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중앙시평] 안정과 균형성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기사 이미지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전 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경제부흥’으로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다던 박근혜 정부의 경제 성적은 초라하다. 우선 거시경제지표들이 좋지 못하다. 한국은행은 경제성장률을 올해 2.7%, 내년 2.8%로 예측했다. 실업률은 내년 상반기에 4.1%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연구기관들의 전망은 훨씬 비관적이다. 박근혜 정부는 하락하는 성장잠재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공공·금융·노동·교육의 4대 구조개혁은 눈에 띄는 성과가 없었다. 저출산·고령화 대책도 미흡하다. ‘창조경제’의 결과는 두고 봐야겠지만 재벌의 팔을 비튼 사업들은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다. 성장의 양(量)보다 질(質)이 나쁜 것이 더 문제다. 부동산 규제를 풀어 건설투자 중심으로 경기를 부양하면서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부실기업이 많아졌다.

 한국 경제의 지난 몇 년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되던 시기와 많이 닮았다. 구조적인 문제들이 쌓이고 경제정책이 표류하면서 성장률이 계속 하락했다. 당장 내년이라도 우리 경제의 취약점들이 위기로 이어질까 걱정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 중국의 경기 둔화가 예상되면서 세계경제의 위험과 불확실이 크다. 현 정부의 도덕적 권위와 신뢰가 추락하면서 국정이 혼란스럽다. 내우외환이 겹쳤다.

 위중한 시기에 경제 리더십을 확실히 세워 부실 가계대출을 줄이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 국내 불안 요인을 개선해야 한다. 금융·통화·재정의 신축적 운용으로 대외 충격의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번 정부에서 회생 불가능한 좀비기업들을 최대한 정리해야 한다. 기업 구조조정은 경제 위기를 예방하고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기업부채 구조조정을 제대로만 하면 장기적으로 경제성장률을 높일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7000달러 정도로 미국·싱가포르·호주의 절반이다. 서유럽의 4만~5만 달러로 생활수준을 높이려면 경제성장이 중요하다. 경제의 부실을 덜어내고 생산성을 높여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고 선진국으로 도약해야 한다.
기사 이미지
 안정적이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하려면 경제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균형성장’을 추진해야 한다. 과거 ‘따라잡기 압축성장’과정에서 누적된 기업·산업·계층 간 불균형이 생산성 향상을 저해하고 있다. 선진국에 맞는 창의적인 인적 자원, 효율적인 경제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다.

 수출 대기업에 너무 의존해 성장하면서 대기업·중소기업, 제조업·서비스업 간의 불균형이 심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 서비스업의 근로자 1인당 생산량은 제조업의 45%로 OECD 국가의 평균인 90%와는 비교되지 않게 낮다. 한국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대기업의 31%에 불과하다. 의료·교육·관광·사업서비스 등 고부가가치산업에 대한 규제를 줄여 야 한다. 재벌들의 지배력을 줄이고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이 많아지도록 해야 한다. 벤처 창업을 통한 성공 기회를 늘리고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산업 구조와 기술의 빠른 변화로 교육과 직무능력 간에 불일치가 커졌다. 초·중·고등 교육은 창의력을 키우는 데 미흡하고 대학 교육은 부실한 졸업자를 양산하고 있다. 2013년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에서 한국 대졸자의 27%가 스스로 학력과잉이라고 답했다. 대학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이 직장에서 활용되지 않고 있다. 한국 근로자들은 일본에 비해 직무능력이 떨어지고 연공서열제에서 직무능력과 성과에 대한 보상은 미흡하다. 교육 제도와 노동시장을 개혁해 제대로 인재를 키우고 활용해야 한다.

 성장잠재력을 올리면서 동시에 소득 불평등을 해소해야 하는 것은 시대적 사명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성장, 공생성장, 복지성장 같은 여러 성장 담론들이 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담론들이 자칫 분배를 우선하는 정책들로 이어지면 성장잠재력을 더 낮출 가능성이 있다. 포퓰리즘 정책은 비생산적인 정부 지출을 늘리며, 과도한 규제로 경제적 자유를 제한하고 노동시장을 더 경직되게 한다.

 균형성장으로 산업·기업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교육 제도와 노동시장을 개혁해 생산성을 높이면서 부문 간, 계층 간 이동을 촉진시키면 소득분배 개선과 성장잠재력 제고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균형성장(balanced growth)’은 경제학에서 각 산업을 고르게 발전시키는 성장전략으로 오래전부터 사용되었고 G20에서도 내수와 수출, 선진국과 개도국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한 전략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우리 경제의 부실과 불균형을 제거하는 균형성장의 추진력이 필요하다. 정권을 넘어서서 한국 경제의 체질을 바꾸고 선진국으로 이끌고 갈 수 있는 새로운 경제 리더십이 세워지기를 기대한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전 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