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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사이트] 미·중 전략적 불신이 한·중 관계 근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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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한·중은 ‘북핵 반대’란 총론에선 의견을 같이한다. 한데 왜 ‘대북제재’ 등 북핵 제거를 위한 각론에 들어가면 늘 엇박자를 내는 것일까. 북핵에 접근하는 입장이 달라서다. 우리가 한반도 차원에서 문제를 본다면 중국은 지구촌을 무대로 미국과 펼치는 체스게임 차원에서 북핵이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문제에 접근한다. 그러다 보니 한·중 의견이 일치되는 그런 제대로 된 북핵 해법이 나올 리 없다. 정녕 방법은 없는 것일까.

유럽 내 나토의 꾸준한 확장과
미국 미사일방어 체계 구축이
러시아 반발과 중국의 불신 초래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을
중국은 아시아판 나토 확대로 봐
북핵 제거에 소극적 태도 나타내

중국에 대한 ‘희망적 사고’ 버리고
미·중이 펼치는 체스판 보기 위해
우리 시선을 세계로 향하게 해야


북핵과 사드 이슈는 한·중 양자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북한 외에 미국과 중국이라는 G2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없이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 해법의 실타래를 풀기는커녕 오히려 상대에 대한 오해만 증폭시켜 상황을 더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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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사드, 유럽으로부터의 함의

먼저 우리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중국이 왜 그렇게 반발하는지를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북핵이라는 당면한 안보 위협에 나름대로 최소한의 자위적 조치를 취하기 위해 사드 도입을 결정한 바, 이에 대한 중국의 반대는 지나친 처사라며 중국에 서운한 마음을 갖는다.

반면 중국은 사드 배치를 한·미 동맹과 함께 남중국해-동중국해-대만으로 연결되는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라인의 일부분으로 판단한다. 이 같은 중국의 사고는 냉전 후 유럽에서 진행돼 온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확대와 미국의 유럽 미사일방어 체계 구축 과정에 영향을 받은 바가 크다.

냉전이 끝나갈 무렵 러시아의 리더들은 유럽 내 미군의 주둔과 나토의 존재에 대해 처음엔 긍정적 입장이었다. 유럽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미군과 나토의 필요성을 인정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나토의 확대는 러시아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기에 반대한다는 태도를 견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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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국은 나토의 영향력 확대를 꾀했다. 1999년 체코와 헝가리·폴란드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며 첫 번째 확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어 2004년엔 불가리아·루마니아 등 무려 7개국을 나토에 가입시키며 2차 확대를 달성했다.

2008년 4월엔 나토 정상회의에서 마침내 러시아의 인접 국가들인 그루지야(현 조지아)와 우크라이나까지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안건이 논의됐고, 이에 러시아가 격렬하게 반발했다.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적·안보적 위협으로 간주한 것이다. 결국 러시아는 중국의 베이징(北京) 올림픽 개막식 날인 2008년 8월 8일 그루지야를 무력으로 공격하는 강수를 뒀다.

이 같은 러시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나토는 2009년엔 알바니아와 크로아티아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였다. 훗날인 2014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친러시아 성향의 지도자가 축출되자 러시아군에 크림반도를 점령하라는 명령을 내리게 되는 배경엔 이처럼 무서운 기세로 뻗어가던 나토의 확대가 있었던 것이다.

나토 확장과 함께 냉전 후 미·러 사이에 또 다른 전략적 갈등을 불러일으킨 요소는 유럽 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 구축이었다. 2002년 미국은 ABM 조약(Anti-Ballistic Missile Treaty) 해체를 선언하고 자체적인 미사일 방어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해외 각 지역에 있는 미군기지의 미사일 방어 역량 강화 또한 함께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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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미 국방부는 2010년 2월 ‘탄도미사일 방어 심의 보고서’를 공표하고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4단계로 이뤄지는 유럽형 미사일방어 체계 구축을 추구했다. 이 계획은 러시아의 강력한 반대로 3단계까지만 진행되고 4단계는 폐지됐다. 그러나 미국이 보고서를 통해 이미 유럽과 중동·동아시아에 각 지역의 안보 위협 특성에 맞는 맞춤형 미사일방어 체계 구축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유럽에서 미국이 추구한 나토 확대와 미사일방어 체계 구축은 중국에 커다란 인식의 변화를 안겼다. 미국이 2010년께부터 본격화한 ‘아시아 회귀’ ‘재균형 정책’ 등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동아시아판 나토의 확대라고 중국은 판단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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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미국이 일본과 대만에 조기경보 레이더를 설치한 데 이어 한국에도 사드를 배치하려는 건 미국 주도의 동아시아 미사일방어 체계가 새로운 발전 단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중국은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2014년 여름 한국에서 사드 배치 이야기가 나온 직후 방한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바로 사드 문제를 꺼내며 민감하게 반응한 배경이기도 하다.

