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현장 속으로] 농민 “중국 청년 없으면 배추농사 애먹어” 필리핀인 “인심 좋은 한국 오려고 줄서요”

농촌 일손 돕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기사 이미지

중국 근로자들이 지난달 27일 충북 괴산 절임배추 공장에서 임금택 대표(사진 오른쪽 둘째)와 함께 배추를 손질하고 있다. [괴산=프리랜서 김성태]

지난달 27일 충북 괴산군 장연면 오가리 절임배추공장. 임금택(58) 장연면생산자영농조합법인 대표와 인부 20여 명이 대형마트에 납품할 18t 분량의 절임배추를 분주하게 포장했다. 근로자 중에는 중국인 7명도 있었다. 괴산군과 자매결연을 한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시에서 온 근로자들로 지난달 21일 한국에 왔다. 임 대표가 배추 절단기와 소금물 탱크 등을 돌며 손짓·발짓으로 요령을 설명하자 중국인 근로자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33~55세 외국인 최대 90일 취업비자
괴산·단양·양구·진안 등 시범사업
“외국인 근로자 덕에 계획적 영농
6~7개월간 일하게 기간 늘려야”

임 대표는 891㎡ 규모 절임배추 공장에서 한 해 320t 정도의 절임배추를 생산한다. 연간 매출은 4억원 정도다. 절임배추가 잘 팔려 매출은 늘지만 일손이 항상 고민이었다. 오가리에 90여 명의 주민이 살지만 대부분 70~80대 노인이다. 50대인 임 대표는 이 마을에서 둘째로 젊다고 한다. 임 대표는 “농촌 고령화가 심각해 일손 구하는 데 애먹었다”며 “젊고 힘센 30대 중국 청년들이 바쁜 시기에 일을 도우니 절임배추 납품이 훨씬 수월해졌다”며 웃었다.

고령화된 농촌 지역 인력난 해소를 위해 도입한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가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사업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자매결연 등을 한 외국에서 근로자를 받아 한시적으로 고용하는 제도다. 법무부에서 단기취업비자(C-4)를 받은 외국인들이 일손이 필요한 농가에 머물며 최대 90일까지 일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충북 괴산이 처음 도입한 이후 올해 충북 단양·보은, 충남 서천, 강원도 양구, 전북 진안 등에서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경기도 포천시와 충북 음성군은 행정절차를 준비 중이다. 이 사업을 통해 지금까지 한국 농촌에 온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모두 219명이다. 대상자는 만 33~55세 외국인이다.
기사 이미지

필리핀에서 온 리카르도(아래 사진 왼쪽)가 동료들과 양구 표고버섯 농장에서 버섯을 수확하고 있다. [양구=박진호 기자]

괴산군은 지난해 19명의 중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데 이어 올 상반기 옥수수·담배·감자 재배 농가에 25명, 하반기엔 18곳의 절임배추 생산 농가에 중국인 근로자 48명을 고용했다. 괴산에는 683개의 농가가 한 해 절임배추 1900t을 생산한다. 하지만 일꾼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괴산군은 인구 3만8787명 중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9%(1만1454명)를 차지하는 초고령 지역이다.

최한균 괴산군 유통가공팀장은 “11월 초부터 40일간 절임배추 생산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시기에 일손을 구할 수 없어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활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월급은 농가와 괴산군청이 협의해 한 달에 155만원으로 정했다. 근로자들은 절임배추 주문이 들어오는 날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배추를 절이거나 포장 작업을 한다. 나머지 시간은 창고·설비 청소를 한다. 숙식 제공과 근로자 상해보험 가입도 농가 몫이다.

