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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에 대한 신뢰부터 회복해야 나라도 경제도 산다


 

 
중앙SUNDAY 지령 503호

 
 
[최순실 국정 농단] 역대 정권 브레인 3인의 격정 토론-대한민국, 어디로 가나

“최순실 사태는 국가 기강, 사회 기강이 무너진 것이다. 법과 규칙을 왜 지켜야 하느냐는 의문이 생기니 공정한 경쟁이 필수적인 시장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주 어려운 벽에 부딪히면 대단한 반전을 보여줬다. 이번에 책임 총리를 통해 공정한 질서를 반드시 세우겠다는 의지만 보여줘도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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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를 1년4개월을 남겨놓고 박근혜 대통령이 위기를 맞았다. 40여 년 곁을 지켜온 비선(秘線) 실세 최순실씨의 인사·이권개입 등 국정 농단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리더십 실종이 국정 공백의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최순실 미스터리를 풀어 의혹을 밝히는 것은 물론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기업 구조조정, 가계부채와 부동산 대책, 실업 문제, 복지 확충 방안 등 정부와 정치권이 힘을 모아야 할 사안이 산적한 상황이다. 

중앙SUNDAY는 김병준(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백용호(이명박 정부 대통령 정책실장)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 교수, 김광두(국가미래연구원장)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등 정책 브레인 3인의 토론회를 기획했다. 경제의 활력을 다시 찾기 위한 바람직한 리더십과 임기 말 국정 운영 방안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서다. 지난 26일 진행된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다음 정부가 부담을 갖지 않도록 현 정부가 드러난 의혹을 철저히 밝히고,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의제를 제대로 정리하고 큰 그림만 잘 그려줘도 성공”이라고 말했다.
 
추천 기사

-최순실 사태에 국민적 분노가 거세다. 역대 정부의 측근 비리와는 차원이 다른 것 같다.
▶김병준 교수(이하 김 교수)=노무현 정부 때도 인사 관련 문건이 10여 차례 빠져나가 고생했다. 결국 유출자는 찾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청와대가 시스템적으로 문서를 빼돌린 것은 유출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큰 문제다.
▶백용호 교수(이하 백 교수)=임기 4년 차 연말에 인사가 끝나면 대통령 힘이 빠진다. 검찰도 지금까지처럼 명령대로만 움직이진 않을 수 있다.
▶김광두 원장(이하 김 원장)=원래라면 일자리·구조조정·가계부채 등 임기 말 큰 그림을 생각해봐야 할 때다. 하지만 지금은 리더십이 무너질 때 국가 경영을 어떻게 할지부터 의견을 교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가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뭘 할 수 있겠는가.
▶김 교수=노무현 대통령도 임기 말에 지지율이 많이 빠졌지만 끝까지 큰 틀을 챙겼다. 대통령은 어쨌든 마이크를 쥐고 있다. 그 마이크를 통해 여전히 새로운 의제를 설정한다든가 정책과 관련된 문제를 제기하면서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도 있고, 그것을 동력으로 해서 조금 더 밀어붙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어렵게 돼 있다. 오죽 답답했으면 대연정을 제의했겠는가.
▶백 교수=박 대통령은 장관들에게 별로 위임을 안 하고 시시콜콜하게 일일이 챙기는 스타일이라 리더십이 무너지면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국가 전체적으로 대단한 위기다.

