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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당 중앙’ 호칭 꿰찬 시진핑, 장기집권 걸림돌 제거

지난 27일 폐막한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 전회)에 참석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왼쪽)과 리커창(李克强) 총리. [신화=뉴시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사시사철 정치의 계절인 한국,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둔 미국뿐 아니라 지금 베이징의 권부 중난하이(中南海)가 꼭 그렇다. 중국 지도부의 대폭 물갈이와 함께 시진핑(習近平) 2기 체제가 출범하는 제19차 공산당 당 대회가 꼭 1년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올 초부터 중난하이에선 예사롭지 않은 일들이 일어났다.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국유기업 개혁 등 경제 노선의 차이로 갈등을 빚었다는 건 중국 매체에선 기사 한 줄 나온 적 없지만 베이징의 차이나워처(China Watcher)들 사이에선 공공연한 사실로 통한다. 시 주석은 8월 초 리 총리의 기반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조직에 대한 대대적 개혁에 착수했다. 공청단 창설 90여 년 만에 일어난 초유의 일이다. 그런가 하면 시 주석의 측근으로 전도유망하던 황싱궈(黃興國) 톈진(天津) 대리서기가 낙마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 직전엔 시 주석의 퇴진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이 반(半)관영 인터넷 매체인 ‘무계신문(無界新聞)’에 버젓이 게재됐다. 완벽에 가까운 중국의 인터넷 검열망이 뚫린 이 사건의 진상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시 주석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이런 몇몇 사건은 당내에 시 주석의 대항 세력이 만만치 않게 존재함을 암시한다.


그런 가운데 27일 폐막된 제18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전회)를 통해 드디어 시 주석에게 ‘핵심’이란 호칭이 붙었다. 지난 4년간 당의 공식 문건에서 ‘시진핑 동지를 총서기로 하는 당 중앙’이라 표현하던 것을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으로 바꾼 것이다. 전임자 후진타오에겐 10년 내내 사용되지 않던 표현이 부활한 건 시 주석이 반대파의 견제를 누르고 당내 싸움에서 승리했음을 뜻한다. 올 초 톈진 대리서기이던 황싱궈가 “시진핑 총서기, 이 핵심을 굳건히 지켜야 한다”고 말한 뒤 지방 지도자들 사이에 ‘핵심’ 발언 경쟁이 일어나 31개 성·직할시의 서기들 가운데 20여 명이 비슷한 발언을 했다. 하지만 나머지 서기들은 이 대열에 동참하지 않았다. 그러다 3월 무계신문 사건 무렵부터 핵심 옹립 발언이 모습을 감췄다. 8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선 당 원로들의 견제로 시 주석이 궁지에 몰렸다는 관측이 퍼졌다. 6중전회에서의 핵심 옹립은 그런 엎치락뒤치락의 과정을 거쳐 나온 것이다.


시 주석의 1인 권력 강화는 내년 19차 당대회와 그 이후의 차기 권력 구도에도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지금 베이징에는 몇 가지 가상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다. 우선 리 총리가 내년 당 대회에서 전인대 상임위원장으로 추대되는 형식을 빌려 총리직에서 물러날 것이란 시나리오다. 1990년대 이후 중국의 국가주석과 총리가 나란히 10년을 함께하는 관례를 시 주석이 깨뜨릴 것이란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시 주석이 한때의 경쟁자였던 리 총리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중난하이의 남북 모순(矛盾·중국어에선 갈등이란 의미로 사용된다)이 치열하다”는 건 시 주석 집권 초기부터 공공연히 흘러나온 얘기다. 시 주석의 집무실을 비롯한 중국 공산당의 핵심 기관은 중난하이의 북쪽에, 리 총리가 이끄는 국무원의 주요 기구는 중난하이의 남쪽에 자리 잡고 있어 나온 말이다.

왕치산


또 하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는 시나리오는 공산당의 잠규칙(潛規則·불문율)인 ‘7상8하(七上八下)’ 원칙에 관한 것이다. ‘7상8하’는 정치국원(25명) 이상 간부는 당 대회가 열리는 시점을 기준으로 만 68세를 넘기면 물러나야 한다는 뜻이다. 2002년 생겨난 이래 한번도 예외가 없었다. 이를 따르면 내년 당 대회에서 시 주석과 리 총리를 제외한 5명의 상무위원이 모두 물러나야 한다. 하지만 내년에 69세가 되는 시 주석의 측근(王岐山) 기율위 서기만은 유임될 것이란 관측이 무성하다. 그에게만 예외를 적용하거나 기준 나이를 70세로 상향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본인이 공식 회의석상에서 “나도 곧 물러날 사람”이라고 발언한 적이 있음에도 유임설은 계속 퍼지고 있다.


이게 왕 서기 혼자만의 얘기로 끝나지 않는 건 2022년 20차 당 대회 때 69세가 되는 시 주석 본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국가주석 직은 내놓더라도 총서기 직과 중앙군사위 주석을 유지하며 권력을 연장할 수 있게 된다. 중국의 국가주석은 헌법상 임기가 10년(5년에 한 차례 연임 가능)으로 규정돼 있지만 총서기와 군사위주석은 명문 규정이 없다. ‘7상8하’ 규정만 바꾸면 시 주석은 총서기 자리를 계속 지킬 수 있다. 중국 지도자의 권력은 국가주석 직보다는 당 총서기 직과 군사위 주석 직에서 나온다.


이렇게 되면 시 주석은 내년 당 대회에서 자신의 후계자감을 미리 상무위원으로 발탁해 수업을 쌓게 하는 관례에 연연할 필요가 없어진다. 시 주석 자신은 이런 관례에 따라 권좌에 올랐다. 그는 2007년 17차 당 대회에서 서열 6위의 상무위원으로 발탁되고 곧이어 국가부주석으로 임명됐다. 당시 리커창도 함께 상무위원에 올랐으나 서열은 시 주석보다 낮은 7위였다. 후진타오 2기 체제가 출범한 것과 동시에 5년 후의 시진핑 주석-리커창 총리 체제를 내다보는 포석을 깐 것이다.


관행대로라면 내년 당 대회에서 이미 정치국원에 올라 있는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서기와 쑨정차이(孫政才) 충칭 서기가 상무위원으로 올라가는 게 무난하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시 주석의 의중에 없기 때문에 내년에는 후계 구도를 드러내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대신 2022년 당 대회 때 자신의 영향권 아래 있는 제3의 인물을 골라 후계자를 삼거나 세 가지 직책 가운데 일부만을 넘길 것이란 얘기다.


과연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지는 알 수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내년 당 대회 때까지 중난하이에선 각 세력 간 힘겨루기가 계속될 것이란 점이다. 시 주석이 월등히 유리한 고지에 올라선 것은 틀림없지만 게임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정치분석가 장리판(章立凡)은 “역대 사례로 볼 때 중국 후계 구도에 관한 사항은 최후의 1분을 남겨놓고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며 “1년이란 시간은 너무나 긴 시간”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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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