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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햇빛처럼 비치면 언제나…” 미당 고향서 시 낭송한 김행숙 시인

극과 극은 통한다. 문학 영역에서도 그런 사태는 종종 벌어진다. 29일 미당(未堂) 서정주(1915∼2000) 시인의 고향인 전북 고창군 질마재 마을의 미당시문학관에서 열린 ‘2016 미당문학제’도 평범한 그 명제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고창 질마재서 ‘미당문학제’ 열려

한국어 구사에 관한 한 최고라고 평가받는 서정주 시인의 문학 정신을 기려 2001년 제정된 미당문학상의 수상자는 국화꽃이 절정인 매년 10월 말∼11월 초 미당 산소와 문학관 일대에서 열리는 미당문학제에 반드시 참석한다. 연말 서울에서 열리는 본 시상식에 앞서 사전 시상식을 연출해 성공적인 지역 문학축제로 자리 잡은 미당문학제의 품격을 더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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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세인데도 정정한 서정태 시인(왼쪽, 미당 서정주의 동생)을 찾은 김행숙 시인. [고창=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이날 오후 올해 수상자인 김행숙(46) 시인이 문학관 마당에 마련된 단상 위에 섰다. 상기된 표정으로 상패를 받은 다음 “꼭 한 번 와보고 싶었던 미당의 고향 마을에 오게 돼 미뤄뒀던 작은 소망을 이뤘다. 앞으로도 인간과 현실을 생각하고 꿈을 생각하는 일에 성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작금의 시국을 생각하면 발걸음이 마냥 가벼울 수는 없었지만 마음으로 가깝고 존경하는 친구들이 함께 동행해줘 다정한 길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전 수상자들이 함께 참가하는 관례에 따라 먼길을 마다 않고 달려온 2006년 수상자 김혜순 , 2010년 장석남, 2011년 이영광 시인과 절친인 이원 시인, 제자 시인 박세미씨를 두고 한 말이었다. 이어 단단하면서도 아름다운 올해 수상작 ‘유리의 존재’를 또박또박 힘주어 낭송했다.

김씨의 시 세계는 어쩌면 미당이 이룬 시문학의 정 반대편을 바라본다. 인공의 흔적 없는 탁월한 솜씨로 겨레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 미당이 어쨌거나 ‘전통 서정’ 계열이라면 김씨의 낯선 시편들은 전통 서정에서 중시하는 ‘나’라는 시의 화자가 삭제되거나 흐릿한 상태에서 출발하는 언어와 정신의 모험이어서다.

하지만 그런 김씨가 정작 석사 논문은 미당을 주제로 썼다. 역시 대극적인 느낌인 미당과 유치환의 시세계를 정신분석학을 활용해 비교한 내용이었다. 김씨는 “시인이 되기 전 대학생 시절 미당의 첫 시집인 『화사집』을 뜨겁게 읽었다”고 밝혔다. “지금 읽어도 여전히 현재성, 모더니티가 살아 있는 시편들을 1930년대에 썼다는 사실이 무척 놀랍게 다가왔다”고 했다. 이질적인 두 사람을 ‘현대성’이라는 열쇠말로 묶어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는 미당의 세계가 그만큼 다채롭다는 얘기도 된다.

시상식을 마친 일행은 질마재 마을의 ‘살아 있는 전설’이라고 해야 할 미당의 동생 우하(又下) 서정태(93) 선생의 자택을 찾는 것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서정태 선생은 “김행숙 시인이 20대로 보인다”고 덕담했다.

미당문학제는 이날 시상식을 포함해 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는 미당시문학관 이사장인 선운사 주지 경우 스님, 미당문학제 김투호 추진위원장, 유성엽 국회의원, 박우정 고창군수, 최인규 고창군의회 의장, 건축가 김원, 송하선 시인, 문효치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중앙일보 정경민 기획조정2담당 등이 참석했다.

고창=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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