또 지난 7월 사드 배치가 발표된 이후 지금까지도 중국이 계속 격렬한 비판과 함께 불만을 토해내는 데는 유럽에서의 미·러 충돌을 면밀히 지켜봤던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상당한 군사·안보적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중 관계 흔드는 미·중 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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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문제에 나서는 중국의 자세엔 바로 이 같은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대북제재가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중국은 만약 강한 제재로 인해 김정은 체제가 붕괴한다면 한반도에 한국 중심으로 ‘통일 한국’이 세워지고, 이는 곧 미국이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한반도 전체를 장악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동북아에서 이미 중국을 견제하는 미·일 동맹이 강화된 마당에 한반도마저 미국의 영향력 아래 들어가는 건 중국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따라서 중국은 비핵화를 위해 대북제재를 강화하느니 차라리 관리가 가능한 ‘핵을 가진 김정은 체제’가 전략적으로 유리하다는 계산을 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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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비핵화-평화협정’의 동시 협상을 주장하며 제재에서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을 노리는 것도 제재 국면이 미국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중국은 미국이 북핵 문제의 해결보다 강한 대북 압박 과정을 통해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와 함께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 체계 구축에 한국을 참여시키려 한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중국이 또 북한 제재와 북·중 관계 개선을 분리해 접근하는 행보를 택하는 것도 미국과의 경쟁에서 북한을 전략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할 필요성이 요구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국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불신이 사라지지 않는 한 북핵이나 사드 이슈에서 중국의 협조를 받기는 매우 어려운 상태다.

이젠 한국도 세계를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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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한국이 현재의 미·중 전략적 경쟁구도하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통일의 기반을 쌓는 한·중 관계를 만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는 중국에 대한 ‘희망적 사고’를 버리고 미·중의 체스판, 즉 우리도 이제는 세계를 봐야 한다.

냉정하고 현실적인 강대국들의 국익 계산을 감안하면 중국이 쉽사리 북한을 포기하고 한국 편에 서서 북핵과 통일 문제를 다뤄 줄 것이란 순진한 생각을 하면 안 된다. 굳건한 한·미 동맹의 기반 위에서 중국과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란 우리의 정책을 중국에 명확하게 전달함으로써 중국 또한 한국이 한·미 동맹에서 벗어나 최소한 미·중 사이에서 중립을 지켜 줄 것이란 ‘희망적 사고’를 버리게 해야 한다.

둘째는 중국에 대한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감소시켜야 한다. 중국이 김정은 체제에 불만을 가지면서도 북한을 전략적으로 포용하려는 이유는 미·중 사이에서 북한이 갖는 전략적 완충국가로서의 가치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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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국은 전통적인 완충국가 이론의 논쟁점 중 하나인 중립국과 완충국가의 차이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만약 우리가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면서 미·중의 충돌을 완화시키는 ‘평화적이고 전략적인 준(準)완충국가’의 모델을 추구할 수 있다면 북한이 중국에 대해 갖는 완충국가로서의 가치가 줄어들 수 있다.

끝으로 우리는 중국과의 군사·안보적 갈등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경제협력에 이은 사회·문화, 인적 교류 발전을 강화해야 한다. 설사 한·중 관계의 한 축이 미·중 갈등의 영향으로 흔들리게 되더라도 다른 여러 분야에서의 교류 협력 시스템이 튼튼하게 구축돼 있다면 한·중 관계의 전체적인 틀은 훼손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한권
미국 코네티컷 주립대에서 정치학 학사와 행정학 석사, 아메리칸대에서 국제관계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중국 칭화대와 베이징대에서의 연구 활동을 거쳐 아산정책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과 지역연구센터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미·중 사이 한국의 이원외교』(2015)와 『차이나 콤플렉스』 (2014, 공저) 등이 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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