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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字碑 -무자비-

중국에는 부부 황제를 합장한 유일한 묘가 있다. 여황제 무측천(武則天)과 당(唐) 고종(高宗)이 함께 묻힌 건릉(乾陵)이다. 측천은 고종의 공적을 새긴 술성기비(述聖記碑)를 세웠다. 정작 자기 비문에는 글을 새기지 말라는 유지(遺志)를 남겼다. 무자비(無字碑)의 연유다.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 박근혜의 ‘청와몽(靑瓦夢)’ 4년이 최순실의 농단(壟斷)으로 드러났다. 중국 소설 『홍루몽(紅樓夢)』이 떠오른다. 진실은 숨기고 거짓만 남는다는 ‘진사은 가어존(眞事隱 假語存)’을 해음(諧音·동음이철어)한 등장 인물 견사은(甄士隱)과 가우촌(賈雨村)이 이야기를 시작한다. 꿈 속 누각에 새겨진 대련(對聯)은 의미심장하다.



漢字, 세상을 말하다

“가짜가 진짜라 우기면 진짜 또한 가짜가 되고, 없는 것이 있게 되는 곳에서는 있는 것 또한 없게 된다(假作眞時眞亦假 無爲有處有還無).” 홍루몽을 요약한 시구는 마치 우리 심정을 읊는 듯하다.



“피눈물로 쓰인 이 이야기는(說到辛酸處) 황당할수록 더욱 슬프다(荒唐愈可悲). 본래 다 같은 꿈이었으니(由來同一夢) 세상 사람 어리석다 비웃지말라(休笑世人癡).” 소설은 희망도 보여준다.



“가짜가 가고 진짜가 오니 진짜가 가짜를 누르고, 없음은 본디 있는 것임에 있음이 없음은 아니다(假去眞來眞勝假 無原有時有非無).”



중세로 돌려 놓은 한국 정치를 바로잡을 주역은 국민이다. 중국식 ‘아두론(阿斗論)’을 떨치는 게 급선무다. 쑨원(孫文)은 국민을 『삼국연의(三國演義)』에서 조자룡(趙子龍)이 구했다는 촉한(蜀漢)의 2대 황제 아두(유선·劉禪)에 비유했다. 아두는 모든 권력을 유능한 제갈량(諸葛亮)에게 위탁했다며 국민당 전제를 합리화했다. 현 중국 공산당 ‘인민민주’의 뿌리다.



한국이 피로 쟁취한 민주정치는 다르다. 현군(賢君)도 부패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가능한 한 부패 정도를 줄이기 위한 장치인 견제와 균형의 삼권분립이 서구 민주주의다. 민의(民意)가 정통성이다. 1인1표제 선거는 좋은 지도자의 당선을 보장하지 못한다. 아두와 같은 암군(暗君)과 간신(奸臣)의 폭주를 막을 시스템을 만들어 전(傳)해야 한다. 무자비는 안된다.



 



신경진베이징 특파원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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