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판타지 연재소설] 폴리페서의 공격으로 사라져버린 오크마을

수리는 마루를 품에 안고 오크마을로 향했다. 아직 밤이라 이스터 장군의 추적을 피해 도망가는 길은 어두웠다. 가는 동안 마루는 깊이 잠든 건지 아니면 많이 아픈 건지 계속 잠만 잤다. 늘 잘 먹고 잘 자는 마루였는데… 아프고 힘없는 그 모습이 친구들에겐 낯설었다. 이런 모습은 처음이어서 걱정스러울 뿐이었다.

판게아 - 롱고롱고의 노래<60> 괴물아기

오크마을에 가까워지자 로드가 준 나비수정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맑은 빛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 자체로 별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한 나무의 숲에 들어섰다. 나비수정의 빛은 더 강해졌고 그 빛에 반응하는지 카치나도 푸른빛을 뿜었다. 수많은 줄기와 가지의 빛은 전등을 켠 듯 더욱 또렷해지고 강해졌다. 카치나도 나비수정도 살아있는 생명체가 되어가고 있었다.

“카치나는 생명체야. 비행체가 아니야. 우주선이 아니란 말이야. 우리는 탈출하지 못할지도 몰라.”

사비는 마루를 품에 안고 실망한 채 말했다. 어쩐 일인지 아메티스트가 사비의 손을 잡아주었다.

“우리는 함께하는 거야. 영원히 난 너의 가족이야.”

사비와 아메티스트는 서로 껴안았다. 뭉클한 광경이었다.

“너희 둘, 수리를 두고 라이벌 아니었어? 내가 너무 오래 살았나 봐. 별일 다 보겠네. 썸, 마이 달링, 우리도 영원히 사랑하는 거지?”

골리 쌤이 썸을 향해 애교를 부렸다. 썸은 기다란 목을 빼고 ‘우우우’ 하고 울었다.

“비행체를 만들 방법이 있어. 얘들아. 날 믿어봐. 카치나의 줄기와 가지는 분명히 조작이 가능할 거야.”

모나의 말에 수리도 모나를 껴안으며 말했다.

“모나, 조작… 혹시 변형이 아닐까요? 제 생각엔….”

“변형 맞아. 분명히 어떤 신호가 주어지면 변형이 가능할 거야.”

그 말에 수리의 얼굴이 환해졌다.

“모나, 정말 천재예요. 난 왜 그런 생각을 못했는지… 모든 사물이나 현상을 그저 고정된 개념으로만 생각했거든요. 그래요. 변형할 수 있을 거예요. 우리가 비행체를 만들기로 했으니….”

수리는 카치나 쪽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그리고 카치나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보았다. 카치나의 푸른 불빛은 나무의 몸통에서 나오는 게 확실해 보였다. 그런데 몸통의 푸른빛이 어떤 목적을 갖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줄기와 가지는 몸통을 어떻게 통제하는 것일까?

“수리야!”

사비가 소리쳤다. 수리가 사비를 보았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괴물이 보였다. 괴물의 얼굴과 몸은 아기를 닮아있었다. 그리고 닥치는 대로 무엇이든지 입에 넣어 먹고 있었다.

“사비, 아메티스트, 마루와 함께 어서 피해!”

수리가 괴물아기 쪽으로 달려나갔다. 모나가 수리를 지키기 위해 그 옆에 섰다.

“아기 얼굴에 속지 마세요. 저건 아기가 아니에요.”

수리가 모나에게 말했다.
기사 이미지

[일러스트 임수연]

“그런데…어쩌면 잘 안될 것 같아. 저것 봐. 아기처럼 해맑게 웃고 있잖아?”

모나는 이미 아기의 웃음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괴물아기가 정신을 통제하고 있구나. 큰일이다!”

수리는 방법을 궁리했다. 그때였다. 괴물아기 뒤에서 이스터 장군이 나타났다.

“폴리페서!”

이스터 장군은 지난 여행 때 보았던 폴리페서 모습 그대로 나타났다. 이상한 물안경과 백발머리. 수리는 소름이 돋았다.

