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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와타나베 부인 등장한다


올 7월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1.35%를 기록했다. 사상 최저치다. 우리나라도 1.37%로 최저치를 경신했다. 비슷한 시기 독일과 일본의 국채 수익률은 마이너스까지 내려갔다. 그리고 석 달 후 상황이 급변했다. 10월 한 달 사이에 국내외 금리 모두가 바닥 대비 20% 상승했다. 금리가 급등하자 이제 하락 추세가 끝난 게 아닌가 하는 얘기가 나왔다. 만약 금리가 저점을 만들었다면 미국은 1980년 이후 36년만에, 우리나라는 19년만에 금리 하락이 마무리되는 셈이다.


정말 금리가 바닥을 친 걸까? 가능성이 매우 높다. 추가 하락하더라도 그 폭이 크지 않을 것이다. 정확하게 저점은 아니더라도 바닥권에 진입한 게 분명하다. 12월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고 내년 3월에 유럽이 양적 완화를 끝낼 경우 양적완화의 큰 틀이 변경될 수 있다. 이 경우 정책 부분을 빼고 경제적 요인만 가지고 금리 수준이 결정될 것이다. 국내와 세계 경제 성장률이 2%대를 유지하고 있고, 물가 상승 압력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금리가 추가로 하락하기 힘들다.


[6년간 채권 수익률 20%, 주가는 그대로]


하락을 멈췄다지만 금리가 20년 가까이 내려왔기 때문에 갑자기 상승추세로 바뀌긴 힘들다. 몇 년간 바닥을 다진 후에야 방향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다. 지난 100년 사이 미국 금리는 세 번의 방향 전환이 있었다. 첫 번째가 1920년인데 5%까지 올랐던 국채 수익률이 13년간 고점 부근에서 횡보하면서 하락을 준비했다. 두 번째는 1941년인데 2.3%까지 하락한 금리가 상승으로 전환될 때까지 10년이 걸렸다. 그 사이 금리는 좁은 폭 내에 머물면서 바닥을 다졌다. 1980년에만 금리가 정점을 기록한 후 빠르게 하락했다. 당시 금리 상승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20%까지 끌어올린 정책 덕분이었는데, 정책이 바뀌자 급격히 떨어졌다.


이번에도 금리가 저점에 도달한 후 오랜 시간 바닥을 다지는 상황이 벌어질 걸로 전망된다. 금리가 움직이는 범위는 1%대를 넘기 힘들다. 시장 여건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저성장 요인이 워낙 강해 상당 기간 금융 위기 이전 수준을 밑도는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올해는 주요 6개 중앙은행이 예년의 3배에 달하는 유동성을 공급했는데, 내년에도 이런 상황이 이어질 거란 보장이 없다.


금리가 하락을 멈추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자산 선택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몇 년은 채권의 일방적인 독주 체제였다. 주식형 수익증권이 2011년 88조2000억원에서 올해 8월 50조원으로 줄어드는 동안 채권형은 2.6배가 늘어날 정도였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이유는 간단하다. 채권의 수익률이 주식보다 월등히 높았기 때문이다. 2011년 주식시장은 2050으로 시작했다. 지금도 2000에 머물고 있어 주식에 투자한 사람의 경우 6년동안 거의 수익을 올리지 못했다. 반면 채권은 A등급 회사채에 투자했어도 이자만으로 최소 20%의 수익을 올렸다. 금리가 떨어져 채권 가격이 오른 부분까지 감안하면 수익률이 더 높아지는데, 위험이 작고 수익은 컸던 만큼 돈이 채권으로 몰리는 게 당연했다.


이제 더 이상은 자금이 채권으로만 몰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저금리로 채권의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 공백을 다양한 해외 자산이 메울 전망이다. 이런 흐름은 저성장·저금리를 먼저 겪은 일본에서 이미 나타났다. 금리가 하락하는 와중에 일본 투자자들은 자국 채권→해외 채권→해외 주식→자국 주식으로 중점 투자대상을 바꿨다. 우리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국내 채권과 함께 브라질 국채 같은 해외 채권이 각광을 받았고, 3~4년전부터 해외 주식 펀드와 직접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저금리 상황을 투자 대상 확대로 대응한 셈인데, 투자의 다변화는 당연한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채권 → 해외 주식 → 자국 주식 순으로 투자]


저금리가 장기화 되면서 관심을 모을 또 한 곳은 외환이다. 외화예금 등 외국환 자체가 투자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외환이 변동성을 가지고 있는 자산이면서도 그동안 관심을 모으지 못했던 건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외화예금 금리가 너무 낮거나 없는 것도 제약 요인이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국내 금리가 높았던 시절 외환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높은 비용을 치러야 했지만, 이제는 금리가 떨어져 환율이 조금만 움직여도 이자를 커버할 수 있게 됐다. 일본에는 ‘와타나베 부인’이라 통칭되는 외화자산 투자 집단이 있다. 일본에서 이런 투자가 자리를 잡은 건 낮은 금리와 외환, 해외 자산에 대한 관심이 합쳐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도 환율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저금리로 주가가 올라가는 일은 당분간 없을 걸로 전망된다. 주가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현재 금리가 너무 낮기 때문인데, 낮은 금리가 오랜 시간 이어진다 해도 자금이 이동하거나 기업 이익을 끌어 올리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금리는 한 나라의 투자 수익률을 대표하는 지표다. 금리가 낮은 나라의 경우 다른 투자자산, 예를 들어 주식이나 부동산도 오랜 기간 높은 수익률을 계속 올리기 힘들다. 그런 일이 벌어질 경우 자금이 채권에서 빠져 새로운 균형이 만들어질 때까지 금리가 오르기 때문인데, 저금리의 장기화는 우리의 자산 선택을 크게 변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종우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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