-거국 내각을 꾸려야 한다는 요구도 많다.
▶김 교수=지금 대통령은 상처 받은 리더십을 쉽게 회복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비선 문제가 불거지면 국정을 운영하는 대통령과 참모들의 판단력을 국민이 신뢰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과연 정상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이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다. 게다가 이 정권에는 ‘공범’이 없다. 정권을 창출하고 신념을 공유하는 공범들이 있어야 어려울 때 나타나 수습하겠다고 덤비는데, 이 정부는 그것도 못할 것 같다. 결국은 국정의 마비상태, 청와대는 없는 상태가 우려된다. (대통령이) 일단 뒤로 물러서야 한다.
▶백 교수=지금이라도 국회를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 남은 1년을 주도할 필요가 있다. 과거 정쟁 프레임에 얽매이지 말고 진상 규명, 관련자 처벌에 나서 대한민국이 여전히 회복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일 필요가 있다. 대통령만의 책임이 아니라 정치권 전체의 책임이라고 느껴야 한다.
▶김 원장=그러나 현실적으로 국회가 어젠다 세팅 능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박 대통령이 지금까지처럼 모든 걸 지시대로 하라는 자세를 견지하면 정말 무정부 상태가 된다. 이미 신뢰를 잃은 상태기 때문에 누구에겐가 힘을 줘서 위임하는 게 낫다. 강력한 책임 총리를 임명하고 권한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행정의 리더십이 존재하지 않는 무정부 상태로 가면 경제는 더 나빠진다.
▶김 교수=역설적으로 큰 문제가 안 될 수도 있다. 그동안 제대로 된 게 없었지 않은가. 구호만 요란했지. 창조경제, 국민 행복, 문화 융성까지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건 별로 없다. 어차피 막판이고,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니 개헌 문제와 엮어서 고민해봤으면 한다. 대통령은 외교와 국방만 맡고, 국회에서 선출한 총리에게 책임과 권한을 넘기는 것이다. 이참에 내각제적 요소를 시행해보자는 것이다. 국회가 지금은 공세적인 입장이지만 국정 공백이 길어지면 정치권은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니 대통령 하야하라고 몰아붙이든지, 아니면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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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들도 임기 말 아들·형님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대개 재임 중에 해결했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지금 대통령 참모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백 교수=대한민국이 퇴행을 보이는 것 같지만 비밀이 없다는 게 장점이다. 의혹은 언젠가는 벗겨진다는 생각을 가지고 참모들이 나중에 부끄러움이 없도록 행동해야 한다. 또 하나는 지금 거론되는 여러 현안에 대해 다음 정부가 부담을 갖지 않도록 의혹을 철저히 밝히도록 협조해줘야 한다. 참모들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김 교수=태산을 옮겨야 할 과제가 있는데 작은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지면 태산 앞에 가보지도 못한다. 태산을 옮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돌부리에 안 걸리는 것도 중요하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돌부리가 형님 문제였다. 나 보고 얘기하라면 쪼가리 권력이다. 구조조정, 노동시장 개혁에 비하면 리더십 문제 같은 건 돌부리 자갈도 안 된다. 근데 이것이 태산을 옮기는 사람을 잡는다. 이걸 관리를 잘해야 한다.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처리만 할 뿐 입을 열지 말아야 한다. 어떤 보고에 대해 불러다가 ‘이건 과한 거 아니냐’ ‘진짜냐’고 물어보면 정보왜곡 현상이 생긴다. 대통령과 정권에 대한 충성심이 약해질수록 왜곡도 심해진다. 정보가 왜곡되면 실체도 놓친다.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를 마친 후 박연차 회장을 비롯해 형님 문제가 일어났다. 그 전에 그런 보고가 있었느냐, 없었느냐는 말씀드리기 곤란하지만 정권 끝나고 난 다음에 오히려 더 크게 터졌다. 정보가 왜곡되고 시점조차 놓치면 더 큰 불행이 온다.
▶백 교수=사즉생의 심정으로 해야 한다. 죽으려 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
▶김 교수=대통령 할 사람은 계백 장군처럼 해야 한다. 노 대통령처럼 경청 많이 하고 토론 많이 한 대통령도 그런 일이 벌어진다.

