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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사가 소송 맡으면 “수임료 하락” vs “더 높아질 수도”

대한변호사협회 소속 변호사들이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행정사법 개정안 저지를 위한 집회’를 열고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5일 변호사들이 ‘생존권 보장’을 주장하며 거리로 나섰다. 지난달 13일 행정자치부가 현재 변호사만이 할 수 있는 행정심판을 행정사도 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기 때문이다.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 등은 5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행정사법 개정 저지를 위한 집회’를 열고 “수임난에 시달리는 변호사의 밥그릇을 빼앗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행정사는 행정 업무의 원활한 운영 등을 위해 행정기관에 제출할 서류를 작성하거나 대리 제출해 주는 일을 주 업무로 한다. 인가·허가·면허 등과 관련된 서류를 행정기관에 대신 신고·신청하는 일도 맡는다. 행자부는 개정안에서 행정사의 업무 범위를 행정심판 사건 대리까지 확대하도록 했다. 공인행정사협회는 “행정사는 행정사로, 변호사는 변호사로 시장에서 서로 경쟁하며 국민의 선택을 수용해야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양측의 ‘밥그릇 싸움’이 격화하면서 소비자들의 실익을 우선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비자들은 행정소송에 대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행정사가 시장에 나오면 변호사와 수임료 경쟁을 벌일 것이기 때문이다. 유종수 공인행정사협회 회장은 “영업정지의 경우 행정사의 실무 수임료는 50만~100만원 수준이지만 변호사의 수임료는 최소 300만원에 이른다”며 “국민들은 더 값싸고 손쉽게 행정 지식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변호사 단체들은 “오히려 일부 전관예우가 통하는 행정사에게 일이 몰려 수임료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반박한다. 이미 고위 공무원 출신 행정사들이 민간과 정부부처 사이에서 로비 창구 역할을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행정사의 역할이 확대될 경우 그 힘이 더 강해질 것이란 얘기다. 대한변협 이효은 대변인은 “고액의 수임료를 주고서라도 전관예우를 받아 로비가 가능한 일부 행정사에게 일이 몰려 결국 수임료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변호사와 유사 직역 종사자의 업무 영역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의 도입으로 변호사 수가 크게 늘면서 격화됐다. 대한변협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누적된 등록 변호사 수는 2만1776명으로 2010년 1만1802명과 비교할 때 두 배가량으로 증가했다. 주머니 사정도 예전만 못하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올해 상반기 서울변회 소속 변호사의 1인당 평균 수임 건수가 월 1.69건으로 집계됐다”며 “1건당 평균 수임료는 300만~400만원가량으로 사무실 임대료와 직원 월급 등 사무실 운영비를 충당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소송대리 업무를 노리는 직역이 늘면서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특히 특허 등 전문 분야를 다루는 변리사와 변호사의 싸움은 내용이 더 복잡하다. 현행 변리사법에 따르면 특허·실용신안·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소송은 변호사와 변리사가 모두 대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특허의 유·무효를 다투는 심판과 소송에 한정되고 특허침해로 인한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은 변호사만 대리할 수 있다.


핵심 쟁점은 ‘변리사가 소비자에게 전문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가’다. 법조계에선 특허침해 소송은 민사소송으로 순수한 법률 문제가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아 변호사의 역할이 크다고 본다. 법무법인 세창의 김현 변호사는 “특허침해 소송의 상당수는 침해와 손해의 상관관계, 배상액 산정 방법 등이 쟁점이 된다”며 “일반 법률에 대한 전문지식과 경험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재판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변리사에게도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변호사 자격증만으로 부동산 거래를 중개했다면 위법일까.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는 중개사무소 등록을 하지 않고 아파트 거래를 중개해 준 뒤 매도·매수인으로부터 각각 수수료 99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부동산 거래 컨설팅업체 ‘트러스트’의 공승배(45·연수원 28기) 변호사에 대한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


공 변호사는 집 거래를 하는 소비자들이 중개수수료에 대해 부담을 느낀다는 점을 공략하고 ‘거래금액과 상관없이 수수료 최대 99만원’이란 방침을 내세웠다. 현재 부동산 중개수수료는 거래금액이 9억원 미만일 경우엔 거래금액의 0.4~0.6%, 9억원 이상일 경우엔 0.9%로 정해져 있다. 가령 10억원인 아파트를 매매한 경우엔 공인중개사 중개료가 900만원으로, 트러스트 수수료의 10배만큼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법부의 판단이 남아 있긴 하지만 그동안 계약서 정리 정도의 역할에 비해 수수료가 높았던 공인중개 시장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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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