“폴리페서. 아니 이스터 장군인가? 도대체 당신 모습은 몇 개야?”

폴리페서는 특유의 어슬렁거리는 걸음걸이로 수리에게 걸어왔다. 그의 큰 덩치는 위압적이었다.

“모습이 몇 개냐고? 내가 들어본 질문 중에 가장 바보 같은 질문이군. 모습은 하나지. 누구나.”

수리의 얼굴은 점점 일그러졌다.

“당신… 원래 이스터 장군이 아니었던 거지? 이스터 장군의 몸과 정신 속에 들어간 거지? 그렇지? 폴리페서. 당신은 우리를 쫓아온 거야. 그렇다면 왕과 왕비까지 맘대로 통제했단 말이야? 그들이 당신을 이스터 장군이라고 믿도록 만들었단 말이야?”

수리는 말하면서도 점점 더 놀라고 있었다.

“수리, 네피림이 너에게 숫자의 비밀을 알아오라고 한 이후, 넌 어쨌든 그 비밀의 퍼즐을 하나씩 맞추고 있었어. 난 뒤를 따라다니면서 네가 알아낸 비밀을 그저 주워먹으면 그만이었지. 그리고 단 하나, 마지막 숫자의 비밀을 알기 전에 넌 스스로 포기해버렸어. 그리곤 엉뚱하게도 레뮤리아 왕국으로 온 거지. 처음엔 의아했어. 왜 비밀을 파헤치던 걸 그만두고 이곳에 온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지. 하하하! 그런데 이제야 알았어.”

수리는 숨도 못 쉬고 폴리페서의 이야기에 압도당했다. 모나도 마찬가지였다.

“그건 비밀도 아니지. 그저 넌 인간의 본능을 깨달은 것뿐이야.”

폴리페서가 수리를 내려다보았다.

“넌 네피림에게 알려주기 싫었던 거야. 넌 네가 알아낸 숫자의 비밀로 지도를 하나 만들었다. 그리고 그 지도를 보고 중요한 진실을 알게 됐어. 너희 아빠도 알아내지 못한 진실을. 그래서 이곳에 온 거지. 아빠를 찾으러 말이야. 레뮤리아 왕국의 우물을 거치지 못하면 아빠를 만날 수 없었으니까. 외로운 빨간 외투를 살해한 자를 찾았나? 우하하.”

수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살인자가 너일까? 아빠일까? 우하하. 그래서 난 너의 친구 마루를 분홍 돼지로 만들었다. 일종의 볼모라고나 할까?”

폴리페서는 비열하게 웃었다.

“마루를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고 싶다면 내게 그 비밀의 지도를 주어야 할 거다.”

폴리페서는 자신의 승리를 이미 예감한 듯 아주 느긋했다.

 
카치나 속으로 숨어 들어간 나비수정
“궁금한 게 하나 있어.”

수리가 떡밥을 던졌다.

“도대체 당신에게 그 비밀의 지도가 왜 필요한 거지?”

폴리페서의 얼굴이 아주 짧은 순간 굳어졌지만, 곧 다시 웃었다.

“난, 미래 인류를 살리기 위해 애쓰고 있어. 너처럼 장난질하고, 여행이나 다니면서 민폐 끼치는 철없는 아이들과는 다르지.”

폴리페서는 괴물아기를 쳐다보며 명령했다.

“모조리 먹어치워.”

괴물아기는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그리고 이상한 나무의 숲에 있는 나무들부터 먹기 시작했다.

“너희도 먹어치울 수 있으니까 조심해.”

폴리페서가 아주 작은 소리로 말했다.

모나가 달려나가 괴물아기의 다리를 향해 창을 힘껏 던졌다. 창은 다리에 맞고 튕겨나갔다. 괴물아기는 모나를 덥석 잡아 자신의 입에 쏙 넣었다.

“모나!”

수리가 비명을 질렀다.

“이제 시작인데 놀라다니. 재미없잖아?”

이상한 나무의 숲 속 나무들을 다 먹어치운 괴물아기는 카치나 나무 하나만을 남겨놓았다. 괴물아기는 폴리페서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너희는 우주선을 만들지 못할 거야.”

