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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에 30초가 가슴에 30년

문제를 보기 전에 사람부터 보고, 상대의 마음을 얻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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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명의 샐러리맨 코칭스쿨

지난주엔 유독 사고를 많이 쳤다. 소통을 강의하는 코치로선 여간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코치들과 미팅을 하면서 다른 코치가 발표를 하고 있는데, 손목시계를 툭툭 두드렸다. 빨리 끝내라는 표시였다. 그걸 본 해당 코치는 서둘러서 발표를 마쳤다. “제가 너무 길게 했나 봐요. 죄송해요”라고 말했다. 문제는 그 다음에 벌어졌다. 나는 그 코치보다 더 장황하게 말했다. 실제로 해당 내용을 말하다 보니, 길게 말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 코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자기는 더 길게 말하면서 남에게만 짧게 말하라고 그래!’

그래도 이 해프닝은 큰 사고 없이 지나갔다. 정작 오후에 더 큰 일이 벌어졌다. 그룹코칭 중에 자꾸 주제를 벗어나는 말을 하는 참가자에게 면박을 줬다. 그 분은 매우 기분 나빠했다. 그럭저럭 그룹코칭은 끝났지만 내 머릿속은 매우 복잡했다. ‘쾌락의 불균형 이론’이 떠올랐다. 좋은 감정은 금방 잊히지만 나쁜 감정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는 게 쾌락의 불균형 이론이다. 그 분에겐 기분 나쁜 감정이 오랫동안 남을 것이다.

회의의 효율과 그룹코칭의 목적을 달성했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그 사람들에게 큰 상처를 줬다. 엄밀하게 말하면 회의의 목적도 달성하지 못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소통에는 업무적 소통, 정서적 소통, 창의적 소통이 있다. 업무적 소통을 잘하기 위해선 먼저 정서적 소통이 선행돼야 한다는 거다. 나는 정서적 소통을 망가뜨렸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설득엔 3요소가 있다고 했다. 말하는 사람의 신뢰성을 의미하는 에토스(Ethos), 듣는 사람의 정서적 공감을 얻는 파토스(Pathos), 이성적 논리와 논거를 의미하는 로고스(Logos)다. 그런데 설득에 영향을 미치는 건 에토스가 60%, 파토스가 30%, 로고스가 10%라고 한다. 논리적 설득에 앞서, 말하는 사람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가 가장 결정적이고, 그 다음엔 듣는 사람의 공감을 얼마나 얻는지가 두 번째라는 거다. 나는 설득의 90% 요인을 얻는 데 실패했고 감정적 상처만 남겼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설득의 논리보다 신뢰·공감이 중요
돌이켜 생각해 본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변명을 하자면, 정해진 시간에 토론을 끝내고 싶었다. 그냥 끝내는 게 아니라, 멋진 결론을 도출하고 싶었다. 그래서 마음이 급했다. 이게 바로 함정이었다.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결국 그 내용을 실행하는 건 사람이라는 걸 망각한 것이다. 급한 마음에 운동화 끈도 묶지 않고 달리려고 했다. 어떤 근사한 결론도 그걸 실행할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준다면 무용지물이라는 걸 간과했던 거다.

며칠 후에 또 사고를 쳤다. 강의를 하는데, 참가자가 엉뚱한 질문을 했다. 실제로 엉뚱한 질문이었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자신이 없지만 적어도 그 상황에선 그렇게 생각했다. 그 참가자의 질문을 무시해버렸다. 그 순간부터 그 참가자는 고개를 숙이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면서 강의를 전혀 듣지 않았다. 어떤 경우라도 참가자의 질문은 존중돼야 한다는 걸 스스로 입버릇처럼 강조하던 터라 어이가 없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그 순간 나는 똥개에 불과했다. 개에게 공을 던지면 개는 그 공을 쫒아가서 물어온다. 그러나 사자에게 공을 던지면 사자는 공을 쫒아가는 게 아니라, 공을 던진 사람을 향해 덤벼든다. 문제의 본질을 잊지 말라는 교훈이다. 어떤 문제가 주어지면 그 문제를 쫒아가지 말고, 그 문제의 본질과 그 문제를 감당해야 할 사람을 먼저 보라는 뜻이다.

