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一妾之口 -일첩지구-


황제나 왕이 살던 궁궐에는 항상 음모와 반역이 횡행했다. 궁중 비화에는 꼭 여인이 등장한다. 전국시대 법가 사상을 완성한 한비자(韓非子)는 책 『한비자』에 ‘간겁시신(姦劫弑臣)’편을 따로 만들어 사례를 들고 있다. 그 중에 나오는 초나라 장왕(莊王)의 동생 춘신군(春申君) 얘기다.


춘신군에게는 여(余)라는 애첩이 있었다. 애첩에게 정실과 그의 아들 갑(甲)의 존재는 눈엣 가시였다. 어떻게 해서든 춘신군으로 하여금 정실과 아들을 버리게 하고 싶었다. 그는 꾀를 내 눈물로 춘신군에게 호소했다.


“정실의 뜻을 따르고자 하면 당신을 섬길 수 없고, 당신의 뜻을 따르고자 하면 정실의 뜻을 거스르게 됩니다. 두 분을 모두 모실 수 없으니, 어차피 죽을 몸입니다. 당신 앞에서 죽음으로써(妾以賜死) 그 은혜에 보답할 뿐입니다. 바라옵건데 당신은 이 일을 살피시어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십시오.”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는 압박이기도 했다. 마음이 약해진 춘신군은 여의 말에 넘어가 결국 정실 부인을 버렸다. 안방을 차지하려는 여의 의도가 성공한 것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여는 자신의 아들로 대를 잇고자 했다. 이번에는 정실의 아들 갑을 몰아낼 음모를 꾸몄다. 속옷을 찢은 다음 이를 춘신군에게 보여주며 눈물로 말했다.


“소첩이 당신의 총애를 받아온지 오래됐거늘, 갑이 이를 모를 리 없습니다. 그가 오늘 소첩을 강제로 희롱하려 해 다투다가 옷이 이 지경으로 찢어졌습니다. 자식된 자로서 이보다 더 큰 불효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춘신군은 이 말을 믿고 노여워하며 갑을 죽였다.


한비자는 이 사례를 들며 “부자간의 사랑도 다른 사람의 모함으로 인해 쉽게 갈라진다”며 “하물며 그보다 더 허약한 군주와 신하 사이는 단지 첩 한 명의 입(一妾之口)으로 인해 파멸에 이르게 된다”고 한탄했다.


『한비자』의 다음 구절은 이렇게 이어진다.


“나라에 공이 없는데도 상을 받는 자가 있다면 백성들은 애써 밭을 갈거나,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간사한 신하들은 더 늘어나고, 난폭한 도당은 기승을 부릴 것이다. 이러고도 나라가 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한우덕중국연구소장woodyhan@joongang.co.kr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태그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