-책임 총리가 나온다면 국정 운영의 초점을 어디에 맞춰야 하나.
▶김 원장=우리 사회의 갈등 구조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제일 심각하다. 정의가 없고 공정하지 못하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 현실적으로 자산불평등도 문제지만 하루 이틀에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당장은 공정하다고 느껴지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그래야 기업 구조조정도 당하는 입장에서 납득할 수 있게 된다.
▶백 교수=1년 사이에 해결 방안을 내놓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 정부는 두 가지를 해야 한다. 우선 최순실 등 현안들에 대해 할 수 있는 범위까지 의혹을 풀어줘야 한다. 이게 다음 정부까지 이어진다면 그만큼 소모적인 논쟁이 커진다. 또 하나는 내년 각 정당의 후보 결정부터 시작되는 대선 국면을 정말 공정하게 관리해야 한다. 새로운 정책보다 이 두 가지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김 교수=공정의 문제, 고통의 분담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우리 정치권은 뭘 해주겠다는 것만 말한다. 박 대통령 임기 시작할 때 정도의 리더십이면 ‘이렇게 참아주고 양보해주면 내가 어디까지 해주겠다’는 식으로 양보와 인내를 요청할 수 있었겠지만 앞으로는 불가능하다. 다만 우리 사회에 있는 문제를 해결은 못해도 제대로 정리만 해줘도 다행이다. 대선 정국을 앞두고 우리 사회의 의제를 제대로 정리해주는 것, 정의와 불평등의 문제가 어디서 나오는지 같은 큰 그림만 그려줘도 성공이다. 의제를 정리해주고, 우선순위와 의미만 전달해줘도 크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포퓰리즘 공약이 난무할 것이란 관측이다. 여야의 차기 대선 예비 후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 교수=뭘 해주겠다가 아니라 참아 달라, 양보해 달라, 고통 분담 이런 것을 얘기해야 한다. 그런 말을 하면서도 표를 얻을 수 있어야 하니 그 정도로 설득할 수 있는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단순히 공부해서 나오는 게 아니라 딱 맞는 퍼즐 조각처럼 머리에 이미 다 들어 있고 몸에 배야 한다. 어려운 일이지만 역설적으로 지금이 고통 분담을 얘기하기에 상황이 좋다. 모두가 상황이 어렵다는 걸 안다. 알파고까지 나와서 직업이 없어진다는 것도 보여줬다. 이 좋은 시점에 고통 분담과 인내를 설득하지 못할 사람은 대통령 못한다.
▶김 원장=고통 분담 없이 해결할 방법이 없다. 내년에 전부 인심 쓰는 얘기만 할 것 같아서 염려가 된다. 지식인의 역할은 고통 분담을 외치는 사람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단 고통 분담을 통해 다시 태어나자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고통 분담 과정에서 정말 어려운 사람에 대해서는 정부가 생존권을 보장해준다, 특정지역 경제가 지나치게 무너지는 것은 일시적으로라도 도와준다는 정도는 필요하다. 하지만 전부 ‘난 잘해주겠다’ 할 것 같다. 내년에 가계부채 탕감해주겠다는 후보가 있을까 염려된다.
▶백 교수=내년 대선정국에 포퓰리즘 공약이 난무할 것이다. 국민도 정말 정부가 다 할 수 있는 게 얼마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국민도 고통 분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반대로 정부는 정부가 다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려야 한다. 하지도 못하면서 다 하려고 하기 때문에 무리수를 둔다. 지식인들이 끊임없이 우리 국민과 정치권에 그런 현실적인 제약, 정부의 한계 등에 대해 이해와 공감을 넓혀가야 할 것 같다.

-지금 한국 경제는 좌초한 배처럼 가라앉고 있는 형국이다. 남은 임기 동안 경제는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할까.
▶김 원장=경제 체질 자체도 엄청 나쁘다. 어느 나라든지 위기의 원인은 거의 대부분 지나친 부채다. 우리의 경우 상장사의 15%가 3년 연속해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중에는 30대 그룹에 속하는 대기업도 17개에 달한다. 이런 기업을 구조조정하지 못하면 멀쩡한 기업도 다 죽는다.
▶백 교수=진단에 대해서는 다 동의할 것이다. 건설·부동산 풀어서 경기 부양을 한 것은 정부가 안이했다고 생각한다. 산업구조를 재편하는 데 있어서도 정부가 강력한 컨트롤타워 기능을 가지고 큰 그림을 가져야 하는데 그러한 기능이 전혀 없었다. 앞으로 전략 산업을 육성하는 부분에도 정부가 정확한 방향을 제시했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는 정권이 끝나면 다 물거품이 되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도 마찬가지였다. 5년 정권마다 정치적인 구호에 매몰된다. 5년 임기 내에 산업정책은 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정치권의 공조가 필요하다.
▶김 교수=지금 미시적인 산업구조에 엄청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한다. 정부가 뭘 해주겠다고 할 때가 아니다. 인내와 양보를 요청할 때다. 그러려면 산업구조에 관해 큰 그림을 그리고, 고통을 얘기하고, 지금부터 준비해나가야 한다. 단단한 지지 기반이 있는 박 대통령은 그렇게 할 수 있었다. 노동과 자본을 신산업으로 이동시켜야 하는데 장밋빛 전망만 앞세우다 다 무너졌다. 실업급여라든가, 탄탄한 사회안전망같이 노동시장을 재편할 여력도 없다. 정부도 정치권도 이런 부분에 대해 합의를 볼 수 있는 구조가 안 돼 있다.
▶김 원장=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 중반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3분의 1은 건설, 특히 민간주택 건설 부분이다. 그러니까 건설·부동산이 없으면 성장률이 2%도 안 되는 셈이다. 부동산이 그런 면에서는 기여를 했는데 이게 부채 중심으로 해서 이뤄졌다.

