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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혹시나 했더니…‘맹탕’ 조선업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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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현
경제부 기자

“주요 경기 민감 업종의 구조조정 1단계 작업은 큰 틀에서 일단락됐다.”

지난달 31일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이 조선·해운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일단락’이란 어떤 일의 한 단계를 마무리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날 정부의 발표 내용을 보면 뭘 마무리했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

가장 큰 현안이었던 ‘조선 빅3(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체제 재편 내용은 발표에 담기지 않았다. 사정이 가장 어려운 대우조선해양을 공공 발주 등을 통해 ‘연명’시키고 장기적으로 민영화하겠다고만 밝혔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을 시장에 언제 어떻게 내다 팔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은 없었다. 향후 상황을 보겠다는 ‘하나마나 한 얘기’가 전부다.

시장의 반응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사들이 이미 추진한 기존 자구안에서 한 발짝도 더 나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더구나 가장 시급한 조선업의 경우 맥킨지에 맡긴 컨설팅 보고서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간을 지체한 끝에 내놓은 대책인데 ‘재탕’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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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백번 양보해 이미 지난 일이라고 치자. 그렇다면 정부는 구조조정과 관련해 앞으로 무엇을 더 할 것인가. 1단계 작업이 일단락됐다고 했으니 2단계, 그 이후에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대략의 밑그림을 그려 놓았어야 한다. 그런데 정만기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앞으로 시장 상황 변동을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굳이 시기적으로 나누자면 1단계를 2018년까지로 본다”고 덧붙였다.

2018년까지 구조조정에 대한 다른 정책을 내놓지 않겠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그해에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 민감한 사안을 다음 정권으로 미루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당장 정치권에서 이런 지적이 나왔다.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경제부처가 내 임기 중에만 터지지 말라는 심정으로 ‘폭탄 돌리기’를 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구조조정에 대한 책임 있는 대응도, 뼈를 깎는 노력 끝에 조선업을 살리는 길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순실 사태’ 여파에 따른 정책 동력 약화가 현실화되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선을 앞둔 데다 정치적 이슈가 겹치며 구조개혁이나 경기 대응을 위한 정책 추진력이 크게 약화됐다”고 진단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일본 1~3위 해운사인 NYK, K라인, MOL은 컨테이너 부문을 합병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한국이 여러 이유로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허비하는 동안 일본 등 경쟁국은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하남현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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