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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람] “집도 짓고 책도 짓고 … 나는 상상을 짓는 사람”

건축가 겸 작가 오영욱
건축 하는 사람, 글 쓰는 사람, 여행하는 사람인 오영욱을 만났다. 여러 작가가 집을 주제로 펴낸 단편집 『하우스 오브 픽션』에 ‘발코니’라는 소설을 쓰더니 이제 곧 ‘우연한 배낭여행’이라는 프로젝트로 4명의 청년들과 함께 호주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의 기회를 갖지 못한 청년들에게 항공권과 여행경비 등을 지원하는 여행 나눔 프로젝트다. 또, 지난달 말 마포구가 개장한 책을 테마로 한 문화 공간 ‘경의선 책거리’에는 기차를 닮은 시설물을 디자인했다. 제각각 다른 일처럼 보이지만 결국 모두 ‘짓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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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철길 터에 들어선 ‘경의선 책거리’ 부스 앞에서 건축가 오영욱씨가 작업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지하에 파묻혀 있는 구조물인 하수관을 지상으로 올려 마치 기차처럼 부스와 부스가 이어지도록 디자인했다”며 “책이 장과 장으로 연결된 것을 은유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우연한 빌딩 건축, 우연한 배낭여행 등 기획
하수관 이용한 '경의선 책거리'도 디자인
최근 내놓은 소설엔 공간에 대한 경험 담아


-‘발코니’라는 소설을 썼다. 그동안은 여행 에세이를 주로 썼는데 왜 픽션인가.

“나에겐 픽션이라기보다 에세이에 가깝다. 전문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거의 모든 글을 경험을 바탕으로 쓴다. 바다가 보이는 넓은 땅에 집을 짓고 싶어 하는 의뢰인과 건축가의 작업 과정을 담은 글이다. 총 7번의 도면 변경이 있는데, 삽화로 단계별 도면을 실었다. 도면이 계속 바뀌다가 마지막에 아파트와 똑같은 평면도가 나온다. 자유롭고 싶어서 바다 옆에 단독 주택을 짓는데, 결국 늘 살아 왔던 아파트 구조에서 평안을 느낀다는 아이러니를 담고 싶었다.”

-소설 마지막 의뢰인의 말이 인상적이다. 발코니를 확장해 달라니.

“아이러니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사다. 너른 바다가 보이는 땅에 그림 같은 집을 짓는 사람이 결국 좁은 아파트에서나 하던 발코니 확장을 해달라는 거다. 발코니는 사적인 공간인 집과 공적인 공간인 외부를 이어주는 통로다. 발코니를 없애버리면 그 통로가 없어지면서 내부와 외부가 단절된다. 요즘 서울이라는 도시가 삭막하게 느껴지는데 발코니 확장이 한몫 했다고 본다.”

-건축가라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쓴다.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 모두 건축을 잘하고 싶어서 시작했다. 좋은 공간을 찾아다니면서 기록을 했고, 그 공간을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으로 그림을 그렸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그림이 아니었기에 선이 구불구불하고 제멋대로다. 글쓰기도 공간을 찾아다니며 여행을 다니다 끄적거린 걸 책으로 내면서 시작되었다. ‘도시도 텍스트’라는 표현을 쓰는데, 새로운 공간이나 새로운 텍스트를 만나 그걸 다시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또 새로운 텍스트가 나와 책이 된 셈이다.”

-공간과 텍스트를 아우른다는 점에서 이번 ‘경의선 책거리’ 작업도 인상적이다.

“책이라는 주제로 공원을 만드는 일이었다. 지하에 매립하는 콘크리트 하수관을 구조물로 이용해 책을 진열하고 관련 부스를 만들었다. 장과 장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된다는 책의 속성에서 힌트를 얻었다. 단위길이 1m의 하수관이 하나 둘 모여서 흐름이 되고, 하부 구조가 완성된 듯이 말이다.”

-『하우스 오브 픽션』(사진)의 제본 방식은 장과 장의 만남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제본하지 않은 낱장으로 된 형태의 ‘리브르 아 를리에(Livre a relier)’라고 불리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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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오브 픽션』 스페셜 에디션:리브르 아 를리에 합본 한정판

“기획자가 인쇄소에서 나온 날 것 그대로의 책을 ‘오브제’처럼 보여주자고 했다. 네 페이지를 합친 것 같은 넓이(앞뒤로 인쇄되어 있어 전체 8페이지)의 전지를 두 번씩 접은 묶음들로 이루어져 있다. 접혀진 순서가 실제 페이지와 다르기 때문에 펼쳐 봤을 때 뒤섞여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처음 펼쳤을 때는, 해당 텍스트와 해당 도면이 호응하지 않은 상태로 보인다. 제본한 상태에서는 볼 수 없는 우연한 뒤섞임을 표현하고 싶었다.”