-정부는 가계 부채가 늘었지만 금융 자산도 늘어 큰 문제는 아니라고 하지 않나.
▶김 원장=부채 구조가 문제다. 올 2분기 말 기준으로 가계부채가 1257조원에 달하는데 올 들어서만 54조원이 늘었다. 그런데 이게 다 부동산으로 간 건 아니다. 주택을 담보로 영세업자가 장사 안 되니까 빚을 더 낸 것, 가계가 생활비가 모자라니까 대출받은 것 등이 적지 않다. 통계만으로 따지는 것도 착시를 불러온다. 평균치로 따지면 가계 부채가 1인당 2000만원이라고 하는데, 빚을 지고 있는 가구만 따지면 1인당 7000만원이다. 부채 문제는 도덕적 해이와 항상 연결된다. 부실 기업들이 지금처럼 계속해서 은행의 지원으로 버틴다거나, 영세민을 돕기 위한 구제금융 범위가 계속 늘어나면 금융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겠나. 행정의 리더십이 무너진다는 것은 안 그래도 안 좋은 상황을 가속적으로 나쁘게 할 수 있다.
▶백 교수=부동산 문제를 경기 회복의 수단으로서만 여기는 소위 정책적인 시각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자산 불평등에 따르는 경제적 불평등이다. 지금처럼 강남 같은 특정 지역 부동산 가격이 급상승하면 불평등은 훨씬 악화되고 굉장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시키는 요인이 된다. 정책의 최우선 목표를 사회적 갈등 해소, 불평등 해소에 초점을 두고 부동산 가격은 장기적으로는 하향 안정화시킬 필요가 있다.
▶김 원장=이렇게 리더십이 무너져버리면 기업도 제대로 구조조정하기 어렵고 가계도 연착륙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정 개인이나 특정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경제에 두고두고 엄청난 부담을 남기고 가는 거다. 이걸 어떻게 할 거냐를 박 대통령이 고민할 부분이다. 개인적 리더십이 엄청나게 훼손된 이상 총리에게 많은 권한을 줘서 극복하도록 할 수밖에 없지 않나. 현실성은 낮다고 보지만.

-어디서부터 문제를 풀어가야 할까.
▶김 원장=첫째, 더 이상 수출의존형 경제는 안 된다. 세계적으로도 교역량이 계속 줄고 있다. 둘째, 기업 소득은 늘어나는데 개인 소득은 늘지 않는다. 글로벌 밸류 체인의 변화 때문이다. 제조업의 부가가치가 제일 낮다. 수출과 제조업으로 안 된다면 제조업의 앞부분인 디자인, 뒷부분인 마케팅·유통 쪽에 중심을 두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김 교수=제조업 기반 수출은 앞으로 힘들다. 기계화·자동화에 따라 지금은 제조업이 인건비보다 에너지 가격이 싼 쪽으로 간다. 미국 제조업이 다시 살아나고, 소규모 3D 프린팅 같은 게 도입되면서 우리를 굉장히 위협한다. 산업구조 문제를 서비스 산업, 고부가가치 산업 쪽으로 들어가면 이념적인 문제와 부딪힌다. 병원·의료산업만 해도 당장 공공 의료를 건드린다, 하지 말라는 반응이 나온다. 대책 없이 반대하는데 그러면 고용은 도대체 어디서 하나. 그런 반대가 과연 빈익빈 부익부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나. 1년 만이라도 제대로 된 논쟁을 했으면 좋겠다.
▶백 교수=모든 정책이 정치화됐다. 이념화되면서 정쟁만 이어진다. 이게 엄청난 비용을 치르게 한다. 정책은 정책대로 이해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김 원장=항상 인프라가 모자란 상황에서 정책을 하다 보니까 효과가 제대로 안 난다. 인프라 투자는 정권과 상관없이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창조경제를 한다는데, 그중 중요한 수단이 금융이다. 금융을 하려면 투자하려는 기술의 경제적 가치를 알아야 한다. 가치를 알려면 지적재산권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금융권에는 기술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인력이 아주 적다. 창조경제로 나간 돈은 7조원 가까이 되지만 85%가 부동산 담보다. 금융위원회에서 인력 양성을 유도하는 게 먼저다. 복지 분야도 1년 동안 누수가 없도록 행정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면 된다.

