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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추천 권한, 대통령 수사 여부 둘러싸고 줄다리기


 

 
중앙SUNDAY 지령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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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의 한 축인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K스포츠재단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수사관들이 압수한 자료를 담은 상자들을 옮기고 있다. [뉴시스]

2014년 제정된 특별검사 임명에 관한 법률(상설특검법)에는 눈에 띄는 조문이 하나 있다. ‘파견검사는 5명 내외(7조4항)로 한다’는 부분이다. 이는 가장 최근 별도특검이 진행된 2012년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지 의혹 특검법에 ‘파견 검사는 10명 내외로 한다’는 조항보다 검사 숫자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 조항은 검찰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것으로 사건에 정권의 영향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탄생했다. 하지만 해당 조문은 특검의 수사력을 약화시켰다는 평가도 받는다. 1년 365일 다양한 사건을 경험하는 검사의 수사 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별검사를 지낸 한 변호사는 “현직 검사의 수사 능력을 재야 변호사들이 따라가긴 쉽지 않다”면서 “제한된 기간 내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면 수사 능력과 집중력이 뛰어난 현직 검사가 많을수록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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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혼란에 빠트린 ‘최순실 게이트’로 또 한번의 특검이 코앞에 다가왔다.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 주변에서 국정을 농단하고 사익을 챙긴 최순실(60)씨를 비롯한 ‘비선 실세’를 철저히 파헤쳐 처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야는 특검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자는 데는 뜻을 함께했다. 그러나 특검 방식과 관련해선 정부·여당의 상설특검과 야당의 별도특검이 맞서고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28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질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이 “대통령이 특별검사를 임명하면 셀프특검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자 “상설특검법이 이왕에 있으니 그 법을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답하기도 했다.

두 방식은 특별검사 추천부터 파견 검사 수가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는 등 각자 특징이 분명해 수사 결과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특검 방식을 두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정치권은 특검 도입엔 한뜻을 모은 것 같지만 각자 ‘동상이몽’을 꾸고 있다.

여야는 최순실씨의 각종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특별검사가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뒤 세부 협상에 들어갔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우선 새누리당은 “국회에서 의결하면 10일 이내에 상설특검법을 바로 발동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2014년 만들어진 특검법에 따라 사건을 처리하자는 얘기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등은 특별법 입법을 통한 ‘별도특검’을 요구하고 있다. 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세부 조문을 조정해 특별검사의 재량과 권한을 강화할 수 있는 특검법을 만들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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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정종섭 저서에도 “대통령 조사 가능”
‘상설특검(여당) vs 별도특검(야당)’ 구도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특검 후보 추천 권한 때문이다. 현행 상설특검법은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협 회장, 국회 추천 4명 등 7명으로 구성된 특검추천위원회에서 특검 후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임명하도록 돼 있다. 추천위의 구조상 정부·여당 쪽 인사가 특별 검사로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순실씨와 밀도 높은 사적 관계를 인정한 박 대통령 입장에선 코드가 맞는 특검 임명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야당은 상설특검 대신 ‘이명박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 특검’(2012년)과 같이 특검법안을 새로 제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 경우 특검 추천권은 여야 협상 대상이 된다. 여소야대 구도에서 야당이 추천권 협상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방법이다. 내곡동 사저 특검의 경우 이명박 대통령과 그 가족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던 상황을 고려해 민주통합당이 특검 후보를 추천했었다.

박 대통령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느냐를 놓고도 여야의 견해차가 크다. 새누리당은 대통령은 내란·외환죄 외에는 재임 기간 중 형사 소추될 수 없다는 조항을 들어 수사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야당은 박 대통령도 수사 대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법조계와 학계에선 이 조항은 기소할 수 없다는 것이지 수사는 가능하다는 의견도 많다. 서울대 헌법 교수 출신의 새누리당 정종섭 의원도 교수 시절 낸 자신의 헌법책에 “압수수색과 수사가 가능하다”고 썼다.

