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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해외 고부가 시장 진입 못 하고, 아파트 공사만 열 올리는 건설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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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승민
경제부 기자

“건설이 한국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경제성장에서 차지하는 건설투자의 기여도가 커지면서 나오는 말이다. 그러나 이를 보는 사람들의 시각은 ‘대견하다’ 보다는 ‘불안하다’에 가깝다. 국내 건설사들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주택 시장의 호황에만 기대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건설업계가 ‘그 다음’에 대한 해답은 내놓지 못한 채 아파트만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라 불안감은 더 커진다.

엔지니어링·시공 통합 발주 늘자
해외 기업, 엔지니어링 역량 강화
국내는 미온적…법적 지원도 미비
“건설업 변신은 선택 아닌 필수”


이런 국내 사정과는 달리 해외 건설업계는 발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엔지니어링 역량 강화다. 엔지니어링은 건설 프로젝트 중 기획·조사·프로젝트관리·설계·감리·유지·보수 등 시공을 제외한 사업 영역을 말한다. 그간 시공을 지원하는 분야로 저평가됐지만 최근 선진국형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데다 부가가치율이 65.3%, 고용유발효과가 10억원 당 14명으로 제조업 평균의 3배를 넘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서도 건설사의 엔지니어링 역량 확보가 중요해졌다. 시공 분야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시공과 엔지니어링 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시공 역량만으로는 대형 프로젝트의 수주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해외 건설사도 시공에 집중하던 것에서 벗어나 전체 프로젝트를 맡을 수 있도록 자체 엔지니어링 역량을 갖추는 추세다.

상황은 이런 데 국내 엔지니어링 산업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국내 건설사의 시공 분야 세계시장 점유율은 8.3%지만, 엔지니어링은 2.4%에 불과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엔지니어링 전문 업체는 5559개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96%는 중소·중견 기업이다. 엔지니어링 사업을 시도하던 대형 건설사들도 해외 플랜트의 적자 사태 이후로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추세와는 달리 시공 사업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원인은 다양하다. 일단 국내 업체는 해외 발주자에게 내세울 만한 ‘경력’이 없다.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에선 여러 업체에 분할 발주하는 관행상 공식적인 대형 프로젝트 수주 업체가 나올 수 없다. 해외 시장에서 중요한 경력으로 따지는 감리(PMC)는 공공기관이 도맡고 있어 진입조차 못한다. 시공사가 엔지니어링의 주요 업무인 설계를 겸하는 것은 법적으로 막혀있다. 건설사들의 움직임도 미온적이다. 주택시장 상황이 좋은 지금 굳이 위험을 떠안아 가며 따뜻한 안방에서 나갈 생각이 없다.

여건은 어렵지만 건설업의 변신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가 됐다. 집 지어야 사는 후진국형 경제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건설사들의 자체적인 노력과 이를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함승민 경제부 기자 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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