-청년 실업 등 일자리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고용 안정성도, 고용 유연성도 최하다.
▶김 교수=고용 문제도 사회적 인프라가 안 돼 있으니까 모든 정책이 어려운 거다. 과거 대기업 중심의 성장 과정에서 노조 탄압하고, 그 반발로 대기업 노조만 힘이 생겼다. 노동시장 분절화로 대기업·정규직-중소기업·비정규직의 2중 구조가 고착화됐다. 대기업은 괜찮다 해도 2차 벤더, 3차 벤더로 가면 죽음이다. 그러니까 구조조정한다면 노동 투쟁이 격화될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정권 때 가장 아쉬운 게 진보의 가치인 단일노동-단일임금을 노동자 스스로 깨버린 부분이다. 노조는 해고되는 게 겁나고, 기업은 노조가 겁나고. 이걸 풀어보기 위해 파견법 등으로 유연성 높이려고 해도 근로자들이 스스로 상하 계층으로 나뉘어 있으니 안 된다. 독일 같은 경우에는 일자리를 잃으면 지원이 나온다. 대기업에 있다가 고향 중소기업으로 가도 된다. 우린 이게 안 된다.
▶백 교수=전반적으로 기업들이 노쇠한 것도 문제다. 특히 대기업들의 혁신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미국 대기업 10개 가운데 8개는 새로 생긴 기업인데, 우리는 10개 가운데 8개가 재벌 2~3세 경영 기업이다. 2~3세들이 혁신 능력과 이렇게 엄청난 규모의 기업을 끌어갈 경영 능력 있는지 사회적 평가를 받아야 한다. 재벌들이 면세점 사업에 눈독 들이고 땅 따먹기에 몰두해선 고용이 창출될 수 없다. 기업의 경영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청년 실업도 풀기 어렵다.
▶김 원장=이런 현상의 바탕에 공정성 문제가 있다. 기득권 지키기, 진입장벽 때문에 새로운 기업들이 살아남기 힘들다. 구글은 스타트업 기업을 3억~4억 달러씩 주고 사는데 우리 대기업은 아예 죽이는 방향으로 여러 가지 노력을 한다. 게다가 재벌 기업이 관료화됐다. 회장이 보고를 제대로 받고 있는지, 청와대와 비슷한 상황 아닌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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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남은 1년여 동안 가장 역점을 둬야 할 일은.
▶김 교수=대기업 문제는 크게 세 가지다. 지배구조, 경제력 집중, 공정거래다. 아무리 생각해도 공정거래가 가장 중요하다. 지배구조는 주주에게, 경제력 집중은 시장에 맡기면 되지만 공정성의 문제는 국가가 제대로 해줘야 한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권을 독점하는 등 그조차 엉망이다.
▶김 원장=내년 1년간 꼭 이뤘으면 하는 가장 큰 가치를 꼽는다면 바로 공정성 회복이다.
▶김 교수=하나 더 보태면 정의의 문제다.
▶백 교수= 경제를 너무 정책으로만 풀려고 하는 게 가장 문제다. 경제는 상당 부분 심리다. 이런 정국에 경제 살리겠다고 추가 금리인하나 양적완화 카드를 내봐야 오히려 부작용만 가져올 뿐 경기 활성화는 어렵다. 경제를 정상화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정치적 신뢰, 리더십 회복을 통해 사회적 난제와 갈등을 해소해 나갈 수 있다는 사회 분위기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김 원장=국민이 희망을 갖게 하려면 영화 ‘내부자들’ 같은 데서 보는 그런 대형 범죄를 잡아내면 된다. 국민이 ‘우리 사회가 제대로 가네’라는 공감대를 가져야 기업 구조조정, 노동개혁처럼 국민의 고통 분담이 필요한 일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김창우 기자, 이우연 인턴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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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