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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안종범·정호성 사무실 수색 거부, 야당 “부실·왜곡 수사 시나리오 작동되나”


 

 
중앙SUNDAY 지령 503호

 
검찰이 29일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에 연루된 청와대 안종범 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정호성 부속비서관의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국가기밀을 이유로 거부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관공서는 승낙이 있어야만 압수수색이 가능한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치는 경우가 아니면 승낙을 거부할 수 없게 돼 있다. 검찰은 “수긍할 수 없다”며 “압수수색 영장이 제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 시도는 2012년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지 의혹 수사’ 이후 4년 만이다.
최순실씨 비선 실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오후 2시 청와대를 방문해 안 수석과 정 비서관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다. 한웅재 부장검사와 수사관 등 10여 명이 영장 집행을 시도했다. 검찰은 안 수석 등의 사무실엔 들어가지 않고 청와대가 자료를 ‘임의제출’ 하는 방식을 취했다. 검찰은 이날 한때 “청와대의 협조로 압수수색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언론에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특별수사본부는 청와대가 내놓은 자료가 요구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해 사무실 진입을 요구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5시간여 뒤인 이날 오후 7시 뒤늦게 압수수색 불승인 사유서를 검찰에 냈다. 검찰 관계자는 이후 “청와대에서 받은 자료는 별 의미가 없는 자료였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지장을 받게 됐다”며 “내일 오전 재집행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안 수석은 K스포츠·미르재단 설립에 개입한 의혹을, 정 비서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등을 최씨에게 e메일로 보낸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비선 실세’ 의혹 수사에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청와대의 거부로 수사가 난항을 겪게 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검사장은 “압수수색은 혐의자나 피고발인의 행적과 관련해 의외의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다. 청와대가 선별적으로 자료를 제출하는 방식으론 제대로 자료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4년 전 ‘내곡동 사저 부지 의혹 사건’ 때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특검팀은 청와대 경호처를 압수수색 하려 했으나 정문에서 막혀 청와대에 들어가지 못했다. 특검팀은 제3의 장소에서 청와대로부터 관련 자료 중 일부만을 받았다. 특검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요구한 자료를 대부분 받지 못했고, 압수 대상자가 선별적으로 가져온 자료여서 사실상 수사에 도움이 되진 못했다”고 회고했다.

검찰은 이날 안 수석 등의 사무실과 별개로 최씨와 유착 의혹을 받는 관계자들의 사무실과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의 사무실과 주거지도 압수수색했다. 또 최씨 지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전·현직 청와대 직원들 주거지가 압수수색에 포함됐다. 최씨가 이용한 태블릿PC의 소유자로 보도된 김한수 행정관,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 윤전추 행정관, 이영선 전 행정관의 주거지다. 윤 행정관과 이 전 행정관은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의상을 만드는 과정에서 비서 역할을 하는 듯한 영상이 공개됐다.

최씨의 최측근인 고영태(40) ‘더블루K’ 이사는 이날 2박3일간의 검찰 조사를 마친 뒤 귀가했다. 검찰은 당초 언론에 약속한 것과 달리 고씨 귀가 과정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고영태 조사를 마친 담당 검사가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가 있던 한 부장검사에게 보고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해외에 체류 중인 최씨, 그리고 최씨 최측근 중 한 명인 차은택(47) CF감독은 앞서 28일 ‘조만간 귀국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최씨는 자신의 변호를 맡은 이경재(67) 변호사를 통해 “검찰이 부르면 귀국해 조사에 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최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61)씨가 2014년 청와대 문건 유출 의혹 사건으로 수사를 받을 때 정씨 변호를 맡았다. 중국에 머물고 있는 차 감독도 같은 날 한 언론에 ‘다음주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앞서 고씨는 27일 태국에서 입국해 검찰에 자진 출두했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갑자기 귀국한 고영태, 이정현의 대통령 독대, 그러자 귀국해서 조사받겠다는 최순실, 이상하지 않느냐”며 “부실수사가 아니라 왜곡수사로 가는 시나리오가 작동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오이석 기자 oh.i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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