검사 출신의 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받아 하는 강제수사인 체포나 구속 등은 대통령에게 할 수 없다는 게 다수설이지만 현재 학자들 사이에서 압수수색은 가능 여부가 엇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금 의원은 “임의 수사 방식의 수사는 가능하다는 게 압도적 다수설”이라며 “대통령 스스로 나와 조사받겠다고 해주면 관련 수사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수사 주체의 의지 문제라는 법조계 시각도 많다. 이 때문에 특검 후보의 추천자가 누구인지와 어떤 인물을 추천하는지가 특검의 적극성과 의지를 좌우할 것이란 관측이다.

특검 기간도 쟁점이다. 상설특검은 임명일로부터 최대 110일간 활동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다. 그중 20일은 수사를 할 수 없는 준비기간이고, 60일은 법상 수사기간, 30일은 대통령의 승인을 받았을 때 연장 가능한 기간이다. 박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려야 하는 수사라는 점에서 기간 연장 승인이 쉽게 나긴 어려워 보인다. 이렇다 보니 상설특검법에 따른 실제 수사기간은 60일에 불과하다. 관련자가 적게는 수십 명에서 1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이번 수사를 상설특검으로 진행하면 사람을 조사하는 시간도 모자랄 판이다.

반면 별도특검은 여야 협상을 통해 기간이 정해진다. 가능한 한 수사 기간을 줄이려는 여당과 길게 수사를 진행하고 싶은 야당 사이의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이다.

특히 이번 게이트의 주연급 인물인 최씨와 차은택(40) CF감독이 독일과 중국으로 출국한 만큼 기간의 제한이 있다면 의혹의 핵심 인물은 조사도 못하고 겉돌다 마무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최씨와 차 감독이 언론을 통해 검찰이 부르면 소환에 응하겠다고 밝혔지만 의혹 초기 해외로 출국해 두문불출하던 이들이 실제로 특검 활동 기간에 귀국해 순순히 협조할지는 미지수다.

과거 특별수사관을 지냈던 서형석 변호사는 “대통령이 사과할 때까지 나서지 않던 이들이 최근 갑자기 검찰 수사에 응하겠다고 한 것은 법적 자문을 거친 뒤에 내린 전략적 포석일 수 있다”며 “그들의 말대로 돌아와 조사를 받는다고 해도 실체를 파악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검사보를 지낸 한 변호사는 “별도특검을 위한 법률에 내년 대선 전까지 또는 주요 인물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등 기간에 제한이 없는 조문을 넣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여야 간 논의 쟁점에서 빠져 있지만 파견 검사수를 제한한 상설특검의 조항도 문제라는 목소리도 있다. 특검은 최근 수사 경험이 없거나 전무한 특별검사와 적어도 공직에서 1년 이상 떠난 변호사들로 특별수사관을 구성해야 한다. 과거에 날렸던 검찰 출신이 오더라도 아무래도 현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특검이 제대로 그 목적을 달성하려면 수사능력이 뛰어난 현직 검사를 얼마나 파견받는지도 중요하다. 그러나 상설특검법 7조는 파견검사를 5명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내곡동 사저 부지 특검은 10명 이내의 현직 검사를 파견받을 수 있었다.
 
파견검사 숫자 따라 특검 수사력 영향
권력형 비리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장은 “상설특검법이 현직 검사 파견을 5명 이내로 제한했는데, 이는 특검의 수사력을 약화시키는 조항”이라며 “특검이 수사 잘하는 검사를 선택하도록 해 더 많은 인력을 파견받아 잘 지휘한다면 검찰보다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파견검사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있다. 디도스 특검 수사팀에 있었던 장진영 변호사는 “특검이란 검찰 수사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면서 “가장 기본이 검찰을 배제해야 하는데 검찰에서 검사를 파견받아 특검보 등에 앉히고 그들을 통해 수사 상황이 검찰 등에 전달되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검이 처음 도입된 사례는 1999년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과 ‘옷로비 사건’이다. 이후 ▶이용호 게이트(2001년) ▶대북 송금(2003년)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2004년) ▶철도공사 유전개발(2005년) ▶삼성 비자금(2008년) ▶BBK 의혹(2008년) ▶스폰서 검사(2010년) ▶디도스(2012년) ▶내곡동 의혹(2012년) 등 모두 11차례 특검이 가동됐다. 정치적으로 민감하거나 검찰의 부실수사 의혹이 제기돼 검찰에 수사를 맡길 수 없다고 정치권에서 합의된 사건들이었다.

