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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의 내 마음속 몬스터] 아이를 위해 침묵한다고?

서천석의 ‘내 마음속 몬스터’를 시작합니다. 분노, 질투, 외로움, 조바심 … . 나를 스스로 괴롭히며 상처를 주는 내 마음속 몬스터들입니다. ‘서천석의 내 마음속 몬스터’를 통해 내 안의 몬스터를 발견하고 이해하며 화해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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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열 과한 엄마 vs 입 닫은 아빠
“저 사람은 뭐든 자기가 생각하는 것이 옳다고 해요. 그러니 그냥 저는 뒤로 빠져 있어요. 제가 나서면 뭐 싸움만 되죠. 그런데 웃기는 건 또 내가 애들에게 관심이 없다면서 화를 내요. 참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어요.”

성준씨의 말에는 화가 묻어 있다. 아내는 아이의 교육 문제에 있어서 성준씨의 이야기를 전혀 귀담아 듣지 않는다. 아내가 아이를 위해 애쓰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좀 지나치다. 아이들은 부모가 보지 않는 곳에서 큰다는 말도 있는데 아내는 아이를 잠시도 놔두지 않는다. 뭐라도 시키려 들고, 하나라도 더 가르치려 든다.

아내를 보면 엄마 생각이 난다. 엄마도 늘 잔소리를 했다. 나는 엄마의 기대를 채우기엔 모자란 자식이었다. 물론 나 때문은 아니다. 엄마의 기대가 너무 높았다. 열 개 중에 한두 개를 못한다는 건 뒤집어 보면 여덟아홉 개는 잘 한다는 얘기다. 한두 개 못하는 것은 흠도 아니다. 못 해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는데 엄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왜 그 부족한 한두 개를 채우려고 노력하지 않느냐, 그렇게 의지가 약해서 뭘 하겠냐며 잔소리를 했다.

다른 환경서 자란 부부, 양육관 다를 수밖에
두 사람에게 중요한 건 스스로를 믿고 대화하기
극과극 교육에도 사랑 담기면 아이는 적응


성준씨가 보기에 아내는 약한 사람이다. 아내의 부모도 자녀에 대한 간섭이 심했다. 특히 아버지가 그렇다. 집안의 모든 것을 틀어쥐고 놓지 않는 성격이라 장모가 고생을 했다. 그런 아버지에게 아내는 늘 질려했지만 지금은 똑같이 따라하고 있다. 자신과 달리 아내는 착한 딸이었다. 반항이라곤 해본 적도 없다. 조금만 궤도에서 벗어나도 큰 일이 날 줄 알았나보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아이들이 궤도에서 벗어나는 것을 못 견뎌하고, 남들이 한다는 것은 다 시키고 있다.

성준씨 생각에 아내는 원래 그런 사람이다. 몇 번 대화를 했지만 다툼으로 이어질 뿐 변화의 가능성은 없다. 타고 난 것은 잘 변하지 않는다. 자신은 반항적으로 타고 났기에 부모가 뭐라 하던 자기 길을 걸었다. 아이들도 부모가 어떻게 키우든 자기 삶을 살아갈 것이다. 그러니 너무 이래라 저래라 하고 챙길 것도 없다는 것이 성준씨의 믿음이다.

우리는 흔히 말한다. ‘사람 잘 안 변해.’ 정말 그럴까? 인간에 대한 연구는 다른 답을 준다. 사람은 변한다. 변치 않는 부분도 있지만 변하는 부분도 많다. 신체적인 것을 봐도 키는 변하기 어렵지만 체중은 그보다 변하기 쉽다. 얼굴 윤곽은 변하기 어렵지만 얼굴에 깃드는 표정은 많이 변한다. 타고난 기질의 영향이 강한 것 같지만 시간을 두고 보면 주변 환경의 영향이 더 강하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할지는 타고난 기질보다 그 순간의 조건, 주변 사람, 신체적 컨디션의 영향이 더 크다. 그리고 그런 결정이 모이고 쌓이면 사람이 달라진다.

