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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불처럼 번지는 시국선언…"사교의 무당 끌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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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시국선언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학생과 교수, 시민 등 너나 할 것 없이 시국선언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시국선언문은 그 자체로 역사가 된다. 시대의 민심을 읽는 바로미터다. 준엄한 꾸짖음과 해학으로 민심의 분노를 대변한다.

시국선언문에는 집필자와 참여자들의 개성이 드러난다. 각자의 전공과 전문 지식을 활용해 사태를 진단하고 해법을 내놓는다.

지난 28일에 발표된 '신학생시국연석회의' 명의의 시국선언문은 온라인에서 '수작'으로 꼽힌다. 감리교신학대·장로회신학대·한신대·총신대·성공회대·서울신학대·연세대 신학과 등이 참여했다.

신학생들의 시국선언문은 우리가 놓치고 있던 현실에 대한 인식의 근원적 문제를 꺼내든다. 성경에 기록된 사도 바울의 일화를 소개하며 우리의 현실과 대비한다. '박근혜를 대의(代議) 권력으로 선출하였더니 최순실이라는 대의(??·임금의 옷을 입은 무당) 권력이 국정을 농단하고 있었다'라고 진단했다.

이들은 '최순실이라는 귀신만 제거하면 박근혜라는 여종이 다시 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하는' 건 착각이라고 지적한다. '체제 자체에 귀신이 들려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이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수백억은 '헌금'이라고 규정했다. '대기업들은 헌금의 응답으로 세제 혜택, 규제 완화와 같은 축복을 받았다'고 비판한다. 세월호 참사와 고 백남기 농민의 물대포 사망 사건을 대비시킨다. '어느 한쪽이 헌금으로 인한 축복을 누리는 동안 어느 한쪽이 죽임을 당하는 체제'라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다.

이들은 이 현실을 '인신공양의 사교(邪敎)'라고 단언한다. 이제 남은 건 '인신공양 사교의 무당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고 신전을 폐하는 것'이라며 신앙인들이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주요 대학 시국선언문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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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총학생회의 시국선언문은 10개국 언어로 번역됐다. 외대 총학생회는 '박근혜 정부는 최순실의, 최순실에 의한, 최순실을 위한 정부를 향해 가고 있다'며 이번 국정농단 사태를 규탄한다.

영어ㆍ프랑스어ㆍ중국어ㆍ일본어ㆍ스페인어ㆍ포르투갈어ㆍ이탈리아어ㆍ힌디어ㆍ스웨덴어로 된 시국선언문은 많은 누리꾼들의 관심 속에 해외 사이트로도 배포되고 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의 시국선언문은 최순실의 국정 농단을 헌법질서를 유린한 엄중한 사태로 규정했다. 이들은 '민주적 절차로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국정을 좌우한 것은 국민주권을 선언한 헌법에 대한 유린'이라며 '민주공화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부정되었고 헌정질서는 파괴되었다'고 개탄했다.

사태에 이르게 된 직접적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고도 했다. '대통령이 국민주권을 무시한 권력을 창출하고 이를 주도한 것은 반헌법적 행위'라는 것이다.

성균관대학교 총학생회의 시국선언문에는 <논어>의 한 구절이 인용됐다.

'견의불위 무용야(見義不爲 無勇也)'

'의를 알면서도 행하지 못함은 용기가 없기 때문'이란 의미다.

'국정운영의 책임은 대통령이 지고, 나라의 운명은 국민이 결정한다'고 했던 박 대통령의 취임사도 인용해 '이제는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책임을 져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우회적인 퇴진 촉구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시국선언은 예술인들의 끼를 담았다. 오는 31일 오후 석관캠퍼스 예술극장 앞에서 열리는 시국선언 퍼포먼스의 포스터는 청와대의 배경에 '절대 현혹되지 마라'는 문구를 넣었다. 영화 <곡성>을 패러디한 것이다.

한예종 총학생회는 이날 나라의 '위협을 물리치고 안전을 기원하는' 별신굿을 지낸다고 밝혔다. 시국선언 포스터도 보는 이에 따라 '시굿선언'으로 읽힐 수 있다.

2030 청년들의 모임 '청년하다'는 전국의 시국선언 진행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구글 대학지도를 만들었다. 이들에 따르면 30일 현재까지 44개 대학이 시국선언에 참여했다. 이 사이트에선 각 대학이 발표한 시국선언문을 확인할 수 있다.

▶(바로가기) 대학가 시국선언 현황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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