하지만 과거 특검은 기대에 비해 성과가 미미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역대 특검 중 이용호 게이트와 대북송금 특검 정도가 성공한 경우로 꼽힌다. 또 내곡동 사저 특검은 검찰이 제대로 건드리지 못한 수사를 정치적 중립성을 띤 특검이 청와대를 겨냥한 수사를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 특검은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다가 거부당하자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받아내기도 했다. 그 밖의 특검은 ‘특검 무용론’이 나올 정도로 성적이 초라했다. 특히 검찰 수사가 먼저 이뤄진 특검의 경우 검찰 수사가 밝힌 내용을 무혐의 결론 내거나 범죄 단서를 찾고도 결과적으로 기소에 이르지 못한 수사도 허다하다. 오히려 특검이 면죄부를 쥐여줬다며 사회적 논란이 더 커진 경우도 많다. 스폰서 검사 특검 등이 대표적이다.
 
대통령은 수사 안 하겠다는 검찰
검찰은 27일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을 본부장으로 한 특별수사본부(특수본)를 설치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이 확산되자 두 차례에 걸쳐 수사팀 인원을 늘려온 검찰이 ‘본부’를 출범시킨 것이다. 좌고우면하던 검찰은 최씨와 관련된 비리 정황이 잇따라 폭로되고, 정치권의 특검 논의가 시작되자 특별수사본부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20일부터 열흘간 검찰은 수십 명의 관련자를 불러 조사했다. 최씨의 측근인 고영태(40)씨와 이성한(45)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역시 27일과 28일 차례로 불러 마라톤 조사를 벌이고 있다. 관련 사무실과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26일부터 사흘간 이뤄졌다.

하지만 검찰이 일부 주요 사무실 압수수색에서 빈손으로 돌아온 것으로 전해지며 뒷북만 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8일 오후 최순실씨가 자신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를 통해, 차 감독은 언론을 통해 검찰 수사에 응하겠다고 밝혀 외형적으론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모습이다. 청와대 눈치를 보며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던 검찰도 “잘하겠다. 믿어달라”며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성역 없는 수사’를 외치고도 ‘대통령은 안 한다’는 입장을 확고히 밝혀 검찰의 진정성에 여전히 물음표가 달리고 있다.

이번 사태의 주요 의혹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국정 농단이다. ‘일반인’ 최순실이 박 대통령의 연설문, 각종 정부 문서, 국무회의 자료, 기밀 사항인 외교문서까지 사전에 받아보고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지난 24일 JTBC가 최씨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태블릿PC를 입수해 내부에 들어 있는 200개에 이르는 각종 문서를 확인하며 제기된 것이다.

두 번째 의혹은 박 대통령을 배경으로 미르·K스포츠재단을 만들어 사익을 챙겼다는 점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대기업들로부터 774억원에 달하는 출연금을 받아내 재단의 종잣돈으로 사용하고, 이를 자신이 한국과 독일에 만든 회사를 통해 빼돌렸는지다. 두 재산 설립엔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적극 개입했다는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의혹은 최씨의 딸 정유라(20)씨의 이화여대 특혜 입학 문제다. 이화여대는 학칙까지 바꿔 정씨에게 입학부터 학점 취득까지 각종 혜택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때 최씨가 딸을 위해 학교와 교수 등을 협박했다는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정씨에게 특혜를 준 이화여대가 최씨 덕분에 정부의 각종 재정지원 사업을 여러 건 따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상당수 의혹엔 박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이 포함돼 있다. 결국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의 진상을 밝히려면 박 대통령을 포함한 청와대의 진정성 있는 협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하창우 회장)도 성명서를 통해 “(최씨의 행위가) 대통령의 위임이나 묵인 없이 가능한 일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대통령 스스로 진상규명을 위한 양심적 노력을 다하라”고 밝혀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오이석·현일훈·송승환 기자
oh.i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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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