얼마 전에 TV에서 ‘남궁인’이라는 의사가 말했다. “말은 인공호흡입니다. 말을 통해서 그 사람을 살릴 수도 있습니다.” 정말 가슴에 와 닿는 말이었다. 메모까지 해가면서 외웠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보다 더 강렬했다. ‘입술에 30초가 가슴에 30년’이라는 말이 있다. 강의 때 가끔 인용하는 말이다. 실제로 20여 년 전에 선배에게 들은 한마디가 내 가슴에 비수처럼 남아 있다.

이번 일들을 통해 비싼 수업료를 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생긴다면 내 직업에 대해 심각하게 재고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자기도 지키지 못하는 걸 남에게 가르칠 순 없는 일 아니겠는가?

의견 차이가 크거나 심각한 문제에 대해 토론을 해야 할 때는 더욱 더 문제에 매몰되면 안 된다. 문제에 빠지는 순간 상대방을 보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문제를 보기 전에 먼저 사람을 보라고 하는 거다. 그 사람이 지금 어떤 상황에 있는지, 어떤 입장에 있는지,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 그렇게 결론이 나면 그 사람이 어떤 곤경에 처하겠는지, 그 사람이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부터 먼저 살펴야 한다. 내 생각대로 결론이 났다고 하더라도 결코 이긴 게 아니다.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를 줬다면 진 거다. 상대방의 입장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상대방을 설득해서 어떤 결론에 도달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마음은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가 생각난다. A임원의 만류에도 D부장은 자신의 소신대로 일을 진행했다가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칠 상황이 발생했다. A임원이 물었다. “코치님, 이럴 경우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얼마나 큰 손해인지, 그 일은 누가 수습해야 하는지 묻고 난 후에 말했다. “이번 경우엔 야단을 치지 않는 게 좋겠네요. 먼저 D부장을 위로해주고 어떻게 수습할 건지 물어보세요. 그 분이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잘해보려고 하다가 그렇게 된 거라면서요? D부장도 자신이 잘못한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고 어차피 뒷일을 D부장이 수습해야 하는 거라면 더욱 그렇게 하는 게 좋겠네요. 일을 챙기기 전에 먼저 사람부터 챙겨야 합니다. 결국 일은 사람이 하는 거니까요.” A임원은 나의 조언대로 했다. D부장은 감동했다. D부장은 혼신의 노력을 다했고 결국 그 일은 잘 수습됐다.
내 생각대로 결론 나도 결코 이긴 게 아니다
아직도 큰 소리로 부하직원을 야단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이들도 나처럼 본질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화를 내고 야단을 치면, 그 자리에선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볼 땐 마이너스다. 상대방의 가슴에 상처를 남기면 관계는 나빠질 것이고, 상대방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결국 수동적이고 부정적인 태도로 일하게 될 것이다.

직급이 높은 사람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직원들에게 화를 내면 안 된다는 걸 잘 알면서도 성격이 급해서 화를 잘 낸다는 거다. 그러나 알면서도 잘 안 된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내심으론 화를 내도 괜찮다고 생각하니까 화를 내는 거다. 이들은 상사에겐 화를 내지 않는다. 자신에게 돌아올 결과를 잘 알기 때문이다. 30층에서 뛰어내리라고 하면 뛰어내리겠는가? 절대로 뛰어내리지 않을 거다. 결과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2층에서 뛰어내리라고 하면 어떨까? 망설일 거다. 잘하면 하나도 안 다칠 수 있고 다치더라도 중상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는 데도 실천이 잘 안 된다는 건 거짓말이다. 내심으론 괜찮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실천하지 않는 거다.

글 김종명 - 리더십코칭연구소 대표,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다. 기업과 공공기관, 대학 등에서 리더십과 코칭, 소통 등에 대해 강의와 코칭을 하고 있다. 보성어패럴 CEO, 한국리더십센터 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리더 절대로 바쁘지 마라] [절대 설득하지 마라] [코칭방정식] 등 다수가 있다.

김종명 리더십코칭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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