 더 짧아질 수 밖에 없다. 제조법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냉동실에서 일반적으로 베이컨은 1개월, 햄은 최대 1~2개월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



냉장고 선반에 양념이나 식재료가 쏟아져 있거나 육류나 어류가 해동되며 떨어진 것들은 다른 음식을 오염시키게 하는 원인이 된다. 즉시 냉장고의 오염된 부분을 닦는 것이 좋다. 냉장고 내의 저온 상태에선 건강을 위협하는 각종 세균의 번식이 억제된다. 하지만 냉장고의 저온은 상온에서 번식하기 쉬운 세균의 활동을 약화시켜 잠시 번식을 덜하게 할 뿐이다. 세균을 죽이는 살균기가 아니라는 얘기다. 냉장고에 넣어둔 귤이나 빵에 곰팡이가 핀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곰팡이 중의 일부나 리스테리아균과 같은 것들은 냉장고 내부 온도에서도 잘 자라니 특히 조심해야 한다. 남긴 음식은 가능하면 1~2일 이내에 먹어치워야 한다. 변하기 쉬운 식재료는 가능하면 실온에서 2시간 이상 두지 않는 것이 좋다. 가득 채우기보다는 20~30% 정도 공간의 여유를 둬야 냉장고 안의 냉기가 순환을 하며 저온을 유지할 수 있다.



냉장고는 음식을 오래 보관하는 창고가 아니라 잠시 맡겨두는 곳이다.



 



박경희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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