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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병건의 아하, 아메리카] 최순실, 미 대선, 북 도발…한·미관계 초유의 삼재

한·미 관계에 전무후무한 삼재(三災)가 겹쳤다. 미국은 다음달 8일 대선을 기점으로 새 정권이 출범하는 권력 교체기에 진입하고 있고, 한국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권력 붕괴 위기에 있다. 북한은 추가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를 단언하며 북핵은 해결 시기를 놓치는 임계점을 맞고 있다.

양국 관계에 권력 교체와 권력 공백, 북한 도발이 한꺼번에 몰아 닥친 것은 초유의 사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재선된 2004년 11월 미국 대선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됐지만 탄핵이 기각되며 한국의 국정 붕괴 사태는 일찌감치 해결됐다. 미국 대선이 치러진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쇠고기 파동으로 집권 위기를 맞았지만 지지율이 10%대로 무너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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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이 치러질 때마다 양국 지도자들은 동맹 강화에 나섰다. 대선 직후 한국 정부의 축전 메시지→정상간 전화 통화→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속도전 외교가 공식처럼 진행됐다. 2012년 11월 6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되자 정부는 축전을 보냈고 13일 오바마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전화 통화로 서로의 리더십을 평가했다. 4개월 만인 다음해 3월 핵안보정상회의로 방한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비무장지대를 방문해 한국 방위 공약을 재확인한 뒤 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대북 공조를 약속했다.

한미 관계가 삐그덕거렸던 노무현 대통령 때도 마찬가지다. 2004년 11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수락 연설을 한 당일인 4일 청와대는 축전을 보냈고 노 대통령은 이날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노 대통령은 그 달 20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아·태경제협력기구(APEC) 정상회담 때 부시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갖고 미국의 속내가 무엇이건 “북핵 문제를 평화적·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답변을 얻어냈다.

그러나 이번엔 이 같은 공식이 제대로 적용될지조차 불투명하다. 기로에 선 박근혜 정부는 외치 사령탑 부재의 위기까지 맞았다. 박근혜 정부가 과거처럼 미국 권력 교체기에 기민하게 대응해 실질적인 정상 외교가 진행될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윤영관 전 외교장관은 “정말 난감하다”며 “거국내각 요구까지 등장한 상황에서 내년 초 한·미 정상회담을 거론하는 자체가 어려워 보인다”고 걱정했다. 미 행정부는 현재 한국 상황에 대해 언급을 일절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향후 한국에서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이게 한미간 양자 현안과 양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국제 협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미 국무부 관계자가 전했다.

미국 역시 힐러리 클린턴이 대선에서 승리해도 대외 현안에 곧바로 집중하기엔 상황이 녹녹하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 3차 TV 토론을 기점으로 연일 “조작된 선거”를 주장하며 대선 불복 가능성을 열어놨다. 반(反)클린턴 정서로 뭉친 트럼프 충성층들은 이에 환호한다. 지난 28일 트럼프의 뉴욕주 맨체스터 유세장에선 “클린턴을 감옥에”라는 지지자들의 연호가 튀어나왔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7일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은 클린턴이 이기면 혁명이 벌어진다고 경고한다”며 “나라가 격렬한 폭력 사태로 향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ORC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61%가 트럼프는 패배하면 대선에 불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만약 트럼프가 당선되면 식물 정부나 다름없는 한국은 트럼프 태풍을 맞는다. 관례대로 박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가 이뤄질지조차 불투명하다. 전직 외교부 관료는 “트럼프는 기존 외교 관례가 불필요하다고 여기며 이를 무시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외교안보자문인 왈리드 파레스는 “트럼프 정부가 등장하면 직후 수개월간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 양국의 주요 이슈가 될 것”이라며 재협상 방침을 알렸다. 역시 안보 자문인 찰스 큐빅 전 해군 소장은 “양국이 위협을 재평가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부담을 나줄지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안보와 통상 모두가 협상 대상에 오른다.

이 같은 양국 관계에 도전하는 게 김정은의 북한이다. 북한은 이달 유엔총회 4위원회에서 “위성이 거침없이 날아오를 것”이라며 장거리 로켓 발사를 예고했다. 이와 별도로 북 외무성 산하의 미국연구소 책임자는 “6번째건, 7번째건, 8번째건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38노스’를 운영하는 북핵 전문가 조엘 위트는 “북한은 내년 상반기 더 많은 추가 핵실험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야흐로 한국의 대미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

채병건 워싱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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