폴리페서는 수리를 약올렸다. 아메티스트가 소리쳤다.

“수리야. 절대 저 말에 넘어가지 마.”

폴리페서가 아메티스트를 보았다.

“쓰레기가 아직 살아있다니.”

수리는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었다. 그때 바지 주머니에서 무언가 움직였다. 수리는 슬쩍 웃었다.

“나에겐 카치나로 만든 우주선만 있는 게 아니야.”

“아, 너의 자가용? 그저 자가용일 뿐이지. 우주선은 아니잖아. 특히 카치나 우주선은 네 비밀의 지도를 완성시켜 줄 우주선이니까. 감히 너의 자가용과 비교가 될까?”

폴리페서는 수리의 모든 걸 꿰뚫고 있었다.

“카치나를 먹어.”

괴물아기가 카치나를 먹을 찰나, 오크마을 사람들이 나타났다. 마을 사람들은 괴물아기에게 무기를 던졌다.

“우리 조상이 지켜온 수호신이야. 저걸 망가뜨린다면 괴상하게 생긴 저 괴물아기와 물안경을 쓴, 당신은 저주를 받게 될 거야.”

마을 사람들이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폴리페서가 절대 포기할 리 없었다. 그는 명령을 취소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괴물아기는 벌써 오크마을의 집들을 발로 밟아 부수고 있었다.

수리는 다급했다. 순간 휘청했다. 두두두두 지진이 일어난 듯 땅이 흔들렸다. 괴물아기가 앞으로 쿵쿵 소리를 내며 넘어졌다. 골리 쌤과 썸이 괴물아기를 공격하고 있었다. 뒤에서 공격한 썸 덕분에 괴물아기는 앞으로 코를 박고 넘어졌고, 먹었던 모나를 토해냈다. 모나는 일어나서 수리에게 달려왔다. 괴물아기는 진짜 아기 마냥 스스로 일어나지 못했다.

“으으윽…이것들….”

그때였다. 또 다른 괴물아기들이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모나가 눈짓하자 수리가 나비수정을 카치나에 휙 던졌다.

“숲으로 돌아갔다!”

나비수정은 순간 생명을 가진 나비가 되어 카치나 속으로 숨어들었다. 그러자 카치나의 줄기와 가지가 길게 뻗어나와 스스로 몸뚱이를 칭칭 감기 시작했다. 모두 넋을 잃고 쳐다봤다. 마치 누에고치가 실을 감듯 푸른빛을 발하는 줄기와 가지로 온몸을 칭칭 감았다. 점점 그 형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우주선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괴물아기들이 다시 카치나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줄기와 가지를 마구 뜯어냈다.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수리는 주머니에서 배를 꺼냈다.

“스키드블라니르! 우리를 태워줘.”

주머니에서 나온 작은 배, 스키드블라니르는 점점 커져 썸과 골리 쌤, 사비, 마루, 모나, 아메티스트, 카치나까지 태웠다. 그리고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야호!”

수리가 폴리페서에게 보란 듯이 소리쳤다.

“넌, 요니구니에 있는 너의 아빠를 절대 구하지 못할 거다. 내가 맹세하지.”

“폴리페서. 아메티스트는 쓰레기가 아니야.”

수리는 폴리페서에게 손까지 흔들어주었다.

“우리, 이스터 섬에서 만나! 기억해. 이스터 섬이야.”

수리는 그렇게 가버렸고 오크마을은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오크마을 사람들도 사라졌고 이상한 나무의 숲도 사라졌다. 황량한 허허벌판만 남았다. 바로 쓰레기 행성의 모습이었다.

다음 호에 계속
기사 이미지

하지윤은 시인·소설가.
판게아 시리즈 1권 「시발바를 찾아서」,
2권 「마추픽추의 비밀」,
3권 「플래닛 아틀란티스」 를 썼다.

소년중앙에 연재하는 ‘롱고롱고의 노래’는
판게아 4번째 시리즈다.



<소년중앙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ojoong.joins.com/>
<소년중앙 구독신청링크
http://goo.gl/forms/HeEzNyljVa5zYNGF2>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