정말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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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포르투갈 이민자 출신의 프랑스 작가 시릴 페드로사의 자전적 이야기. 포르투갈에서 열리는 만화제에 초청돼 며칠간 이 나라에 머무르게 된 만화가 시몽 뮈샤를 통해 한 가족의 화사했던 과거를 만난다. 어디에서도 소속감 없이 떠돌기만 하던 뮈샤는 포르투갈에서 과연 무엇을 발견한 걸까. 거침없는 색채의 삽화가 작열하는 태양의 나라, 포르투갈을 연상시킨다. 미메시스, 2만2800원.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성준씨의 믿음은 그저 자신의 믿음일 뿐이다. 그 믿음 덕분에 성준씨는 자기다움을 유지하고, 부모의 영향력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다고 그 믿음이 모두에게 통하는 진실은 아니다. 그저 자기 삶의 경험에서 나온 자기만의 확신일 뿐이다. 문제는 그 확신을 타인에게 적용시킬 때다. 성준씨는 아내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몇 번 말해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건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생각이 다른데 길게 이야기하면 싸움만 될 뿐이다, 차라리 피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아내 입장에서는 어떨까? 아내는 자신이 없다. 아이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데 어떤 방법이 좋을지 모르겠다. 주변 엄마들의 분위기를 보면 다들 대단하다. 어떻게 정보가 저렇게 많고, 어떻게 저렇게 세심한 부분까지 아이를 챙기는지 모르겠다. 아이에게 미안해지고 자신의 무능함이 부끄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 남편은 자신을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그저 놔두라고 한다. 하지만 만약 놔두었다 잘못된다면 결국 책임은 나에게 돌아올 것이다. 누가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해도 나 스스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아내는 불안하다. 불안한데 이해받지 못하니 두려워지고, 두려움에서 나온 행동은 지나치기 마련이다. 그럴 때는 누군가 불안을 토닥여줘야 한다. 그런데 남편은 왜 그렇게 하냐고 비판만 할 뿐 마음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아내의 행동이 지나치다는 성준씨의 생각은 맞다. 하지만 성준씨는 평론가가 아니다. 아이를 함께 키우는 부모고 아내를 사랑해서 결혼한 남편이다.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이 있다. 그렇다고 성준씨가 이기적인 사람은 아니다. 아내를 돕고 싶은 마음은 있다. 다만 말해봐야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기에 대화를 이어갈 인내심이 없을 뿐이다. 대화가 꼬이고, 관계가 막힐 때 사람에 대한 믿음은 중요하다. 사람의 선의나 변화를 믿지 않는 사람은 힘든 상황을 넘어가지 못한다. 도망가고, 포기하고, 상대에게 책임을 돌리기 쉽다.

부부의 양육관은 다를 수밖에 없다. 다른 부모 밑에서, 다른 과정을 거치며 성장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양육관을 갖고 있다는 게 문제는 아니다. 두 방식 모두 사랑을 품고 있다면 아이는 다 적응하기 마련이다. 아이에게 해로운 것은 부모의 단절된 관계이고, 그 속에서 흘러나오는 냉랭한 분위기다.

필요한 것은 대화다. 상대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들어야 한다. 행동을 평가하고 따지기보다 행동을 결정한 감정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감정이 드러나고 인정받을 때 사람은 자신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서로의 차이에 주목하지 않고 유연성을 갖게 된다. 달라도 적당히 맞춰간다. 알다시피 세상 일에 정답이 하나만 있는 건 아니다. 그럭저럭 흘러간다면 모두 정답이다. 아니 함께 믿고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데 굳이 정답인지 아닌지 물어볼 필요가 있겠는가?

성준씨에게 필요한 것은 믿음이다. 그 믿음은 상대에 대한 믿음만은 아니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서로 달라도 함께 잘 지낼 수 있고, 다른 것을 서로 이해하면 마침내 큰 틀에서 비슷해질 수 있다. 성준씨는 사람의 변화를 믿지 않았기에 대화의 기술을 배우지도 못했다. 주장하고 평가할 뿐 이해하고 공감하는 방법은 잘 모른다. 사람은 연약한 존재다. 이해받고 싶고 때론 의지하고 싶다. 그때 자신을 이해해 주고 의지가 되는 사람이 있다면 그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그를 따라 조금씩 변화한다. 사이좋은 부부가 서로 닮아가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사람은 달라진다. 성준씨도 분명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서천석은
1969년생. ‘아이와 부모의 마음을 잘 다독여주는 의사’로 유명하다. 서울대 의대와 대학원을 졸업한 후 ‘마음의 병의 뿌리는 어린 시절에 있다’는 걸 깨닫고 소아청소년정신과 의사가 됐다. 『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 『우리 아이 괜찮아요』 등 육아 분야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서울신경정신과 원장이자 행복한아이연구소 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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