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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 영화포스터는 다 비슷할까

저자: 이관용 출판사: 리더스북 가격: 2만8000원



지난겨울 극장가에 새로운 ‘인증샷’ 놀이가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었다. 배우 황정민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박혀 있는 영화 ‘히말라야’ 포스터를 얼굴에 대고 마치 그것이 자신의 얼굴인 양 보이게 사진을 찍는 것이다. 덕분에 긴 머리 황정민, 노란 머리 황정민, 모자 쓴 황정민 등 다양한 몽타주의 번외편이 등장했다. 120분짜리 영화 한 편을 압축적으로 담아낸 포스터 하나가 한 장의 종이에 그치지 않고 펄럭이며 놀이 문화의 중심에 자리를 잡은 셈이다.



『디스 이즈 필름 포스터』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해당 포스터는 지난 2월 맥스무비가 시상하는 ‘최고의 포스터 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과연 이 포스터를 ‘좋은’ 영화 포스터라고 할 수 있을까. 하나의 컷에 배우가 지닌 감정을 고스란히 담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작 제목에 등장하는 히말라야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와도 한 발짝 떨어져 있으니 말이다. 더구나 이는 한국 영화 포스터의 한계로 종종 지적받는 지점이기도 하다. 배우 개개인의 스타 파워에 지나치게 기대 본말이 전도되는 포스터를 우리는 지금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은 이러한 고민과 한국 영화계의 현실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책이다. 1999년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로 처음 한국 영화 포스터를 만들기 시작해 2003년 영화 광고디자인 스튜디오 ‘스푸트닉’을 설립한 저자가 지난 19년 동안 업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겪고 느낀 소회가 녹아있다. 어떻게 아이디어가 탄생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되는지를 세세하게 보여준다.



이를테면 ‘비열한 거리’(2006) 포스터에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 누가 봐도 잘 생긴 배우 조인성이 청담동 거리를 휘젓고 다니는 모습은 ‘포스터와 패션화보가 다른 점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던진다. 과연 멋진 모습을 세련되게 포착하면 그만인 걸까. 여기에 저자는 두 가지 질문을 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미지 안에 스토리가 담겨 있는가’ ‘그리고 그 이미지가 영화포스터 고유의 회화성을 지니고 있는가’. 그 답을 찾기 위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결국 모두가 납득할 수 있을 만한 답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영화 포스터는 영화를 닮아야 한다”거나 “포스터를 포스터답게 만드는 일등 공신은 타이틀 로고” 같은 지론도 아낌없이 풀어놓는다. 배우의 프로필 사진인지 패션화보인지 구분하기 힘든 이미지 위에 타이틀을 얹어야만 이것이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영화 광고임을 분명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신념은 그래피티 같은 글자체로 눈길을 사로잡은 ‘돌려차기’(2004)나 판타지 무협극에 맞는 타입페이스를 적용한 ‘화산고’(2005)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저자는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저 “한국 영화만 120편 넘게 만들어왔는데 예외없이 손 글씨 로고를 보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기에 스스로 글씨를 쓰고 다듬어 만들어 왔음을 고백하고, “한순간에 모든 것이 한 장면에 있는 원 컷(one cut)으로 만들어달라”는 공통된 요구사항에 아홉 명의 주인공을 전부 따로 찍어 종이인형 놀이하듯 한 장에 오려붙였음을 고백할 뿐이다. 소위 알 만한 사람의 얼굴은 모두 들어가 있는 ‘화면 분할형’ 포스터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모두 같은 연유에서다.



이 책의 미덕은 바로 여기에 있다. 1700만 관객을 동원한 ‘명량’(2014) 같은 메가 히트작부터 개봉이 계속 미뤄지던 ‘배꼽’(2010)처럼 제목만으로는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 영화까지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를 모두 여과 없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 51컷을 찬찬히 뜯어보다 보면 왜 우리 영화 포스터는 줄거리와 콘셉트에 집중하지 못한 채 방황할 수밖에 없는지,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시도는 마케터ㆍ제작사ㆍ심의 등을 통해 어떻게 좌절될 수밖에 없는지를 알 수 있다. 부디 이 같은 노력이 개인의 푸념에 그치지 않고 산업 발전을 위한 논의의 장이 마련되길 바란다면 너무 큰 욕심일까.



 



 



글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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