-우연한 뒤섞임? 얼마 전에 직접 지은 '오기사디자인' 사무실(오영욱 대표의 건축 사무소)이 있는 이태원 건물 이름도 '우연한 빌딩'이고 청년들과의 배낭여행 프로젝트도 '우연한 배낭여행'이다. 우연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나.

“내 인생을 설명하는 코드다. 계획하고 작정해서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때그때 관심 있는 일을 해 왔는데. 운이 좋았다. 우연히 만난 인연이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줬다. 우연한 배낭여행을 기획하게 된 것도 이런 우연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호주로 떠나는데, 사다리타기로 정했다.(웃음)”

-우연한 배낭여행에 같이 갈 사람을 선발할 때 ‘만드는 사람’이라는 조건을 걸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랑 같은 말이다. 요리를 하거나, 일기를 써도 결국 뭔가 만드는 사람이니까. 다만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가를 스스로 고민해봤으면 하는 생각에서 내건 조건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거나 적어도 그걸 고민하는 사람과의 여행이 더 즐거울 것 같았다.”

-지금까지 해온 작업을 보면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계속 고민해온 흔적이 보인다.

“맞다. 뭘 하면서 사는 게 행복한지를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 앞으로 나아가는 동력이 되더라. 건축이 맞는 길이라 생각하고 왔는데. 가끔 의문이 생긴다. 평생 해소될 것 같지 않은 질문인데, 이걸 계기로 반 보 정도 후퇴하면서 새로운 종류의 일을 해보기도 한다. 이런 경험이 다시 한 발짝 앞으로 나가게 만들어주더라. 하다보면 다음 단계의 길들이 찾아진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게 되었다.”

-건축가이면서 글 쓰는 사람, 그림 그리는 사람이기도 하다. 최종적으로 뭘 하고 싶은가.

“상상하는 일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호칭으로서의 작가가 아니라 뭔가를 ‘짓는’사람이라는 뜻의 작가가 되고 싶다. 물리적으로 건물을 올리는 일을 중점적으로 하지는 않을 것 같다. 프로젝트가 생기면 협업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같이 해나가되, 일의 초반에 내 스타일대로 상상하고 기획하는 일을 중점적으로 하고 싶다.”
오영욱이 추천하는 여행을 다룬 책 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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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기행 어크로스
나디아 허 지음 남혜선 역(1만7000원)


대만의 젊은 소설가 나디아 허가 2년간 지구 반 바퀴를 돌며 세계 14곳의 동물원을 구경한 뒤 지은 책이다. 동물원을 순례하면서 작가가 풀어내는 찬란하면서도 슬픈 이야기를 읽으면 당장 가보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로 재미있다. 동물원 원장이 장래희망인 나에겐 인상적인 책이다. 언젠가 지금껏 가보지 못했던 동물원에 찾아가 나의 시선으로 그 공간을 바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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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신이 좋아서 난다
전소연 지음(1만8800원)


사진과 이야기가 어우러진 산문집. 365일 사랑에 빠져있는 한 여자의 일상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짧은 여행이 아닌, 삶으로서의 긴 여행을 보여주는 것 같은 따뜻한 사진과 글이 마음에 든다. 여러 종류의 여행이 있지만 역시 마음이 뛰는 설렘, 그 아래 존재하는 아련함으로 채워진 여행이 좋다. 물론 직접 느끼는 설렘이 좋겠지만 때론 드라마 보듯 남의 마음을 책으로 엿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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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연금술사
에크하르트 툴레 지음 류시화 역(1만8000원)


여러가지 이유로 진짜 삶으로부터 멀어진 나 자신을 ‘지금 이 순간의 삶’으로 데려 오는 것을 말하는 명상 서적이다. 혼자 여행을 떠날 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혼자 하는 여행은 후회나 그리움이 주가 되는 잡생각들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혼자 하는 여행의 친구는 그런 나를 가만히 바라봐주는 책 한 권이면 족하다. 언젠가 떠날 차분한 여행을 위한 훌륭한 동반자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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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지도를 들고 서울을 걷다 청어람 미디어
이현군 지음(1만3800원)


역사지리학자 이현군이 조선 시대 한양을 중심으로 궁궐·종로·청계천·북촌·성곽 등을 답사하면서 서울 옛길을 더듬는다. 요즘 나는 고지도를 들고 여행을 하는 새로운 재미에 푹 빠져있다. 역사를 간직한 도시를 여행할 때 누릴 수 있는 선물이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고지도를 펼쳐놓고 전 세계 도시를 걷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그 전에 먼저, 익숙한 도시 서울의 과거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글=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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