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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0주년 맞은 문화재급 잡지 ‘공간’

1966년 11월 첫 선을 보인 ‘공간’ 창간호 표지(왼쪽)와 창간 50주년 기념호로 나온 2016년 11월호 표지. [사진 CNB 미디어 공간연구소]



1966년 11월, 월간지 한 권이 태어났다. 이름은 ‘空間(공간)’. ‘SPACE’란 영문명과 함께 ‘건축·도시·예술’이란 부제가 붙었다. 지인들로부터 ‘멋을 알던 사내’라 불리던 건축가이자 문화운동가인 김수근(1931~86)이 창간한 ‘공간’은 한국 최초의 종합예술지로 출발해 이제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잡지가 됐다.



정재숙의 '新 名品流轉'

며칠 전 도착한 ‘공간’ 11월호는 창간 50주년 기념호로 특별했다. 350쪽이 넘는 두툼한 분량에 통권 588호를 하나하나 되짚으며 각 호의 대표 기사를 하나씩 꼽아 소개했다. 1호의 ‘서울도시 기본계획’, 70호의 ‘한국의 문양 모음’, 125호의 ‘공옥진의 곱사춤·잡기·창부놀음·심청전-춤과 창과 재담과 순전히 한국적인 모노드라마’, 543호의 ‘북한과 평양, 호기심과 추상을 넘어’ 등이 반백년 잡지의 연륜을 담아내고 있었다.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잡지도 문화재가 될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을 주는 묵직한 손맛이 느껴졌다.



김수근은 우리 전통문화의 가치를 알아채고 현대적 예술 흐름과 동행할 수 있는 이론적 바탕을 담아낼 그릇으로 ‘공간’을 만들었다. 40여 년 전 통권 100호를 맞는 1975년 9월호에 ‘등사판을 미는 한이 있어도’라는 글에서 그는 ‘공간’이 한국인의 정신을 윤택하게 하고, 한국인의 삶에 기품을 돋우어 더욱 윤기 있게 하는 하나의 선물이 될 수 있음을 밝혔다. “이 땅에서 예술을 하려고 노력하고 또한 예술을 향유하려는 선량한 사람들을 위한 하나의 조촐한 선물이 될 수 있다는 말”이라고 했다.



과연 ‘공간’의 50년 역사는 그의 바람을 저버리지 않았다. ‘공간’은 잡지라기보다는 하나의 시대정신이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일에 이로운 전통문화의 얼을 우리에게 전해준 메신저였다. 한국미, 한국문화의 원형을 탐구했던 수많은 논문들, 자료와 사진들이 생물처럼 살아 숨 쉬던 문화재급 잡지였다. 막막하고 답답했던 한 시절을 견디게 한 통풍구였다. 창간 50주년을 맞아 과월호 목차를 온라인에서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www.space-archive.com)한다니 20세기 후반, 건축을 중심으로 한 한국 문화예술사의 흐름을 꿸 수 있는 자료 창고가 하나 생긴 셈이다.



‘공간’을 생각하면 짝처럼 떠오르는 잡지가 ‘뿌리깊은나무’다. 한국 잡지사에 남을 정체성이 뚜렷한 명품을 창조한 이는 한창기(1937~97)였다. 1976년 3월 종합교양지로 얼굴을 내민 ‘뿌리깊은나무’는 80년 신군부에 의해 폐간될 때까지 꼿꼿하고 의젓한 자태로 한국 문화의 힘을 발산했다. 한창기는 창간사에서 “우리가 ‘잘사는’ 일은 헐벗음과 굶주림에서뿐만이 아니라 억울함과 무서움에서도 벗어나는 일입니다. 안정을 지키면서 변화를 맞을 슬기를 주는 저력, 그것은 곧 문화입니다”라 했다.



내년은 한창기 20주기다. 뜻있는 이들이 그의 선구자적 문화관을 되새기는 전시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김수근과 한창기가 각기 잡지로 전승하려 했던 진정한 한국 정신의 맥은 오늘도 멈추지 않고 흐른다.



 



정재숙



중앙일보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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