강원도 양구에서는 필리핀 출신 외국인들이 표고버섯 재배 농가에서 일손을 돕고 있다. 양구군과 자매결연 도시인 필리핀 탈락에서 9월 말 입국한 근로자 28명은 오는 12월 말까지 표고버섯·토마토 재배 농가에서 일할 예정이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로 참여한 에르윈(40)은 “필리핀에서 양파 농사를 짓다 태풍 때문에 올해 농사를 망쳤다”며 “가족의 생계를 위해 돈도 벌고 한국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양구에서는 지난 6월에도 탈락 주민 29명이 입국해 3개월간 근무했었다. “한국 농촌 사람들이 인심이 좋고 잘 챙겨준다”는 소문이 나면서 탈락의 경우 하반기 사업 신청자가 300명을 넘어 1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이들은 하루 8시간씩 근무하고 135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양구군은 외국인 근로자들의 편의를 위해 최근 해안면에 방 13개가 딸린 2층 규모의 숙소 ‘펀치볼 힐링하우스’를 제공했다.
기사 이미지
충북 단양군은 지난 4월 네팔 출신 근로자 7명을 고용해 지역 특산품인 곤드레 나물과 오미자 재배농가에 일손을 제공했다. 충북 보은군은 관내 다문화가정의 가족 30명을 상·하반기로 나눠 초청해 대추·사과·오이 농가 일손돕기에 고용했다. 지난 7월 키르기스스탄 으슥아타군과 교류협약을 맺은 전북 진안군은 지난 9월부터 인삼·토마토·블루베리 농장 등에서 외국인 근로자 11명이 일하고 있다. 충남 서천에서는 몽골 출신 외국인 근로자 20명이 지난 9월 초 입국해 멸치공장에서 선별작업과 건조작업을 돕고 있다.

시범사업으로 진행 중인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에 대해 농가들은 “현재 90일인 체류기간을 더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표고버섯 농사를 짓는 김연호(59)씨는 “그동안 고정적으로 근무하는 인력이 없어 영농계획을 짤 수 없었지만 외국인 계절근로자 사업이 생기면서 계획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됐다”며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일이 주로 몰리는 4~10월에 6~7개월가량 근무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정섭 박사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 외에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 농촌에서 일할 수 있는 인원이 6600명에 불과하다”며 “대규모 시설재배 농가 인력 확보를 위해 외국인 고용허가제 할당(쿼터)을 지금의 두 배로 늘리고, 지자체 내 농촌 일손돕기 전담 부서를 운영하면 소규모 농가 인력난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올해까지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를 시범운영하고 불법 체류 등 부작용이 없는지 살펴본 뒤 농식품부·지자체 등과 협의해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 BOX] 김천시는 도농 일손 중매, 영양군은 외지 근로자에게 무료 숙박
농촌 인력난에 지방자치단체가 ‘일손 중매’를 해주기도 한다. 경북 김천시는 2011년부터 김천시와 김천농협·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 민간기관이 손잡고 ‘김천시 도농 일자리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경북도와 김천시가 센터 운영비를 지원한다. 센터 직원 3명이 상주하면서 농번기인 3~10월까지 농가에 일꾼을 연결해 준다. 김천시에서 가까운 경북 상주, 전북 무주 등에 승합차를 보내 근로자를 모집하기도 한다. 2013년 430명의 일꾼을 곶감 건조작업이나 과수 재배에 연결해 주었다. 지난해엔 655명으로 늘었다. 신성우 센터장은 “도농 복합도시인 김천시 특성을 고려해 도심에 사는 50~60대 주부들을 대상으로 홍보를 한다. 현재 상시 투입 가능한 인력도 300명 정도 된다”고 말했다.

고추 주산지인 경북 영양군은 2012년 ‘빛깔찬 일자리지원센터’를 준공해 외지에서 오는 근로자들에게 무료로 숙박을 제공하고 근로자 모집도 돕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산업인력지원센터’를 전국 13개 농촌 시·군 지역에 설치해 인력 공급을 지원하고 있다. 나주·화순 일자리지원센터 김종량 소장은 “수요를 파악해 광주광역시를 비롯한 대도시에서 광고를 내 근로자를 모집하기도 한다”며 “올해 농가에 1만8000여 명의 근로자를 공급했다”고 말했다. 최종권 기자

괴산·양구=최종권·박진호 기자 choigo@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